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선생님, 벌써 대학을 졸업하고 선생님이 된지도 20년이 지났군요. 요즘 학교생활은 즐거우신지요? 초등학교에서도 6학년 담임은 모두가 힘들어 기피한다고 하던데 올해도 스스로 6학년을 맡아 지도하신다니 책임감이 대단하신 분이라 생각됩니다. 그러나 학교는 단지 학생만을 가르치는 곳은 아닙니다. 교장, 교감 선생님이 계셔 교육행정을 담당하는 기관이기도 합니다. 또, 사무를 전담하는 행정직원과 시설을 담당하는 직원, 급식을 담당하는 분 등 다양한 역할들이 주어져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다양한 사람들과의 인간관계도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교사직에만 있다보면 교사 자신만이 중요한 직으로 생각하는 함정에 빠질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함정에 빠지게 되면 시간이 흐르면서 자신도 모르게 이기주의자로 포장될 수도 있습니다. 교직을 통하여 성공하기를 원하신다면 제자들을 잘 가르치는 것은 기본이지만 행복한 직장생활을 위해선 학생 외에도 모든 구성원들과의 원만한 관계 유지도 매우 중요합니다. 선생님들은 가르치는 것 외에 사무가 많다지만 어떤 분들은 종일 사무만 보고 있다는 것도 생각해 보기 바랍니다.
그래서 오늘은 학교조직을 이해하기 위하여 엄청난 경쟁률을 뚫고 대형 은행에 들어간 은행원을 생각하면서 이 글을 씁니다. 이 은행원은 신입 사원 연수를 마치고 수도권 외곽에 있는 어느 지점에 배치됐습니다. 존경할 만한 상사와 함께 근무하면서 열심히 배우고 좋은 평가 받으며 성공해야지…. 야심 찬 포부를 갖고 씩씩하게 출근을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직속 상사가 “이 일, 내일 아침까지 마무리해 놓게. 위에 제출해야 하거든.” 하면서 퇴근 무렵 갑자기 지시를 내렸습니다. ‘내일 아침까지?’ 속으로 어이가 없었지만 상급자의 지시를 거역할 수는 없었습니다.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거리며 ‘네’ 하고 답했지요. ‘어렵게 들어왔잖아. 불평하지 말고 열심히 해 보자.’ 집에 가서 밤새워 일할 각오를 하고 짐을 싸는데 이런 사정을 뻔히 알고 있던 부지점장이 툭 제안을 던졌습니다. “오늘 한 잔할까? 갈 수 있지?” ‘헉! 농담이야, 진담이야? 나를 골탕 먹이고 싶은 건가? 아니면 서류를 내일까지 내지 않아도 된다는 걸까?’ 한참 고민하다가 술자리에 따라갔습니다.
결론적으로 상사들이 술 마시며 내뱉는 시답잖은 소리를 들으며 뼛속까지 취했습니다. 결국 다음 날 아침까지 서류를 마무리하지 못해 과장에게 호되게 야단을 맞아야 했습니다. 이 이야기는 ‘어떻게 나를 지켜 낼 것인가’를 쓴 오가타 겐스케의 경험담이랍니다.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좋은 상사’를 만나고 싶어합니다. 그렇지만 어디 이런 일이 쉽게 될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상사’란 어떤 사람일까? 조사에 따르면 어려운 상황에 처했을 때 도움을 주는 상사, 직원의 성장을 지원하고 지켜봐 주는 상사, 할 일을 명확히 알려주고 이끌어 주는 상사 등을 거론합니다. 하지만 저자는 “상사는 상사일 뿐 부모도 선생님도 아니다”라고 이야기 합니다.
아무리 똑똑한 누구도 자신이 상사가 아닌 이상 상사를 선택할 수는 없습니다. 아무리 불평하고 괴로워해 봐야 상사는 절대 바뀌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현실에서 ‘이상적인 상사’를 찾기도 매우 어렵기도 하지요. 부하 직원이 상사를 대하는 마음가짐과 태도를 바꾸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강조합니다.
고 선생님은 교장이나 교감을 감시자로 생각하고 불편하게 생각한 적은 없었는지요? 그런 시간이 많았다면 결코 학교생활이 만족스럽지 못하였을 것 입니다. 이러한 최악의 상황을 피하려면 차라리 교장, 교감을 고객이라고 생각해 보고 학교생활을 해 보기 바랍니다. 상사인 교장, 교감을 상사가 아니라 일을 주고 근무 상황을 평가하는 ‘최대 고객’으로 받아들이는 것 입니다.
이런 생각은 아직 해 본 적이 없기에 결코 쉽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 길이 상사와 맞서 불편한 관계를 갖는 것보다는 더 행복한 길을 발견하는 좋은 방법을 발견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생각의 차이는 이제 막 첫발을 내디딘 신입 사원은 물론이고, 오랜 경력으로 직장 생활이 힘들게 느껴지는 모든 직장인이 한 번쯤은 생각해 볼 만한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무더운 여름 방학을 잘 보내시고 새 학기도 알차게 보내실 준비도 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