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의 시작이 숫자로는 1월 1일이다 . 그러나 학교에 근무하다 보면 3월이 되어야 비로소 새해가 시작되는 느낌이 든다. 3월이 되면 상급학교에 입학하거나 한 학년 올라가면서 새롭게 시작하던 기억 때문일 것이다. 마침 새 학기가 시작되는 3월 첫날에 고등학교 교사인 이정록 시인은 새로운 포옹을 시작한다.
시인은 “나이가 드니까 막내아들보다 어린 학생들이 귀여워서 야단치지 못하겠다”는 말을 꺼냈다. 그래서 호되게 꾸짖는 대신에 나름대로 고안해낸 방법이 있다는데, 그것이 참 시인답다.
자신이 담임을 맡은 반의 학생들이 한 번 잘못하면 선생님 손을 1분 동안 꼭 잡고 있기, 또 잘못을 저지르면 조회시간에 선생님과 팔짱 끼고 서 있기, 그 다음 벌칙은 3분간 선생님을 꼭 안고 있기. 그런데도 잘못을 반복하면 교무실에 가서 교감 선생님 안아 드리기, 그 다음엔 교장 선생님 안고 있기다.
혹시 한 대 쥐어박고 말았을 선생님의 손을 꼭 잡고 있게 하고 한 대 후려갈기고 싶은 팔을 붙잡게 하고 화가 나서 부글거리는 가슴을 안고 있게 한 것이 아니냐고 물었더니 시인 선생님은 잘못을 저지른 학생이 선생님을 꼭 안고 있으면서 뭔가 느끼길 바란다고 했다. 그러나 지난 학기에는 끝내 교장 선생님을 안아 드리는 벌까지 받은 학생이 있었는데 교장 선생님은 그 학생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다고 한다.
“야 이 녀석아, 교장 선생님 안고 있으니 좋으냐? 넌 앞으로 또 잘못해도 아무 걱정 없겠다. 안아 드릴 사람이 많거든. 학교운영위원장님도 계시고 동장님도 계시고 파출소장님도 계시고….” 이쯤 되면 담임선생님이나 교장 선생님이나 손발이 척척 맞는다. 사실 다 큰 남학생이 선생님을 꼭 안고 있으려면 얼마나 쑥스러울까. 그 장면을 상상하니 실실 웃음이 나온다. 아마 그 학생은 차라리 몇 대 맞는 편이 더 낫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어쩌면 그 학생도 아주 오랜만에 누군가를 포옹해보는 게 아닐까. 어린아이였을 때 엄마를 안아본 이후 처음일지 모른다. 따라서 억지 춘향일지라도 선생님과의 포옹을 통해 굳게 닫힌 마음의 빗장을 열 수 있다면 이보다 더 따뜻한 벌이 어디 있을까.
학교는 지금 새로운 탐색기에 들어 갔다. 학급에서 보이지 않는 새로운 권력개편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시인 선생님의 학생지도 방법을 보면서 ‘안아주기’ 벌칙이 전국적으로 퍼지면 참 좋겠다. 어린이집이든 유치원이든 학교든 지금 선생님은 가장 바쁘고 힘든 시간이다. 하지만 선생님들이 시인의 가슴을 가질 수 있다면 3월의 새 출발이 한 편의 서정시처럼 아름다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