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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래언덕 속 오아시스 두웅습지

우리나라에도 사막이 있을까? 키 작은 나무가 듬성듬성 자라거나 맨땅으로 이루어진 황무지 또는 거대한 모래벌판을 사막이라고 말한다. 사막은 물이 귀하고 황량하여 생명이 잘 살지 못하는 죽음의 땅인 동시에 군데군데 오아시스를 품고 있는 생존을 위한 약속의 땅이다. 우리나라 지도에 유일하게 기록된 사막, 정확하게 말한다면 태안반도의 신두리사구는 겨울철에 황량한 사막의 모습을 보인다. 사막처럼 보이는 신두리사구에도 습지 생물들에게 약속의 땅을 제공하고 있으니, 그곳이 바로 나라에 유일하게 있는 사구습지인 두웅습지이다.



바닷가의 거대한 모래언덕 사구(砂丘)

거대한 모래언덕, 황량한 겨울바람이 불어오는 언덕에 올라서면 바람에 날린 모래가 한치 앞을 보지 못하게 눈을 때리고, 묵직한 신발은 모래 속으로 계속 빨려 들어가 그냥 걷기도 힘이 든다. ‘이런 곳에 생명이 살 수 있을까?’하는 의문을 갖지만, 봄이 찾아오면 다양한 식물들이 싹을 틔워 초록의 세상을 만든다. 이때부터 모래언덕은 바다와 더욱 진한 앙상블을 이루면서 이곳을 찾아오는 생명들에게 존재의 의미를 일깨워 준다.

사구는 해안이나 사막에서 바람에 의해 운반·퇴적되어 이루어진 모래 언덕을 말한다. 만들어진 곳에 따라 해안가의 모래에 의한 해안사구, 사막과 황무지 같이 건조한 내륙에서 만들어지는 내륙사구, 거대한 호숫가의 호반사구, 강가의 모래에 의한 하반사구가 있다. 이들은 바람의 세기와 방향에 따라 여러 모양과 크기를 보이고, 어떤 경우에는 서서히 이동하기도 한다.

이 중 우리나라에는 강가의 모래에 의한 하반사구와 강 또는 육지의 모래가 바람에 날려 와 쌓인 모래언덕인 해안사구가 나타난다. 하반사구는 낙동강에 주로 분포하고, 해안사구는 모래 해수욕장에서 나타나는데, 대부분이 파괴되고 크게 알려진 주요 사구에는 신두리, 학암포, 구례포, 만리포, 연포, 몽산포, 청포대, 마검포, 삼봉, 기지포 등이 있다. 또 이보다 규모는 작지만 제주도의 중문해수욕장이나 동해안의 경포해수욕장, 포항의 형산강, 송정해수욕장 등이 있다.

해안사구는 바닷물과 바람에 의해 만들어진다. 해류에 의해 사빈(해수욕장)으로 운반된 모래가 계속적인 파랑에 의해 밀려 올려지고, 밀려온 모래는 바람에 의해 낮은 언덕 모양으로 쌓여 사구를 만든다. 이런 사구는 주변의 지형, 모래 공급량 및 바람의 세기와 방향에 따라 크기가 달라진다.

해안사구는 육지와 바다 사이의 퇴적물을 조절하여 해안을 보호하고, 해안과 내륙의 생태계를 이어주는 완충 역할을 한다. 이런 완충 지역의 지형과 식생은 특이한데, 모래언덕의 바람자국은 사막지역에서나 볼 수 있는 독특한 경관을 나타낸다. 또 이곳에는 독특한 식생이 발달하여 여러 종류의 사초류가 번성하고, 모래지치나 해당화의 군락이 나타난다. 그 외에도 폭풍과 해일로부터 해안선과 농경지를 보호하고, 지하수를 품었다가 뿜어 올려 해안가의 사람들에게 식수를 공급하며, 사구에 의한 반달형의 아름다운 해수욕장을 만들어 아름다운 경관을 제공한다.

최대 규모로 학술적 가치 높아
모래언덕 중에서 가장 높은 것은 제주도의 중문해수욕장이다. 태평양의 거친 파도가 끊임없이 모래를 싣고 와 만든 것이 중문의 모래언덕이다. 계속된 모래언덕의 파괴로 사람의 접근을 허용하지 않고 있지만, 고개를 뒤로 활짝 제쳐야 보일 만큼 높다. 남해안과 동해안의 사구는 파도의 영향을 크게 받는데, 끊임없는 파랑에 의해 모래가 공급되고 모래의 쌓임에 의해 아름다운 해빈과 사구가 만들어진다. 그렇지만 서해안의 모래언덕은 파도의 영향도 있지만 그보다 바람의 영향이 더 크게 작용하였다.

우리나라 해안사구의 전형적인 모습은 약 1만 5천 년 전부터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신두리사구에서 찾을 수 있다. 태안반도 북서부의 태안군 원북면 신두리에 자리 잡고 있는 이 사구는 해변을 따라 길이 3.4㎞, 너비 0.5~1.3㎞이다. 사구의 모습이 그런대로 보존된 북쪽의 일부 지역이 2001년 11월에 천연기념물 제431호로 지정되어 보호되고 있다. 이곳은 신두리 해안의 만입부에 있는 사빈의 배후에 분포하는데, 인접 해역은 모래로 구성되어 있다. 물이 빠지면 넓은 모래갯벌과 해빈이 드러나는데, 해빈의 길이는 3㎞, 폭은 200m이다. 겨울철에 강한 북서풍이 불어오고 이 북서풍에 의해 모래가 갯벌과 해변에서 육지로 이동되어 사구를 더욱 살찌게 한다. 이런 지형적인 장점 때문에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사구를 만들 수 있었다.

최대 규모의 해안사구로서 사구의 원형이 잘 보존되어 있고, 전사구, 초승달 모양의 사구인 바르한, 사구습지 등 다양한 지형들이 발달되어, 이를 통해 사구의 형성과정과 과거의 환경을 밝힐 수 있어 학술적 가치가 높다고 한다. 그렇지만 다른 지역의 사구와 마찬가지로 신두리사구도 개발로 인하여 원래의 모습을 많이 잃어버렸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지역에도 펜션이 위치하고 차량과 오프로드용으로 이용되는 도로가 위치하여,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출입하면서 계속적인 파괴를 하고 있다. 몇 해 전에는 신두리 앞바다와 맞닿는 남쪽 의항리에 방조제를 쌓았는데, 초봄을 제외하고는 모래바람이 뚝 끊어졌다고 한다. 더 놀라운 사실은 북서풍이 의항방조제에 막히면서 만리포로 방향을 틀어 모래가 만리포 백사장 뒤쪽 제방 위까지 날아와 큰 피해를 주고 있다고 한다.

계절마다 다른 모습의 식물 볼 수 있어
모래만으로 이루어진 신두리사구에는 다양한 생물들이 살아가고 있다. 가장 번성을 이루는 식물에는 통보리사초, 갯보리, 해당화, 띠, 모래지치, 산조풀, 순비기나무 등이고, 그 외에도 갯쇠보리, 수송나물, 갯메꽃, 달맞이꽃, 갯방풍, 개사철쑥, 서양민들레, 수크령, 눈갯버들, 땅비수리, 등갈퀴나물, 쌀새, 갯완두, 포아풀, 떡쑥 등이 자라고 있다. 사구 내에도 비가 오면 습지가 만들어지는데, 이곳에는 개여뀌, 솔방울고랭이, 쉽사리, 털부처꽃, 물억새 등이 자란다.


방조제 건설로 모래 공급이 잘 되고 있지 않지만, 그래도 사구는 스스로 모래를 간직하는 방법을 터득하였다. 자신의 넓은 가슴을 아무런 요구 없이 뿌리를 서로 뭉쳐서 자라는 식물들에게 내주었다. 모래언덕의 모래를 잡아 주는 역할을 하는 식물에는 해당화, 순비기나무 같은 관목과 통보리사초, 갯보리, 갯쇠보리, 수송나물, 갯메꽃, 모래지치 등의 초본이 있다.

특히 순비기나무는 해수욕장의 모래를 길게 뻗은 여러 가닥의 뿌리로 단단하게 잡아주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꽃은 여름에 자주색으로 핀다. 중요한 해변 식물인 순비기나무는 모래 해변뿐만 아니라 자갈이나 몽돌 해변에서도 잘 자란다.

사구의 상단부에는 소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그 주변에는 아카시나무와 버드나무가 자리 잡고 있다. 사구 식물이 번성을 누리면서 표범장지뱀, 맹꽁이, 쇠똥구리, 아무르산개구리, 참개구리, 무자치와 여러 종류의 새들이 둥지를 틀고 살고 있다. 특히 참새목의 종다리가 모래언덕에서 가장 활기차게 생활하고, 그 외에도 사구습지에는 멸종위기종인 금개구리가 살고 있다.

가을이면 식물들이 생기를 잃어버려 황색의 벌판으로 변하는데, 이는 모래가 섞인 겨울바람을 이겨내기 위한 이곳 식물들의 생존 방법이다. 넓은 사구의 절반이 사람들이 만든 도로에 의해 나누어지고, 계속적으로 세워지는 건물은 생물들의 보금자리를 훼손하고 있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사구 부분에도 도로가 닦여 있어 도로를 이용한 탐방은 가능하다. 해수욕장 주변에 차를 주차하고 검문소를 지나 한 발자국만 들어가면 더 넓은 모래언덕을 만나게 된다. 모래언덕 사이를 천천히 걸어 끝까지 가게 되면 약 2시간이 걸리고, 돌아올 때는 해수욕장을 이용하여 걸으면 된다.

사구의 모래는 물기가 거의 없어 걷기가 힘이 들지만 해빈(海濱)의 모래는 물기를 촉촉이 머금고 있어 차가 달려도 바퀴가 빠지지 않는다. 그래서 철 이른 해수욕 시즌에 철없는 사람들이 해빈 위를 자동차로 질주하기도 한다. 그들의 광란의 질주는 모래만 눈에 보이고, 그 속에 살고 있는 많은 생명체가 보이지 않기 때문에 가능할 것이다.

유일한 사구습지로 다양한 생물 서식
사구습지는 사구에 의해 만들어진 모든 습지를 지칭하는 말이나, 항상 물이 고여 있어 호수의 형태를 보이는 곳은 단 하나 두웅습지 뿐이다. 두웅습지는 일반 습지와는 달리 호수의 밑바닥이 모래로 이루어져 있고, 바닷가임에도 바닷물이 침투되지 않는 특이한 지형을 가지고 있다.

오래전 이곳에 모래언덕이 만들어지고 육지에서 바다로 흘려가던 빗물은 웅덩이에 모이기 시작한다. 이때는 바닷물과 민물이 서로 섞여 일종의 석호를 만들었다. 세월이 흐르면서 더 많은 모래가 쌓여 사구의 넓이는 더욱 넓어지고 웅덩이에는 더 이상 바닷물이 들어오지 못하게 된다. 이렇게 만들어진 호수가 두웅습지이다.

이곳에는 환경부 보호종인 금개구리와 맹꽁이가 집단으로 서식하고 있고, 그 주변에는 사구식물인 갯메꽃, 순비기나무 등 12종의 식물이 분포하여 보전가치가 높은 곳으로 평가 받고 있다. 그래서 사구습지로는 처음으로 이곳 일대 65,000㎡를 2002년에 습지보호구역으로 지정하여 보호하고 있다. 습지보호구역으로 지정된 이곳에는 국제적으로 멸종 위기에 놓인 노랑부리백로(천연기념물 361호)와 물속의 폭군곤충인 물장군, 이끼도롱뇽 등이 발견되어 그 값어치를 더하고 있다. 이끼도롱뇽은 2003년 대전 장태산에서 처음 발견되어 학계에 신종으로 보고된 희귀종이고, 물장군은 멸종 위기에 놓인 종이다.

두웅습지를 습지보호구역으로 지정하게 한 금개구리의 등은 밝은 녹색이고, 등의 옆줄에 있는 융기선은 연한 갈색이며, 배는 누런빛을 가진 붉은색으로 보인다. 암수 모두에게 울음주머니가 없는 것이 특징인데, 양서류 중에서 맹꽁이와 함께 유일하게 법으로 보호받는 특산 희귀종이다.

두웅습지가 보존되어야 하는 이유는 단지 사구습지의 대명사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이곳을 바탕으로 살아가는 생물들이 많이 있기 때문이다. 물속에는 민물새우, 도롱뇽, 맹꽁이, 금개구리, 붕어, 가물치가 살고 있고, 이를 먹이로 하는 새들도 호수를 찾고 있다. 근래에 들어 우리나라 습지의 불청객인 붉은귀거북과 황소개구리가 이곳에서 다량 번식되고 있다. 이들을 철저하게 방제하고 있지만, 그들의 숫자는 끊임없이 늘어나고 있다.

더 중요한 이유는 이곳이 희귀종인 맹꽁이와 금개구리의 산란 장소이기 때문이다. 두웅습지는 주변에 농경지가 적어 사람의 간섭은 적게 받으나 외래종의 침입으로 큰 몸살을 앓고 있다. 계속적으로 관리인이 황소개구리와 붉은귀거북을 포획하고 있으나 최상의 포식자를 이룬 이들이 쉽게 근절될지는 의문이다. 습지를 천천히 걸어 한 바퀴 도는데 10분이 걸리는데, 습지의 중간에는 수련이 자라고, 그 주변에는 달뿌리풀과 부들이 자라고 있다. 특히 수련 주위에서 놀고 있는 금개구리를 만난다면 더욱 호수는 황금색으로 빛날 것이다.


신두리 주변의 문화와 이야기
신두리를 품고 있는 태안반도는 태안군, 서산시, 예산군, 당진군에 속하며, 만과 반도가 많아 해안선이 복잡하고 몽산포, 연포, 만리포, 천리포 같은 해수욕장이 구석구석에 분포한다. 이곳은 리아스식 해안뿐만 아니라 해안 주변의 경치가 아름다워 1978년 태안해안국립공원으로 지정하였기에 모두를 통틀어 태안반도라고 부른다.

태안반도의 절반을 차지하는 곳이 안면도이다. 우리나라에서 여섯 번째로 큰 섬인 이곳은 조선시대에 삼남지역의 세곡을 실어 나르기 위해 섬의 일부를 절단하였으나 지금은 연륙교로 연결되어 있다. 이곳의 자랑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 중에서 단일 소나무숲으로 세계 최대인 자연휴양림을 가지고 있다. 안면도의 소나무는 쭉쭉 자라 모양이 좋기에 특별히 안면송이라 부르는데, 예전에는 궁중의 궁재나 배를 건조할 때 이용하였다. 또 안면도에는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종인 매화마름도 자라고 있다.

소나무로 이루어진 자연휴양림이 자연미를 가졌다면, ‘천리포수목원’은 인공미를 지닌 우리나라 최초의 민간 수목원이다. 故 민병갈(1979년 귀화한 Carl Ferris Miller) 수목원장이 개인 기금을 조성하여 세웠다. 천리포수목원은 7개 지역으로 나눈 다음 세계 각 지역의 토질, 기후, 기존 식물상 등에 따라 종류별로 적절히 배치하여 관리되고 있다.

신두리사구 가까이에는 이름이 특이한 해수욕장이 있는데, 만리포, 천리포, 백리포, 십리포, 일리포 등이다. 이 중 만리포가 가장 크지만, 실제 크기는 2.5㎞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크기가 조금씩 달라지는 해빈들이 순서대로 모여 있기에 붙여진 이름들이다.

예전에는 버려진 땅으로 여긴 해빈과 사구! 먹을 것이 부족한 시절에 아무런 생산성이 없는 모래언덕은 필요 없는 땅이었다. 그렇지만 모래언덕은 해안과 내륙 생태계를 이어주는 완충 역할을 하면서 폭풍과 해일로부터 해안선과 농경지를 보호하는 역할을 묵묵히 해왔다. 현대인들에게 있어 마음의 안식과 휴양은 어떤 보약보다도 몸을 편안하고 튼튼하게 한다. 넓은 반달형의 해빈과 사구, 갈매기 나는 석양의 모습은 이곳을 찾는 사람들에게 마음의 편안을 주기에 태안팔경 중 하나로 친다. 특히 사구 깊숙이 숨겨진 두웅습지는 사막의 오아시스처럼 삭막한 세상에도 희망의 옹달샘이 있다는 메시지를 우리에게 던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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