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학 특례입학을 위한 고교생 대상 각종 경시대회가 난무하고 있는 가운데 웅변협회들이 전국단위 웅변대회를 열며 돈을 받고 상장을 남발한 것으로 검찰 수사결과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특히 돈거래로 입상한 10여명의 학생은 수상경력을 내세워 4년제 대학에 웅변특기자로 입학한 사실이 확인돼 제도적 보완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10일 검찰에 적발된 3개 웅변협회는 최근 3년여동안 대통령상을 포함한 3부요인상 18개, 장관상 111개, 미국대통령상 4개 등 모두 133개의 상장을 돈을 받고 시상한 것으로 확인됐다.
◇돈거래된 웅변대회 상장
웅변협회들은 3부요인상(대통령, 국회의장, 대법원장)의 경우 300만∼1천800만원, 장관상은 100만∼300만원에 거래했으며 A웅변협회는 500만∼1천300만원을 받고 LA를 방문해 미국 대통령상까지 시상했다.
A웅변협회는 또 6등까지 장관상을 받는 대회에서 22등을 한 학생에게 돈을 받고 장관상을 시상했으며 돈을 주지 않은 1등에겐 상을 주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B웅변협회는 평가기준의 40%를 차지하는 원고를 작성해 주고, 원고비 명목으로 돈을 챙긴 것으로 밝혀졌다.
한 학부모는 국회의장상과 미국대통령상 등 4개 상장을 받는 대가로 5천300만원을 제공했고, 다른 학부모는 장관상 6개와 미국대통령상 1개 등 7개 상장을 거래하 면서 3천250만원을 웅변협회에 줬다.
웅변협회 간부들은 대부분 웅변학원을 운영하며 수상 대가로 돈을 챙겼으며 자신이 운영하는 학원의 수상 성적이 학원 운영에 도움이 돼 범행에 적극 가담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검찰은 밝혔다.
학부모들이 건넨 돈은 웅변학원장과 시.도 본부장, 협회장이 일정한 비율로 분배하며 철저히 역할을 분담했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검찰 관계자는 "협회장들이 지역본부장을 통해 웅변대회 참가 학부모중 상장 매수 희망자들을 사전모집했으며 사전에 수상자들이 확보되지 않으면 대회 현장에서 즉석거래까지 했다"고 말했다.
◇허술한 정부기관 상장 발급과 대입전형
정부부처는 장관의 이름으로 웅변대회 시상이 남발되는 데도 웅변협회의 청탁을 받고 대회운영과 심사, 시상 과정을 방치한 채 상장을 발급했다. 한 정부부처의 상장발급 담당 직원은 협회로부터 30만원 상당의 행운의 열쇠를 받고 편의를 제공한 것으로 드러났다.
A웅변협회의 경우 장관상을 줄 수 있는 전국단위대회를 1년에 2차례밖에 열수 없자 다른 단체의 명의를 빌려 각종 명목으로 웅변대회를 열며 상장을 발급받았다.
검찰 관계자는 "입건된 학부모 대부분이 정부기관에서 주관하는 웅변대회로 잘못 알고 있었다"며 "웅변협회 설립을 허가해 준 뒤 운용에 대해서는 당국의 감독이 이뤄지지 않는 점이 문제"라고 말했다.
웅변특기를 입시에 반영한 대학들은 객관성에 대한 담보장치 없이 수상경력을 전형자료로 삼아 상장 거래의 빌미를 제공했다.대학측은 특례입학생의 수상 경력을 돈을 챙긴 대회 관계자에게 확인하고 별다른 의심을 하지 않은 채 입학시키는 등 전형의 문제점을 드러냈다.
검찰 관계자는 "웅변협회 외에 다른 예능분야 협회에서 주관하는 고교생대상 경시대회도 비슷하게 운용되고 돈거래도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수상경력을 통한 특례입학이 공정성을 상실한 채 부정입학의 수단으로 악용되는 데 대한 개선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