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의 50대 중반의 선배 여선생님들로부터 듣고 의아했던 이야기 중 하나는 바로 “우리 때는 아이 낳고 며칠 있다가 바로 출근했어. 그래도 군말 않고 학교에 출근했었지….”하는 것이었다. 이는 현재 여교사들의 출산과 관련된 환경이 많이 좋아졌음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과거 우리 사회에서 ‘출산’이라는 여교사들의 기초적인 권리마저도 박탈당했던 적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우리보다 훨씬 남녀평등사상이 보편화되어 있다고 여겨지는 중국 교육계에서는 아직도 개인의 사생활로 마땅히 보호받아야하는 기혼 여성의 아이 낳을 권리가 제약받는 것으로 나타나 충격을 주고 있다. 흔히 중국은 우리나라에 비해 여성의 지위가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 가정에서는 여성의 파워가 남성에 비해 강하고, 사회적으로도 여성의 역할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고 알고 있다. 하지만 중국 사회를 깊숙이 들여다보면 실제로 그렇지 못한 게 현실인 듯하다.
이러한 사실은 최근 중국의 일간 신문에 보도된 ‘여교사들이 아이를 낳으려면 번호표를 뽑고 대기를 해야 한다’는 기사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여교사들의 출산 제한과 관련한 중국 교육계의 문제에 대해 지난해 12월 중순 양즈완빠오(楊子晩報)에 보도된 사건의 개요는 다음과 같다. 지난해 유치원 여교사와 결혼을 한 양(楊) 선생은 최근 아이를 갖고 싶었으나 부인이 근무하는 유치원 측으로부터 이미 향후 1년 동안 출산을 예약한 여교사들이 많으니, 아이를 가지려면 번호표를 뽑고 기다려야 한다는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양 선생의 나이가 서른 살이 되어 아이를 낳기에 적당한 시기라고 판단한 부부는 합의 하에 2009년에 아이를 갖기로 했다. 그런데 지난해 10월경 유치원의 책임자가 부인에게 출산과 관련하여 몇 가지 질문을 하는 과정에서 두 부부가 아이를 낳을 계획임을 알게 되었고, 이에 대해 반대 의견을 낸 것이다. 유치원 관계자의 반대 이유는 2009년에는 이미 두 명의 여교사가 아이를 낳겠다고 먼저 신청한 상태이므로 만약 아이 낳기를 원한다면 유치원에 보고한 후 대기해야 하며, 적어도 2010년은 되어야 아이를 낳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아이를 갖는데 줄을 서라니? 부인으로부터 이러한 상황을 전해 들은 양 선생은 유치원에 항의했다. 이에 대해 유치원 관계자는 해당 유치원에는 젊은 여교사가 비교적 많고, 이 가운데 많은 수가 아이를 낳기 원하고 있기 때문에 정상적인 유치원 수업에 영향을 받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부득이 여교사들로부터 출산 전에 먼저 학교 측에 보고 한 후 학교의 안배에 따라 아이를 갖도록 하도록 하고 있다는 답변만을 들었다. 이러한 학교 측의 의견에 양 선생은 도저히 동의할 수 없었다. 아이를 낳고 기르는 문제는 가정의 여러 사정을 고려한 부부 간의 합의로 이루어지는 것이거늘 어찌 순서를 기다린 후에 아이를 가질 수 있단 말인가? 유치원의 이 같은 조치에 양 선생은 강력하게 항의했으나 양 선생의 항의에 대해 유치원 측에서는 여교사의 출산에 대한 규제는 유치원에서 강제로 하는 것이 아니라 해당 교사와의 협의를 통해 결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크게 문제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에 양 선생은 결국 신문 기자를 대동하고 여러 차례 유치원 관리자를 면담하게 되었고, 그 결과 원래 2009년에 출산하기로 예정되어 있던 한 여교사의 생각이 변했다는 유치원 측의 궁색한 입장 번복을 통해 출산 허가를 받을 수 있었다. 이런 말이 안 되는 상황을 경험한 양 선생은 이러한 사실을 법에 호소해 해결하려고 했으나 부인의 앞날을 생각해 참기로 했다.
웃지 못할 헤프닝 같지만 이와 같은 ‘아이 낳기 위한 줄 서기’ 현상은 중국 대다수의 유치원 및 초등학교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학교 관계자들은 젊은 여교사가 대부분인 유치원 및 초등학교에서 만일 이 같은 묵시적인 규정이 없으면 같은 시기에 여러 명의 여교사가 동시에 임신과 출산을 하게 될 경우 학교 운영에 막대한 피해를 가져올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는 현재 중국에서는 젊은이들이 결혼하는 날은 대체로 정해져 있다는 사실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대부분의 중국 젊은이들은 이른바 길일이라고 부르는 몇 날을 제외하고는 5월 1일 노동절과 10월 1일 국경절 연휴 기간에 결혼하는 관례가 있다. 이로 인해 임신을 하고, 아이를 낳는 것도 서로 비슷한 시기에 이루어질 수가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동시다발적인 여교사들의 출산으로 인한 수업결손을 막기 위해 여교사가 아이를 갖기 전에 학교에 미리 보고하도록 하고, 학교는 이를 토대로 미리 출산에 대비하는 것이 불문율로 되어가고 있다.
이러한 학교 측의 요구가 인권침해 행위임에도 대부분의 중국 여교사들은 이에 대해 수긍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 이유는 현재 중국에서 여교사의 지위가 점차 상승하여 비교적 안정된 직업으로 인식되어 가고 있는 단계이고, 특히 대부분의 사립학교의 경우 1년 단위로 계약이 이루어져서 임신과 출산으로 인해 학교를 쉬게 될 경우 바로 해직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중국의 유치원 및 초등학교 여교사들은 비인격적인 대우를 받으면서도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학교 측과 자신의 임신 및 출산에 대해 협의를 하고 있으며, 학교는 이를 근거로 여교사의 출산을 마음대로 조절하고 있는 것이다.
여교사의 출산 제한과 관련한 비인격적인 상황이 발생하는 것은 바로 중국 유치원과 초등학교에 여교사의 비율이 지나치게 높은데다 일반적으로 중국에서 초등학교에 남자 교사들이 지원하지 않는 현실에서도 기인한다. 특히 입시 위주로 이루어지는 중국 교육의 특성과 교직이라는 신분상의 특수성으로 출산한 여교사를 대신해 아무나 대체 강사로 고용할 수 없는 형편이어서 학교 측에서는 이를 사전에 파악하고 이에 대한 대응방안을 마련해두려는 것이다.
중국 교육계에 만연되어 있는 이 같은 여교사의 ‘아이 낳기 위한 줄서기’와 관련하여 중국 네티즌들의 대부분은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개인의 사적 영역인 아이 낳기조차 학교 측에 허가를 받아야 하는 행위는 심각한 인권침해라는 것이 대다수 중국 네티즌들의 생각이다. 하지만 생존을 위한 절대적인 복종을 미덕으로 인식하고 있는 중국에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 도전하는 용기 있는 이들은 아직 많지 않다. 이들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은 단지 현실에 순응하거나 교사의 길을 포기하는 두 가지 방법밖에 없다. 물론 최근에 교사의 자격을 강화하고, 교사의 지위를 높이려는 중국 정부의 노력으로 인해 이러한 비인권적인 행태는 점차 줄어들고는 있으나 아직까지도 여교사들의 권리 보장은 낮은 상태다. 최근 들어서는 이러한 출산과 관련된 인권침해의 심각성을 인식한 중국 교육계에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가지로 고민을 하고 있다. 그 가운데 가장 심도 있게 논의되고 있는 것은 국가가 주관해 퇴직교사를 중심으로 하는 인력풀(pool)을 만들어 이를 통해 교사의 부족 상황을 대처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의견들도 입시위주의 중국 교육의 현실과 여교사에 대한 낮은 사회적 인식으로 인해 아직은 받아들여지지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