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는 가을에 새 학년이 시작된다. 때문에 신입생들이 몰려드는 9월의 대학 캠퍼스는 그 어느 때보다 활기차고 시끌벅적하다. 흥미로운 것은 우리나라 아이들과는 달리 만 18세가 되면 독립하는 미국 아이들이 대학 입학과 기숙사 입주를 위해 부모님을 대동하고 캠퍼스에 나타난다는 사실이다. | 박희진 미국 피츠버그대 국제교육연구소 연구원
이삿짐을 가득 실은 차를 운전하고, 필요한 가구와 살림살이를 챙기고 옮기는 일들은 거의 부모의 몫인데 대학에 새로 입학할 때뿐만 아니라 학년이 올라가서도 매학기 이사할 때마다 나타나 궂은일을 마다하지 않는 부모들을 캠퍼스 주변에서 만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게다가 새 학기가 시작되기 훨씬 전부터 때로는 조부모를 포함한 전 가족을 끌고 한여름 뜨거운 태양빛 아래에서 캠퍼스 투어를 하는 입학 예정자들의 모습 또한 전혀 낯선 것이 아니다. 이렇게 다 큰 아이들을 떠나보내지 못하는 부모들로 인해 요즘 미국 대학들은 이색적인 학교행사를 내놓았다. ‘부모와의 결별식’이 그것이다.
조지아 주 애틀랜타 시에 위치한 모어하우스 대학의 경우 모든 신입생이 입장한 후 실제 출입구 문을 닫음으로써 부모와 자녀 간의 ‘결별’을 상징적으로 극대화하는 행사를 하고 있다. 미네소타 대학은 학부모를 위한 만찬 장소를 기숙사와 조금 떨어져 있는 곳에 잡아 신입생들이 부모들과 거리를 둘 수 있도록 했다. 새로운 룸메이트를 만나 가구배치를 상의하거나 위치를 정하는 등의 일을 어른들의 간섭 없이 스스로 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함이다. 아이오와에 위치한 그리넬 대학의 경우에는, 학부모들이 싣고 온 모든 이삿짐이 기숙사에 다 옮겨지고 난 후에 신입생과 학부모가 모두 모여 식을 거행하는데, 학부모와 신입생들을 흰색 줄의 반대편에 서도록 하고, 총장은 학부모들에게는 등을 돌린 채 학생들을 향해 환영사를 전했다. 부모들로 하여금 아이들이 성장해 부모의 손을 떠날 때가 되었음을 느끼도록 하고 이를 통해 ‘결별’이 순조롭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돕기 위함이다.
프린스턴 대학은 기숙사 입주 시간을 분명히 명시하고, 프로그램의 취지에 따라 학생들만이 참가대상이라는 사실을 분명히 함으로써 부모들이 아이들을 속히 떠날 수 있도록 독려한다. 기숙사에 이삿짐을 옮기는 데는 사실 몇 시간 걸리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며칠씩 학교를 떠나지 않고 서성이거나, 아이들에게 필요한 일이 발생할 것을 대비해서 주변에 아는 사람들을 알아두는 부모들도 적지 않다. <뉴욕타임스>와 인터뷰한 뉴욕 주 콜게이트 대학 신입생담당의 경우 신입생 학부모들이 수업에 들어가서 확인한 후에 수강 변경 신청까지 하러 사무실에 들르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또 학교 주변에 방을 잡아 적어도 그 다음 날 아침식사는 함께 하겠다고 의지를 불태우는 부모들의 수도 만만찮은 것 같다. [자세한 내용은 월간 새교육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