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교사들의 명퇴가 심각한 수준에 이른 데에는 교감 승진규정의 잦은 변동도 일조하고 있다. 내 경우를 예로 들면, 몇년 전 교직경력 25년이 만점일 때 교감연수 차출이 눈앞에 있었지만 갑자기 경력 30년으로 기준이 바뀌어 좌절하고 말았다. 그래서 4년을 더 기다려야 했다. 그러나 경력점수가 만점이 됐을 때 승진규정은 또 바뀌었다.
경력 30년이 28년으로 낮아지고 1정 연수점수가 없어졌다. 또 내가 갖고 있던 일반연수 점수(99점)가 10년 초과로 소멸되고 표창점수도 없어져 버렸다. 유리한 점수는 다 없어졌지만 그래도 난 올해 제1기 교감연수에 차출됐다. 그러나 9월1일자로 발령이 나지 않았다. 해마다 교감연수 점수와 연말 승진차출 점수가 합쳐져 발령을 냈다고 하는데 이번에는 교감 연수점수를 포함시키지 않아서 그런 듯 싶었다. 그러나 더 이해할 수 없었던 건 부장점수였다.
종전 5년 만점에서 7년 만점으로 늘어나면서 98, 99년도 부장경력이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때 나는 부장경력이 없어 장학사 시험에 응시하지 못하고 애를 태우던 후배교사에게 부장자리를 양보했었다. 그러고 보니 부장으로 20년 이상 고생을 했지만 부장점수 미달로 치명타를 입게 된 것이다.
해방후 지금까지 평균 2년에 한 번씩 승진규정이 바뀌었다고 한다. 그러나 이런 조치들은 비단 나뿐만 아니라 묵묵히 일해온 많은 원로교사들을 죽이는 일이다.
승진규정이 이렇게 널뛰는데 어떤 교사가 장래를 계획하고 학교업무에 매달릴 수 있겠는가. 교사들이 승진만을 위해 일하는 건 아니지만 승진은 정당한 노력을 통해 성취감을 느끼려는 교사들에겐 하나의 꿈이다. 교육당국은 그런 '꿈'을 경솔한 정책추진으로 꺾어서는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