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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과학의 오솔길> ⑤ 공부의 의미


사람이 평생을 살면서 좋든 싫든 간에 지겹도록 많이 듣고 이야기하는 단어들이 있다. 그 가운데 '공부'라는 것도 최소한 열 손가락 안에 꼽을 수 있을 것으로 여겨진다. 특히 유년기로부터 청소년기까지 대부분의 사람들 그리고 교직에 몸담고 있는 사람들의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그러나 정작 '공부'라는 말 자체에 대해서는 별로 생각해본 적이 없는 듯 싶다.

공부를 사전에 찾아보면 한자어로 우선 '工夫'가 나온다. 그런데 '功夫'라는 것도 있으며 사실상 동일한 표현으로 여겨진다. 다만 어쩐 일인지 '工夫'는 우리가 흔히 말하는 '공부'에, 그리고 '功夫'는 중국의 전통 무술인 '쿵푸(kungfu)'를 가리키는 데에 쓰이는 것이 일반적이다.

한 가지 유의할 것은 '공부'라는 이 한자어를 토대로 처음부터 "공부는 한 사람의 대장부를 만드는 일"이라고 지레짐작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공부에서의 '부'는 별 뜻 없이 그냥 붙여진 접미어에 지나지 않는다. 곧 공부란 단어의 뜻은 '공'에 있으며, '부'는 단지 운율 관계상 덧붙여졌을 뿐이다. 비슷한 예를 우리말에서 보자면 '님'이라는 존칭 접미어가 있다. 이는 선생님, 사장님, 대통령님 등으로 쓰이는데 엄밀히 말하자면 이런 경우의 '님'은 사족이라고 해야 한다. 선생, 사장, 대통령이란 말 자체에 이미 높임의 뜻이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공부'의 뜻을 가장 단순히 말하자면 '훈련된 정도'라고 이해된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어딘지 허전하다. 우연이든 필연이든 '夫'라는 접미어를 나름대로의 뜻이 있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도 좋은 일로 여겨진다. 그러면 비로소 공부는 "한 사람의 대장부를 만드는 일"이란 뜻으로 거듭나게 된다. 하지만 오늘날 민주사회는 남녀평등사상이 그 바탕인 바, 위 뜻은 이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결점이 있다.

그런데 영어에서도 man 또는 mankind란 단어를 '인류'라는 뜻으로 넓혀서 사용한다. 결국 이를 토대로 공부의 뜻을 적절히 의역하면 "한 사람의 생활인으로서 부족함이 없는 사람을 만드는 일"로 풀이할 수 있다.

이렇게 정립된 이후의 이야기는 일상 접하는 수많은 책들에 쓰여 있다. 다만 한 가지 촘스키의 지적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그는 인간의 언어 능력이 진화과정을 통하여 이미 뇌 속에 프로그램 되어 있다고 주장하여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즉 인간의 발달된 손가락이나 새의 발달된 날개처럼 무형의 정신적 능력의 바탕도 진화적 산물로 이미 주어져 있다는 뜻이다.

마치 철새의 방향 감각, 연어의 회귀 능력, 해변의 모래밭에서 깨인 거북이 바다를 찾아가는 능력과도 같다. 사람이 모체에서 곧바로 성체로 탄생되어 나올 수 없는 이상 후일을 대비한 '최소한의 바탕'들만 잘 꾸려서 태아에 넣어준 셈이다. 언어 능력 및 그것을 포함하는 공부 능력도 이 바탕의 한 요소다.

따라서 공부는 태어난 후 이 바탕을 펼치고 지난 세대보다 더 나은 형태로 완성시켜 가는 과정이다. 그것이 진화 과정에 포섭되면 우리의 후손은 더욱 나은 바탕을 갖게 된다. 올바른 공부는 각 개인을 넘어 후세를 위한 의무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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