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각 학교마다 학운위원 선출이 한창이지만 학부모 위원에 나서는 사람이 거의 없어 대부분의 학교에서 교장, 교감이 전화로 통사정을 하는 상황이 되풀이되고 있다. 우여곡절 끝에 정족수를 가까스로 채운 형편이라 학부모 총회에서는 투표 대신 이미 당선된 입후보자에게 임명장을 주며 '박수'를 치고 만다.
서울 D초 학부모 대표인 J씨는 얼마 전 같은 학교 학부모인 친구로부터 전화 한 통을 받았다. 학교에서 학운위원을 좀 맡아달라는 부탁 전화가 여러 번 왔는데 어떻게 했으면 좋겠냐는 의논 전화였다.
J씨는 "학운위원이 되면 얼마나 자주 회의를 하는지, 학교 행사는 모두 참석해야 하는지, 또 돈을 많이 낸다는데 얼마나 내는지 등을 물었다"며 "부담스러웠던지 결국 고사한 걸로 안다"
고 말했다.
이 학교는 학부모 위원 신청을 독려하는 가정통신문을 3차례나 보냈지만 신청자가 1명뿐이어서 결국 교장, 교감이 '전화 호소'에 나서야 했다. 한 교사는 "학부모 총회를 앞두고 교감선생님이 전화 걸고 학부모 임원들 만나서 부탁하고 정말 바쁘셨어요. 그 덕에 학부모 위원 정족수 6명은 다 채울 수 있었다"고 말했다.
서울 S초 명예교사인 P씨도 교장 선생님의 삼고초려를 받았지만 개인사업으로 바빠 정중히 고사했다. 그는 "아무도 신청자가 없으니 나를 포함해 평소 학교 일을 열심히 도왔던 사람들에게 다 전화를 하신 모양"이라며 "어찌됐건 총회 날 가니까 새로 선출된 학부모 위원이라며 교장선생님이 임명장을 줘 박수를 쳤다"고 말했다.
그래도 올해는 교육감 선거가 5군데서 열리는 프리미엄 때문에 지원자가 몰리는 곳도 있다. 서울 K중 Y교사는 "예년과는 분위기가 다르네요. 우리학교도 학부모 위원 5명을 뽑는데 금세 5명이 지원했고 옆 학교는 5명에 12명이 지원했다"고 말했다.
또 제주 S고 Y교사는 "작년에는 교사도 학부모도 하려는 사람이 없었는데 올해는 로비를 하는 학부모도 있고 지역위원이 되려고 교장을 찾아오는 사람도 있었다"며 "교사도 3명 선출에 6명이나 등록했다"고 의아해했다.
학부모들이 학운위원을 꺼리는 이유는 심적·물적 부담 때문이다. 서울 K고의 한 학부모 위원은 "학교에 뭐라도 남겨야 된다는 부담 때문인지 자주 돈을 걷었다. 한번에 백만원 이상씩 낸 적도 있다"고 말했다. S초 어머니회 Y씨도 "학년초 구성된 학부모회에서 교장 선생님이 절대 돈 같은 건 걷지 말라고 당부하신 후 나가셨지만 곧 발전기금 조성 얘기가 나왔다"며 "학교 형편에 학부모 돈 없이 운영되지 못하는 게 현실이고 학운위원은 더 많이 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다"고 토로했다.
충남 S고 J교사는 "학교 교육과정 운영 등에는 크게 참여할 수 없는 반면 수학여행 갈 때는 교사들에게 꼬박꼬박 맥주 값을 주는 상황이다 보니 하려는 사람도, 관심을 갖는 사람도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