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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서 교장 1주기 추도식> "4월의 목련처럼 웃으시길…"

교원·학부모 500명 추모 행렬
36년 사도 새긴 추모비도 제막
"명예회복, 교단 화합" 한목소리


눈에서 떨어지는 것만이 눈물은 아니었다. 3일 오후 2시 고 서승목 교장의 묘소(충남 예산 신양면 신양리)에는 가슴속에 흐르는 눈물에 어금니를 깨물며 고개 숙인 사람들로 검은 물결을 이뤘다.

지난해 4월 4일 우리 곁을 떠난 서 교장을 추모하는 1주기 추도식이 유가족, 학부모, 전국 교장단, 교총 인사 등 500여명의 애도 속에 엄수됐다. 영결식 때의 통곡소리와 자녀들의 등교를 거부하던 학부모들의 함성은 이제 비통한 침묵으로 흘렀다.

서 교장 생애 낭독에 이어 고인을 추념하는 전국 교원들의 작은 정성으로 마련된 추모비 제막식이 진행됐다. 흰색 베일을 걷어내며 모습을 드러낸 2미터 높이의 추모비에는 36년간 사도를 실천한 고인의 은덕이 한 자 한 자 깊이 새겨졌다. 충남교총 이희두 회장은 "홀로 고통받다 모든 걸 안고 떠난 서 교장의 옆에서 이젠 외롭지 않게 늘 지켜주는 든든한 친구였으면 한다"고 말했다.

'새 천년의 문턱에서 역사의 소용돌이와 어지러운 교단의 폭풍우에 맞서 바른 사도의 길에 나섰다가 중생제도의 혜량지심으로 2003년 4월에 하얀 목련화와 함께 가시니 임의 높은 덕망과 숭고한 뜻을 기리고자 추모비를 세우다.'

비문을 읽어 내려가는 이조원 예산중 교장의 떨리는 목소리에 참석자들은 1년 전 그때처럼 눈시울을 붉혔다. 겉으로는 조용하지만 그 때와 아무 것도 달라지지 않은 분열된 교단을 고인 앞에 내보여야하는 부끄러움에 눈물도, 북받친 마음도 더더욱 뜨거웠다.

추도사에서 이군현 교총회장은 "고인께서 끝까지 지키고자 했던 교육자적 양심과 학교 구성원간의 화목과 믿음을 다시 한번 되새기겠다"며 "교총도 교단의 갈등을 걷어내고 사랑이 넘치는 학교 만들기와 고인의 명예회복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고진광 학사모 상임고문은 "아직도 교사 간 불협화음, 교육주체간 알력, 정치적 중립을 지키지 못하는 일부 교원단체의 행동으로 교육현장이 얼룩지고 있다"며 "당신의 이념을 본받아 후배교사들도, 저희 학부모들도 우리교육의 건강한 발전을 위해 더 많은 일을 해야할 것"이라며 추도문을 영정 앞에 바쳤다.

1년이 흘렀건만 유족들의 상처가 아물기에는 너무 짧은 시간이었다. 부인 김순희 씨는 하얀 국화 속에서 미소 짓는 남편을 바라보며 추도식 내내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분향대 위 영정 앞에 국화 한 송이를 바칠 때는 끝내 "여보…여보…"하며 오열하다 쓰러져 보는 이의 마음을 안타깝게 했다.

추도식은 기다란 분향, 헌화 행렬이 꼬리를 감추며 1시간만에 끝이 났다. 추모객이 썰물처럼 빠져나간 자리에는 장남 정현 씨와 차남 상현 씨만 남았다. 발 앞에 아버지를 바라보던 형제는 이내 추모비를 어루만지며 참았던 눈물을 떨궜다. 그러면서도 "어머님이 걱정입니다. 아직도 매주 이곳을 찾아 눈물을 흘리시는 모습에 가슴이 아프다"며 고개를 돌렸다.

1년 동안 유족들의 눈물은 가슴에 恨을 자라게 했다. 서 교장의 자살 이유와 유족들이 전교조 충남지부 등을 협박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한 건이 아직 미결로 남겨졌기 때문이다. 검찰은 지리한 조사만 거듭할 뿐 기소여부를 결정하지 못했고 전교조에서는 진실을 외면한 채 한 마디 사과조차 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유족들은 몇 차례 수사기관을 항의방문까지 했다.

서 교장의 동생인 서승직 교수(인하대 건축공학과)는 "사법 당국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지만 이미 도덕과 윤리적으로는 심판이 된 일이다. 이 사건과 관련해 먼저 교육자의 양심에도 호소해 봤지만 아직까지 그들은 진실을 외면하고 있다"며 "다시는 허울좋은 참교육으로 포장돼 교권이 비참하게 유린되고 단란한 가정이 몰락하는 불행하고도 억울한 사건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발길을 돌려 산 자의 세상으로 돌아가는 추모객들은 무엇보다 고인의 안식을 바랐다. 한규복 예산 신양초 교장은 "서 교장이 떠났지만 무엇하나 매듭짓지 못하고 1년이 흘러 착잡할 따름"이
라며 "하루 속히 교단이 화합되고 서 교장의 명예가 회복돼 편히 쉴 수 있길 바란다"고 빌었다. 또 시량초 최길순 교장도 "못다한 교육의 꽃은 남아 있는 우리가 키울 테니 이제는 4월의 목련처럼 그곳에서 환한 미소를 지으셨으면 한다"고 기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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