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층습지 99% 품고 있는 낙동강 가야의 동쪽이란 의미의 낙동강에는 경북 상주시 서쪽 지역에 위치하는 작은 마을 낙양의 이름이 포함되어 있다. 경상북도 지명 유래집에는 ‘낙양의 동쪽은 낙동, 서쪽은 낙서, 남쪽은 낙평, 북쪽은 낙원(낙상면)이다’라고 기록돼 있다. 그 외에도 낙동강은 크다는 의미의 아시량, 황강, 황산강으로도 불리었다. 낙동강은 강원도 태백시 황지못에서 시작되어 부산광역시 사하구 하단까지 총 길이 525㎞로 남한에서 가장 길고, 유역 넓이는 2만 3859㎢로 남한 넓이의 25%를 차지하고 있다. 굽이쳐 흐르는 물길이 1300리에 해당하지만, 보통 낙동강 700리라는 말을 많이 쓴다. 예전에는 부산에서 상주까지 배가 다녔는데, 배가 다닐 수 있는 길이 700리라서 붙여진 말이다. 남한에서 가장 넓은 지역을 적시고 흐르는 낙동강은 산을 만날 때마다 꾸불꾸불하게 휘어져 흐르다가 힘이 들어 가끔씩 쉬면서 물살이 느린 습지를 만든다. 낙동강 주변에는 배후습지성호소라 불리는 저층습지가 우리나라의 99%가 위치하고 있다. 대표적인 배후습지성호소에는 창녕의 우포늪과 장척늪, 창원의 주남저수지, 김해의 화포습지, 밀양의 삼랑진늪, 양산의 원동늪, 합천의 여러
민족의 명산 지리산 높이 1915m의 지리산은 3개도(道) 5개군(郡)에 걸쳐 있는데, 경상남도의 산청군·하동군·함양군, 전라남도의 구례군, 전라북도의 남원시에 몸을 펼치고 있다. 남도의 최고봉인 천왕봉을 중심으로 동쪽 날개는 중봉, 하봉, 두류봉, 쑥밭재, 왕등재, 웅석봉 등으로 이루어져 있고, 서쪽 날개는 제석봉, 삼신봉, 촛대봉, 칠선봉, 반야봉, 노고단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지리산은 두류산 또는 방장산으로도 불리는데, 어리석은 사람이 머물면 지혜로운 사람으로 달라진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두류산은 멀리 백두대간의 머리가 흘려왔다는 의미이고, 방장산은 신선이 사는 삼신산에서 유래되었다. 웅장한 산세와 넉넉한 자연의 품을 아끼는 많은 사람들이 찾는 지리산 산행의 백미는 주능선 산행이다. 능선을 중심으로 남북으로 펼쳐진 산하를 보면서 25.5㎞의 주능선을 걷노라면 하늘과 땅과 사람이 하나가 되는 몰아감을 느낄 수 있다. 특히 노고단에서 천왕봉까지 이어지는 주능선에는 1500m 이상의 봉우리만도 16개나 있어 더욱 운치를 더한다. 어느 코스에서 접근하더라도 주능선은 짧지만 실제 산행거리는 등정과 하산까지 합쳐 50㎞ 정도 된다. 백두대간을 추구하는 사람들
바닷가의 거대한 모래언덕 사구(砂丘) 거대한 모래언덕, 황량한 겨울바람이 불어오는 언덕에 올라서면 바람에 날린 모래가 한치 앞을 보지 못하게 눈을 때리고, 묵직한 신발은 모래 속으로 계속 빨려 들어가 그냥 걷기도 힘이 든다. ‘이런 곳에 생명이 살 수 있을까?’하는 의문을 갖지만, 봄이 찾아오면 다양한 식물들이 싹을 틔워 초록의 세상을 만든다. 이때부터 모래언덕은 바다와 더욱 진한 앙상블을 이루면서 이곳을 찾아오는 생명들에게 존재의 의미를 일깨워 준다. 사구는 해안이나 사막에서 바람에 의해 운반·퇴적되어 이루어진 모래 언덕을 말한다. 만들어진 곳에 따라 해안가의 모래에 의한 해안사구, 사막과 황무지 같이 건조한 내륙에서 만들어지는 내륙사구, 거대한 호숫가의 호반사구, 강가의 모래에 의한 하반사구가 있다. 이들은 바람의 세기와 방향에 따라 여러 모양과 크기를 보이고, 어떤 경우에는 서서히 이동하기도 한다. 이 중 우리나라에는 강가의 모래에 의한 하반사구와 강 또는 육지의 모래가 바람에 날려 와 쌓인 모래언덕인 해안사구가 나타난다. 하반사구는 낙동강에 주로 분포하고, 해안사구는 모래 해수욕장에서 나타나는데, 대부분이 파괴되고 크게 알려진 주요 사구에는 신두리,
자연늪 품고 낙동강 구원하는 황강 거창군 가북면의 산악지대에서 출발된 황강은 덕유산에서 내려온 위천을 만나 몸통을 불린 다음, 거창과 합천군을 가로질러 가다가 청덕군 적포리에서 낙동강에 흘러 들어간다. 전체 길이는 111㎞이고, 물길의 경사가 심해 토사가 많고 일부에서는 하천의 바닥이 평야지대보다 높은 천정천을 이루기도 한다. 토사의 대부분은 은백색의 모래로 이루어져 있어, 강바닥과 주변은 황금 색깔을 보인다. 먼저 자리 잡은 모래알들은 강물에 떠내려 온 작은 진흙 입자를 받아 들여 넓은 퇴적층을 이루고, 그 퇴적물들은 버드나무의 씨앗을 잉태하여 웅장한 버들숲을 만들었다. 여름이면 황금빛 나는 강변에 시원하게 잎을 드리우는 버들숲은 그 자체가 즐거움을 준다. 그 뿐만 아니라 버들숲은 사람들에 의해 더렵혀진 강물에서 나쁜 성분을 걸려 내고, 몸속에서 많은 산소를 뿜어 강을 맑게 해 준다. 이렇게 깨끗하게 정화된 강물은 낙동강에 생명수를 공급하는 구원의 물이 된다. 새 생명이 어미의 젖을 먹고 생명을 이어 가듯 주변의 공단에 의해 크게 오염된 낙동강에 다량의 용존산소를 공급하는 역할을 하기에 ‘모성의 강’이라고도 한다. 합천은 경상남도에서 가장 큰 군이지만 80
안개 속에 숨은 신비한 고층습원 대암산은 해발 1304m의 높은 산으로 강원도 양구군과 인제군의 경계에 위치하고 있다. 큰 바위산인 대암산은 산자락에서부터 정상까지 바위들로 이루어진 험한 산이다. 큰 바위가 품었던 지하수가 솟아나 넘쳐흘러 정상의 남서쪽 사면인 1180m의 구릉지대에 만든 것이 용늪이다. 높은 두 봉우리 사이에 여인의 가슴처럼 약 9200평 크기의 넓은 풀밭이 있는데, 이곳이 고층습원인 용늪이다. 용늪을 적시고 내린 산성의 젖줄은 인북천을 이룬 다음 소양강에 몸을 합친다. 일 년의 절반이 안개에 쌓인 용늪은 그 자체가 신비스러움을 더한다. 이곳은 연중 온도차가 크고 안개일수가 많아 습도가 높고 표층수의 증발량이 낮아 자연스럽게 늪이 형성되었다고 추측하고 있다. 예전부터 사람의 접근이 어려운 신령스런 곳으로 취급을 받아온 이곳은 가뭄이 들면 ‘용연기우제’를 하늘에 드렸다. 양구 지방 민요인 돌산령 타령에 따르면 용늪은 이곳 사람들의 삶의 장소였다. ‘문바위 용늪에 얼레지 돋거든 우리 나 삼동서 나물 가세….’ 대암산을 문바위로 표현하고, 용늪 주변에는 얼레지 같은 산나물이 많이 자라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지금도 대암산에는 많은 산나물들이 나
마을 주민의 지극한 연꽃 사랑 자연보호헌장의 첫머리에 ‘인간은 자연에서 태어나 자연의 혜택 속에서 살고 자연으로 돌아간다. 하늘과 땅과 바다와 이 속의 온갖 것들이 우리 삶의 자원이다’라고 적혀 있다. 지구의 맨 처음 생물체는 바다라는 물속에서 태어났고, 생물의 몸 대부분은 물로 구성되어 있다. 우리도 생물체의 한 종류로서 몸의 약 70%가 물로 되어 있다. 4대 문명의 발상지는 물 주변이고, 대부분의 선사 유적지도 물 주변에서 발견되고 있다. 인류는 정착 생활을 시작하면서 마을 주변에 인위적으로 습지를 만들어 물을 이용했는데, 우리나라에 남아있는 가장 오래된 인공 습지는 밀양의 수산제, 제천의 의림지, 김제의 벽골제 등이다. 이처럼 인간의 역사는 자연을 정복해 이용하면서 공존을 추구하는 삶이었고, 지금도 예전과 다름없다. 연꽃 밭으로 유명한 복룡저수지도 인공적으로 만들었다. 일제강점기에 영산강 유역 간척사업으로 무안군 일로읍에 300만평의 농장을 만들면서 농업용수를 제공하기 위해 둘레 3㎞의 복룡저수지(일명 회산지)가 탄생했다. 복룡저수지가 한창 젊음을 꽃 피우던 1955년 여름 어느 날, 마을 주민 정수동 씨는 연뿌리 12주를 저수지의 가장자리에 심게 된
해발 700m에 자리 잡은 산지습지 산허리에 걸린 구름이 자신의 몸 일부를 쉼 없이 나누어 만든 곳이 밀양의 재약산 사자평의 산들늪이다. 국내에서 가장 넓은 면적을 자랑하는 이곳에는 아홉 군데에서 샘물이 솟아올라 드넓은 산들늪을 적시고 흐르다가 작은 하천을 이루어 다양한 생물들에게 삶의 터전을 제공한다. 뿐만 아니라 표충사 경내의 영정((靈井)약수도 이곳의 물이 지하로 스며들어 솟아오른 것이다. 산 위의 넓은 들판에 있는 늪이라는 의미를 가진 산들늪. 영남 알프스의 한 봉우리인 재약산 수미봉(1108m)의 동남쪽에 위치한 대평원인 사자평의 일부분이다. 해발 700~800m에 위치하며 행정구역은 밀양시 단장면 구천리에 속한다. 영남 알프스는 밀양시, 청도군, 울주군의 3개 시·군에 모여 있는 해발 1000m 이상인 가지산, 운문산, 재약산, 신불산, 취서산, 고헌산, 간월산의 7개 산군을 말하는데 험한 산세와 아름다운 풍광이 유럽의 알프스에 버금간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산들늪은 2006년 고산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됐는데, 전체면적은 0.58㎢(약 18만평)이다. 생물 다양성이 풍부하고 생태적으로 우수한 자연경관을 가졌을 뿐만 아니라 이탄층이 발달된 습지에
일년 내내 꽃길로 단장되는 섬진강길! 섬진강에서 태어나 섬진강에 기대어 살며 아름다운 글로 노래하는 한 시인에 의해 더 널리 알려진 이 길은 봄에는 매화꽃, 벚꽃, 그리고 배꽃이, 여름에는 밤꽃과 코스모스가, 가을에는 산국과 쑥부쟁이를 포함하는 국화꽃과 단풍꽃이, 겨울에는 차나무꽃과 눈꽃이 피는 아름다운 길이다. 전북 진안군 백운면에서 길을 떠난 섬진강물이 남해바다에 몸을 풀기 까지 212.3킬로미터를 굽이쳐 달리는데 이는 나라 안에서 아홉 번째로 길게 달리는 물길이다. 대체로 강폭이 좁고 강바닥이 많이 노출되어 있어 뱃길로 이용하는 데는 불편하나 화개장터에서 하동읍까지의 강변 고운모래는 전국에 이름이 널리 알려져 있다. 이 금빛의 모래밭에는 금빛의 껍질을 가지는 재첩이라는 조개가 살고 있어 하동하면 재첩으로도 유명하다. 섬진강의 이름에도 이야기가 들어 있어 두꺼비섬(蟾)에, 나루진(津)을 사용하여 ‘나루터에 두꺼비가 나타난 강’이라는 의미이다. 고려 말 하동에 침입한 왜구들이 강을 건너려 하는데, 다압면 섬진마을의 나루터에 수만 마리의 두꺼비들이 모여들어 울부짖자 왜구들이 놀라 도망쳤기에 붙여진 이름이란다. 섬진강물길은 좌우로 산길을 가지는데, 이는 하동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