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뉴욕시 교육부는 영재학교 입학절차와 관련해 새로운 정책을 속속 준비하고 있다. 내 아이를 최고의 엘리트로 키워내겠다는 학부모들의 열망이 ‘영재학교 입학’이라는 구체적인 목표를 두고 격렬하게 표출되면서 영재판별 과정의 신뢰도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 박희진 미국 피츠버그대 국제교육연구소 연구원
미국 학교제도의 특성상 한번 영재학교에 입학하게 되면 이후 6년 혹은 그 이상의 기간 동안 영재교육과정을 받을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이후에 영재학교로의 진입이 쉽지 않아지기 때문에 학부모들은 영재학교 입학시험에 더욱 열을 올리게 된다. 그런 이유로 막대한 돈을 들여서라도 어린 자녀에게 영재판별 시험을 준비하게 하는 이른바 ‘치맛바람’을 일으키는 학부모들이 적지 않아졌다. 이런 학부모의 열기로 입학시험인 영재판별 시험을 준비하는 사립교육과정이 생겨나고, 사교육 시장까지 형성됐다. 방법이나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 모르겠지만 ‘내 아이에게 최선의 것을 주고 싶다’라는 학부모의 바람은 보편적인 것이기에 영재학교 입시를 둘러싼 학부모의 적극적인 지원을 탓할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문제는 현행 영재판별 도구가 재능이 있는 아이들을 제대로 선별해 내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인종적, 문화적, 사회 · 경제적으로 다양한 계층의 아이들에게 고른 기회를 주지 못하고 있다는 주장이 우세하다.
일례로, 2009 · 2010 학사년을 기준으로, 뉴욕시 유치원생의 인종 구성을 볼 때 히스패닉계가 40%이고 아프리카계가 30%인데 반해, 영재학교 내 인종구성비는 히스패닉계가 12%, 아프리카계는 15%로 큰 차이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반면, 현재 영재교육의 수혜를 받는 아동 중 백인 아동이 차지하는 비율은 상대적으로 높아서, 영재학교 내의 인종적 다양성에 대한 문제가 제기된 것이다. 아울러 아직 정확한 통계 자료는 없지만, 영재학교 준비과정에 소요되는 사교육비가 만만찮다는 점을 고려할 때 경제적으로 부유한 가정의 자녀들이 상대적으로 유리한 입장에 놓이게 된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는 견해들이 나오고 있다.
또한, 영재교육 프로그램에서 여초현상이 최근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프로그램 내 성비 불균형 문제 또한 영재선발과정이 남아의 성장 특성에 맞게 진행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있다. 뉴욕시내 할렘 지역 학교 영재프로그램은 학생의 75%가 여아이며 뉴욕시내 다른 영재프로그램에서도 비슷한 수준의 여초 현상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뉴욕시의 영재프로그램 선발과정에서는 성별편향성이 적은 ‘브래켄 취학준비도 평가(Bracken School Readiness Assessment)’보다 여학생들에게 유리한 것으로 알려진 ‘오티스-레논 학습능력 평가(Otis-Lennon School Ability Test)’가 널리 사용되고 있다. 상황이 이러하다 보니 영재학교 내 교육 프로그램도 여아의 특성을 중심으로 정적이고 언어 중심적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지적이 있다. 때문에 공간 및 사물을 활용한 실험적인 교수 방법에 보다 효율적인 반응을 보이는 남학생들이 소외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자세한 내용은 월간 새교육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