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내 집단따돌림이나 체벌과 관련해 진실을 말한 교원들이 네티즌과 학부모로부터 "서로 짜고 은폐한다"는 일방적 비난에 시달리다 자살하는 억울한 일들이 벌어져 교육계가 허탈감에 빠졌다.
지난 2월 '왕따동영상' 파문으로 자살한 창원 B중 윤 교장과 이 달 초 '체벌 증언'에 대한 진정으로 투신자살한 평택 H여중 이 모 보건교사 사건이 바로 그것.
이와 관련 최근까지 경남 창원 B중학교의 '왕따동영상' 사건을 조사해 온 창원중부경찰서는 12일 "가해학생들이 피해 학생의 의사에 반해 괴롭힌 사실은 인정되지만 심각한 집단 따돌림은 없었다"고 결론지었다.
김광용 수사과장은 "피해학생 부모와 가해학생 부모가 합의했고 조사결과 피해학생과 학부모도 지속적으로 폭행이나 따돌림을 당한 일은 없다고 말했다"며 "사건이 형사처벌을 하기에는 경미하고 일회적이어서 내사를 종결했다"고 밝혔다. 결국 '왕따는 아니다'고 항변하던 윤 교장은 사실을 말했고, 이를 '은폐' '조작'이라며 무자비하게 비난하던 언론과 네티즌이 그를 죽음으로 몰고 간 것이다.
지난 8일에는 동료 교사의 체벌과 관련해 증언대에 섰던 평택 H여중 이 모(39·여) 보건교사가 투신자살했다. 사건은 지난해 동료 김 모(39) 교사가 A양에게 '꿀밤' 체벌한 것에 반발한 A양의 어머니가 '아이가 체벌로 머리가 아프다'며 민원을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이에 학교분쟁조정위원회가 열렸고 이 교사는 'A양이 양호실을 자주 찾았지만 맞아서 그런 것은 아니다'고 진술했고 A양의 어머니는 허위사실 증언 등을 이유로 이 교사를 상대로 경찰에 진정서를 제출해 최근까지 조사를 받아왔다.
이에 대해 진정사건을 담당 중인 평택경찰서 조사계 임장선 형사는 "이 교사를 조사했지만 직접 체벌한 당사자도 아니고 진정내용에 대한 혐의점도 인정할 만한 게 없어서 곧 내사가 종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이 교사는 허위증언을 주장하는 A양 어머니의 지속적인 항의전화와 진정으로 받은 심적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자살했다는 것이 경찰의 추측이다. H여중의 한 교사는 "A양의 어머니가 지난달 말께 우편으로 김 교사와 담임교사, 교장과 이 교사에게 위자료 등 명목으로 모두 1억 5천만원을 요구했었다"며 "법과 제도를 무시한 학부모 등 외부의 무고에 교사들이 설자리와 목숨까지 잃고 있다"고 개탄했다.
현재 A양은 어머니와 함께 다른 도시로 이사하면서 전학한 상태다. 한편 보건교사 사이트인 날아라보건교사(www.narara.org), 보건교사넷(www.1004bang.org) 등에는 사이버 분향소가 차려져 이 교사를 애도하고 진실규명을 촉구하는 글들이 연일 오르고 있다. 또 한국보건교육연구회도 이사회를 열고 향후 대처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