2025.06.09 (월)

  • 구름많음동두천 17.6℃
  • 맑음강릉 20.3℃
  • 구름많음서울 18.2℃
  • 맑음대전 18.5℃
  • 맑음대구 19.0℃
  • 맑음울산 20.0℃
  • 맑음광주 18.4℃
  • 맑음부산 19.1℃
  • 맑음고창 18.4℃
  • 맑음제주 21.3℃
  • 구름많음강화 15.3℃
  • 구름조금보은 17.3℃
  • 맑음금산 18.1℃
  • 맑음강진군 18.7℃
  • 구름조금경주시 20.7℃
  • 맑음거제 19.7℃
기상청 제공
상세검색

현장

소년소녀가장들 "오뚝이처럼 살게요"

서울시교육청, 소년소녀가장 120명 서울랜드 초대


할머니와 단 둘이 사는 정은(가명·K초 4학년)이는 오늘 처음 와보는 서울랜드에서 맘껏 놀이기구를 탈 생각에 벌써 들떠있다. 레크레이션 시간. 통기타를 맨 여 선생님의 노래와 율동을 신나게 따라해 보지만 맘은 바이킹에 오른 지 오래다.

당뇨로 몇 년째 입원 중인 아버지 때문에 형과 둘만 사는 지민(가명·N초 6년)이도 교육감 할아버지가 주신 가방이며 선물은 뒷전이다. "범퍼카부터 타고 그 담에 청룡열차 그리고 바이킹…."

3일 오전 10시. 서울 관내 초등생 소년소녀가장 120명은 어린이날을 맞아 서울시교육청의 특별한 초대를 받고 서울랜드 소풍길에 나섰다. 비록 부모님은 아니지만 오늘 하루 엄마, 아빠가 된 20여명의 장학사, 교감 선생님들이 손을 잡았다.

이 자리에서 유인종 교육감은 "어떤 어려움도 이겨내는 용기를 갖고 자신의 꿈과 미래를 개척하는 어린이가 돼 달라"고 당부했다. 이에 S초 오주은(가명·6학년) 양은 "저희를 사랑해 주시는 많은 분들과 선생님께 걱정 끼치지 않도록 바르고 씩씩하게 오뚝이처럼 살아가겠다"며 감사의 마음을 대신했다.

점심 후, 제법 굵어진 봄비 때문에 우비를 입으면서도 아이들은 왠지 더 신나는 눈치다.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할머니와 산다는 이동주(가명·N초 4년) 군은 "비가 오면 타는 사람이 적을 테니까 다 타볼 수 있잖아요"라며 너스레를 떤다.

정은이는 막상 바이킹 앞에서 비명소리를 듣더니 겁을 먹고 발길을 돌렸다. 손녀딸이 걱정돼 따라 나왔다는 양정분(가명·62) 씨는 "엄마 아빠 모두 병으로 뜨고 2살 때부터 내가 키웠어. 어려서 제대로 걷어 먹이질 못해 다른 아이들보다 몸이 약한 게 늘 안쓰럽다"고 말했다. 정은이 네는 매달 동사무소에서 주는 30만원으로 살고 있다.

오늘 하루 회전목마를 탄 소년소녀가장들은 여느 아이들이 부모님께 하는 것처럼 지켜보는 선생님께 손도 힘껏 흔들었다. 레크리에이션을 진행했던 삼양초 박온화 교감은 "하루행사가 무슨 의미가 있겠냐고 말하지만 이 아이들에게는 웃고 즐기는 단 하루도 용기를 준다"며 "소년소녀가장으로도 등록이 안돼 이 자리에도 못 온 더 많은 아이들을 생각하면 안타깝다"고 말한다.

잠전초 안헌종 교감은 "가정이 깨진 아이들에게 제일 필요한 것은 역시 가족"이라며 "소년소녀가장들에게 새 가정을 만들어주는 복지재단이 활성화되고 국가가 이들 가정에 세금공제나 경제적 지원을 늘려 힘을 주는 복지정책이 속히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남규 초등교육과 장학사도 "지원이 절실한 소년소녀가장이 서울시내 학교에만 약 300여명에 달하지만 학교가 해 줄 수 있는 게 중식, 특기적성비 지원 정도"라며 "가정에서의 경제적인 궁핍과 불안한 주거 문제, 정서적 결핍 등 국가가 손을 잡아줘야 할 부분이 너무나 많다"고 지적했다.
"탤런트가 되고 싶어요. 제가 노래도 잘하고 연기도 되거든요.

" 우는 연기를 잠깐 해 보이며 쑥스러워하는 N초 6학년 박지은(가명·조모와 동거) 양. 꿈을 향해 달리려는 이 아이가 최소한 보통 아이들과 출발선에서라도 함께 설 수 있도록 해 주는 게 어른들의 책임이라고 참석 교감들은 입을 모았다.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