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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으로 사랑 베푸는 '사랑터' 교사들

과학을 매개로 사랑을 베푸는 교사들이 있다. 과학교사모임 ‘사랑터(사랑의 과학 나눔터)’는 교사들의 자발적인 재능기부로 11년째 운영 중인 과학교육 공동체다. 누구도 소외받지 않는 사회를 바란다는 사랑터 교사들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사진 | 한명섭기자



과학은 어렵거나 지루한 교과가 아니다. 사랑터 교사들과 함께라면 쉽고 즐거운 방식으로 과학과 친해질 수 있다. 게다가 소외계층을 위한 애정까지 더해져 모임에는 온기가 가득했다. ‘사랑터’는 ‘서울초중등과학3S키트교육연구회’의 또 다른 명칭이다. ‘3S’는 ‘단순하고(Simple) 작지만(Small) 똑똑한(Smart) 과학’을 도구로 '과학을 통한 사랑의 나눔(Science Sharing for Sarang)'을 실천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주변을 활용한, 주변을 위한 과학

사랑터 교사들은 우리의 ‘주변’을 살핀다. 서인호 교사(서울 구암고)는 “주위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돈 안 드는 값싼 재료로 과학정신을 실현하려고 해요. 버려진 페트병이나 빨대 같은 것들로도 충분히 과학실험을 할 수 있거든요. 화학물질의 양도 아주 적게 사용해서 환경오염을 줄이면서도 과학적인 내용을 가르칠 수 있는 실험들을 개발하는 데 노력하고 있어요”라며 3S가 추구하는 방식에 대해 설명했다.
이를 수단으로 교사들은 우리 주변의 소외된 계층을 위해 활동한다. 정기모임에서 프로그램을 연구 및 개발하여 지구촌학교·사과나무학교·사랑터 생태학교를 운영 중이다. 지구촌학교는 소외계층의 아이들이 머무는 아동센터에서 과학교실을 운영하는 활동이다. 사과나무학교는 과학수업이 필요한 소외지역 학교의 신청을 받아 찾아가는 지속가능한 교육 봉사를 지향한다. 생태학교는 교사와 학생을 대상으로 자연을 인식하고 관심 가질 수 있도록 체험 중심의 프로그램으로 짜여 있다. 각각의 활동들은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다.
뜻 깊은 활동들이지만 항상 순탄하진 않았다. 사랑터의 회장 이선희 교사(서울 신관중)는 “지역아동센터의 아이들은 거친 경우가 많아요. 한 선생님께서 ‘멘붕’을 겪은 일이 있었어요. 아이들이 선생님께 어디서 왔냐고 물어서 올림픽공원 쪽에 있는 학교에서 왔다고 하자 부자동네 아니냐며 돈을 달라고 한 거예요.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몰라 힘들어 하셨어요”라고 교사들이 겪는 어려운 점을 이야기했다.

국경 없는 사랑터

“베트남 선생님들은 우리들처럼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지만 아이들은 흙바닥에서 맨발로 줄넘기를 하고 있고, 학교 시설도 낙후돼 있더라고요.” 지난 2월 코이카(KOICA)와 한국과학창의재단에서 주관한 베트남 과학교사연수에 실무그룹으로 참여했던 신현진 교사(고원초)는 베트남의 열악한 학교 환경에 대해 회고했다. “스카치테이프를 이용한 실험이 있었어요. 그런데 현지 선생님들이 사용법을 모르더라고요. 그래도 가르쳐 드리면 여러 가지 실험들을 금방 숙지하는 모습을 보며 흐뭇했어요.”
사실 베트남 연수에 참여 제안을 받은 것은 8년 간 동티모르에 세미나를 주최한 경험 덕분이다. 사랑터 교사들은 자비로 매년 여름방학마다 동티모르에 과학교사 세미나를 열고 있다. 이선희 교사는 “처음에는 선생님 한 분이 홀로 시작하신 일이었어요. 저개발국가의 과학교육 발전을 위한 일이기 때문에 우리가 함께 하기로 한 거죠. 처음에는 어려움도 많았어요. 한 번은 동티모르에 소요사태가 발생해서 현지 교사들이 연수에 오지 못하는 일도 있었어요. 많이 불안정했죠. 그런데 지금은 우리가 가면 정치계 인사들도 오고 수료증도 발급되고. 정식적인 연수의 형식을 띠게 된 거죠. 게다가 현지 교사들이 세미나에서 배운 실험방법이나 교수법들을 아이들을 위해 재창출 하고 있어서 보람을 느껴요”라고 설명했다.

교사들의 꿈이 현실이 되는 곳
“여기 오면 처음 가졌던 교육에 대한 열정이 살아나요. 교육자로서 제 꿈은 ‘소외받는 사람이 없는 교육’의 실현이에요. 하지만 학교에서 업무에 치이다보니 잊어가고 있던 꿈이었죠. 사랑터에서 제 마인드에 공감해주는 좋은 선후배 선생님들과 함께 고민을 나눌 수 있어서 행복해요.” 올해로 4년차가 된 송관호 교사(석관고)는 모임에 오는 일이 즐겁다고 했다. 다른 교사들도 마찬가지였다. 아이들을 위한 일인 동시에 교사들 스스로의 꿈을 이룰 수 있다는 점이 사랑터가 자발적·지속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 비결이라고 입을 모았다. 조분순 교사(구암고)는 “사랑터는 제 꿈을 구체화해줘요. 어떤 것을 하고 싶다고 추상적으로 말해도 선생님들이 여러 가지 제안을 해주시면서 현실화할 수 있도록 도와주거든요”라고 말했다.

바라는 점에 대해 묻자 사랑터 교사들은 당황했다. 더 이상 바라는 게 없다는 것이었다. 현재의 모습처럼 내키는 대로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하다는 사랑터 교사들. 과학이 사랑을 실천하는 훌륭한 도구임을 증명하는 산증인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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