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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으로 시작되는 신나는 방학

독일의 학생들에게 방학에 여행을 빼놓을 수 없다. 아이들이 우선 방학을 하면 길든, 짧든 가족들이 휴가를 내 함께 여행을 떠난다. 독일의 16개 주는 교통의 원활한 소통을 위해 여름 방학이 시작하는 날짜에 조금씩 차이를 둘 정도다.

제시카(14)는 숲 속에 빌라가 모여 있는 프로나우라는 베를린 외곽에 산다. 비교적 부유한 계층이 지역이다. 아버지는 야채 도매상을 한다. 제시카는 이번 여름 방학 때 아버지와 함께 런던으로 관광을 갈 계획이다. 이번 런던 관광은 아버지가 제시카에게 주는 생일 선물이다. 런던은 제시카가 가장 좋아하는 도시다. 그녀는 현재 베를린 근교 포츠담에 소재한 영국계 사립학교를 다니고 있어서 영어가 유창하다. 런던에서 좋아하는 뮤지컬을 보고, 쇼핑할 생각에 벌써 신이 났다.

여행길 교통 혼잡으로 방학일 조정도
로빈(15)과 로잔나(18)는 홀어머니와 함께 산다. 어머니 로라(42)는 평범한 사무원이다. 이들 3인가족은 비교적 임대료가 저렴한 베를린 베딩(Wedding)지역에 산다. 하지만 방학 때 다른 것은 몰라도 셋이 함께하는 여행은 포기하지 않는다. 지난 부활절 방학 때는 모두 함께 에스토니아에 다녀왔다. 이번 여름방학엔 오스트리아 빈에 가볼 예정이다. 어머니 로라는 “여행 중 배우는 것이 많다. 일상을 떠나 다른 나라의 풍습과 새로운 것을 접하는 것이 좋다. 그래서 방학 때면 짧은 기간이라도 꼭 아이들과 함께 여행을 한다”고 말한다.

이 두 예처럼 유럽 학생들에게 방학에 여행을 빼놓을 수 없다. 그래서 방학이라 하면 유럽 사람들은 으레 여행을 떠올린다. 아이들이 우선 방학을 하면 길든, 짧든 가족들이 휴가를 내어 함께 여행을 떠난다. 가령 독일의 16개 주는 교통의 원활한 소통을 위해 여름 방학이 시작하는 날짜에 조금씩 차이를 둔다. 이는 스위스와 오스트리아도 마찬가지다. 학교 방학이 시작되자마자 가족들과 함께 휴가를 떠난다. 그래서 휴가 차량으로 복잡한 도로 때문에 각 주들이 서로 합의를 하여 방학 시작일이 겹치지 않게 한다. 프랑스의 경우 전국을 세 지역으로 나누어 방학 기간이 조금씩 다르다. 영국만이 예외로 전국의 방학 기간이 동일하다.

숙제, 보충수업 없는 6주간의 여름방학
독일의 경우, 1년 중 방학 일수는 총 75일이다. 그런데 이 날들은 가장 긴 여름 방학 6주를 제외하곤 가을 방학, 크리스마스, 겨울(에너지) 방학, 부활절, 성령강림절에 1~2주씩 나뉘어져 있다. 보통 가을인 9월에 새 학년을 시작하는 독일에선 10월 중순부터 하는 가을 방학이 처음 맞는 방학이다. 원래 가을 방학은 일명 ‘감자방학’이라고도 부른다. 감자가 주식인 독일에서는 19세기 말 학생들이 집에서 감자추수를 돕게 하기 위해 방학을 했다. 또 겨울 방학은 에너지 방학이라고도 하는데, 가장 추운 겨울에 에너지를 아끼기 위해 1~2주간 단기 방학에 들어간다.

한편 교사에겐 학생들의 방학은 꼭 휴가만이 아니라, 수업을 하지 않는 근무시간이다. 학생들의 방학 동안 교사들은 연수를 받거나 회의에 참석해야 한다. 그 밖에도 교사가 학기 중 정규 수업보다 더 많은 시간의 수업을 한 경우, 초과 수업시간을 휴가로 쓸 수 있다. 또 이들은 방학기간만 휴가를 낼 수 있다.

보통 방학 숙제나 보충 수업은 없으므로 비교적 자유로운 편이다. 하지만 피사 학력 테스트 논란과 경쟁을 부추기는 분위기 때문에 독일 학생들도 학업과 성적 압박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2000년대 초 OECD회원국의 중학생을 대상으로 한 학력 테스트인 피사 테스트에서 중하위권 저조한 성적을 기록하면서 독일 교육계는 긴장 상태에 돌입했다. ‘시인과 사상가의 나라’의 자존심을 되찾기 위해 학부모와 학교 측은 학생들의 학력을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하지만 독일의 부모의 소득 수준과 학생들의 성적 간의 관계가 다른 나라에 비해 더욱 밀접하다는 연구 결과도 있어 독일의 교육 시스템이 교육의 기회균등의 역할을 제대로 해내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독일도 방학 때 사교육 열풍
이와 더불어 독일에서 과거에 비해 점차 과외가 성행하고 있다. 중산층 이상 계층의 전유물로만 여겨졌던 과외가 일부 저소득층 가정 사이에도 퍼지고 있다. 교육투자가 자녀들에게 해줄 수 있는 최고의 것이라는 것을 생각하는 부모는 어려운 재정상황에서도 과외에 투자하고 있다.

지몬(10)은 베를린에 고층아파트가 모여 있는 메르키셰피어텔(Markischer Viertel)에 산다. 유럽에서는 고층아파트가 슬럼화 되어 있어 주로 저소득층이 거주하고 있다. 건축자재도매상의 판매원인 아버지와 주부인 어머니는 형편이 어려워 방학마다 지몬과 함께 여행을 떠나지 못한다. 이들은 주로 방학 때도 집에 있거나, 베를린 베딩 지역에 사는 할머니께 가는 게 고작이다. 그런데도 지몬의 부모님은 방학 때도 지몬에게 과외를 시킨다. 지몬은 학교성적이 저조하기 때문에 방학 때라도 뒤떨어진 학업을 보충해야 한다는 게 부모님의 생각이다.

쿠르드 출신 터키 이주민 가족인 우누어(13)의 부모님도 ‘교육만이 살 길’이라는 생각으로 과외에 투자하는 경우다. 우누어는 인문계 학교를 다닌다. 2년마다 한 번씩 온 가족이 터키에 계신 우누어의 할머니 할아버지와 친지들을 방문하는 것을 빼놓고는 여행을 갈 형편이 못 된다. 우누어의 아버지(42)는 주택의 바닥 시공 기술자로 자영업자다. 하지만 넉넉하진 못하다. 어머니(38)는 쿠르드 지역의 열악한 교육 환경 탓에 초등학교 밖에 못 다녔다. 그래서 자식들에게만은 교육의 수혜를 받게 하고 싶었고 방학 동안에도 일주일에 두 번씩 독일어 과외를 받도록 하고 있다. 다른 곳의 지출을 줄여서라도 교육에 투자하는 전형적 예다.

독일 교육부의 통계에 의하면 현재 전체 독일 학생 중 8명 중 하나에서 10명 중 하나가 방과 후 과외를 받고 있으며, 중·고등학교 학생의 경우 네 명 중 하나가 과외를 받고 있다. 그리고 동독(11~16%)보다는 서독지역(25~30%)에 학생들이 과외 받는 빈도가 더 높다. 또 과외를 받는 대다수가 15세에서 16세 사이다. 과외과목은 수학, 영어, 제2외국어, 독일어 위주다. 독일어 과외는 남학생이, 수학 과외는 여학생이 더 많이 받는다. 전체 학생의 50%~70%가 과외를 받거나 학원에 다니는 한국이나 일본에 비할 바 아니지만 독일도 점점 과외가 늘어가고 있는 추세다.

클럽 활동으로 건전한 방학 보내기
한편 또 다른 방식으로 건전하게 방학생활을 하는 청소년들도 있다. 독일의 소도시 괴팅엔에 자진하여 책을 읽고 토론하는 <유부크루(Jugendbuch~Crew)>라는 동아리가 있다. 13세에서 16세까지의 학생들이 모여 만든 이 동아리는 보통 일주일에 한 번씩 모여 함께 정해 놓고 읽은 책들에 대해 자유롭게 이야기 나눈다. 대부분 부모가 대졸 이상인 이들은 집에 텔레비전이 없다. 학기 중에 학업 때문에 바빴던 이들은 방학을 이용해 더 많은 양의 책을 읽고 만나 토론한다. 이 동아리엔 규칙이 있다. 어른은 낄 수 없다. 예전에 이 동아리 회원이었더라도 여기에 참석하지 못한다.

함께 읽는 책은 보통 청소년들이 지루하게 여기는 고전문학만이 아니다. 이들이 생각하기에 좋은 책은 새롭고 감동적인 이야기가 들어있어야 한다. 특히 이들은 청소년 독자의 감각에 맞는 책을 선호한다. 독서토론 동아리 ‘유부’의 회원인 마이크(15)는 “행간에 일상에서의 느낌이 잘 드러나는 책을 좋아한다. 부모님이나 형 누나가 읽었던 책들도 나쁘지 않지만 이 책들의 내용을 우리가 처한 현실을 바탕으로 공감하긴 어렵다”고 말한다.

가령 독일 제 3제국 이야기를 다루고, 1971년에 출판되었던 유디트 케르(Judith Kerr)의 <히틀러가 분홍 토끼를 훔쳤을 때>는 현재 학교에서도 항상 다뤄지는 유명한 청소년 소설이다. 좋은 소설이지만 너무 먼 옛날이야기다. “학교에서 단골로 읽는 텍스트는 주로 사회문제 즉, 실업, 폭력, 임신 등에 관한 이야기다. 그렇지만 이런 것은 더 이상 읽고 싶지 않다. 물론 사회현실을 그대로 서술한 것이지만 이를 통해 우리의 감정, 언어에 대한 느낌 같은 것을 전달받긴 어렵다”고 모리아(14)는 말한다.

이 동아리의 잠재력을 눈치 챈 큰 출판사들은 앞을 다투어 이 유부크루에게 새로 출간된 청소년 도서를 정기적으로 보낸다. 그리고 이들은 비평을 써서 출판사, 학교, 개인적으로 보낸다. 그리고 몇 년 전부터는 <유부크루>의 회원들은 독일 청소년문학상의 심사위원으로 참석하고 있다.

방학일수 축소는 열띤 논쟁 중
한편, 지난해 여름부터 바이에른 주에서는 방학일수 축소 논쟁이 있었다. 보수성향의 기사련(CSU·기독교 사회연합당)의 원내 총무인 요아힘 헤르만은 방학이 너무 길다고 지적하며 방학일수를 줄일 것을 제안했다. 그는 “14주의 방학은 꼭 필요한 것이 아니다. 지나치게 긴 6주간의 여름 방학은 원래 학생들이 농번기에 농사일을 돕기 위해 생긴 것이다. 휴식을 위해서 4주면 충분하다”고 말했다. 또 많은 학부형, 특히 혼자서 자녀를 양육하거나 맞벌이 하는 부모에게는 방학이 오히려 고역이라고 말한다.

부활절, 크리스마스와 같은 단기간의 방학은 부모가 휴가를 내서 아이들과 함께 있을 수 있지만, 6주간의 여름 방학에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을 방치할 수만은 없어서 문제다. 공공기관에서 제공하는 여름학교나 여름캠프 등의 방학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주는 얼마 되지 않는다. 그리고 민영기관의 방학 프로그램은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

교원노조 반발로 유야무야 돼
이 방학 축소 제안은 독일 교원 노조를 비롯한 교사의 반발의 목소리가 더 커서 거의 유야무야됐다. “학생들은 고된 학교생활에서 휴식이 필요하다. 현재 방학 기간은 휴식과 재충전을 위해 꼭 필요한 시간”이라고 독일 교사연합 의장 요세프 크라우스는 방학 축소에 반대하는 입장을 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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