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몇 달 전, 학교사택에서 아침운동으로 산책할 곳을 찾다가 좋은 코스를 발견했다. 학교 옆을 가로지르는 터널을 지나면 푸른 숲이 우거진 금수산의 작은 골짜기가 나온다. 공기청정도가 전국에서 제일이라는 금수산을 오르면 온 몸에 생기가 돌고 날아오르듯이 몸이 가벼워져 온다.
얼마 전에는 산을 오르다가 발견한 산딸기 넝쿨에 손을 찔려가면서 열매를 따먹느라 시간가는
줄도 몰랐다. 색다른 체험을 하고 산을 내려오면서 '우리 학교 아이들도 산딸기를 따먹을까' 하는 의문이 생겼다. 예전에는 등·하교길에 걸어다니며 들꽃도 관찰하고 곤충도 구경하며 딸기도 따먹곤 했지만 요즘은 산골아이들도 자연을 잘 모르는 것 같다.
운동장에서 마음껏 뛰어 노는 아이들도 보기 힘들다. 아침시간은 그렇다 하더라도 방과후에도 뛰어 노는 아이들이 줄고 있다. 시골은 같이 놀아줄 또래 아이들이 없고 도시 아이들은 학원을 다니느라 놀 시간이 없다. 시간이 나더라도 컴퓨터나 TV에 매달려 친구나 가족과는 점점 멀어지는 것 같아 안타깝기만 하다.
시골의 작은 학교는 이농으로 학생수가 점점 줄어 하나 둘씩 문을 닫는다. 경제 논리로 보면 너무 많은 비용이 드니까 학교 문을 닫는 것이겠지만 숲 속에 자리 잡은 폐교를 임간 학교, 자연생태학교, 체험학교로 만들어 자연과 거리를 두고 있는 도시의 어린이들에게 자연을 배울 수 있는 학교로 활용한다면 우리 교육에 신선한 바람을 불어넣을 수 있을 것이다.
요즘 학생들은 컴퓨터 앞에 붙어 앉아 게임을 하고 채팅을 하며 남모르게 음란물을 찾아 헤매고 있다. 학생들의 정신과 마음을 맑게 해주는 교육 프로그램이 필요한 때이다. 만약 이러한 자연 체험학교가 운영된다면 이는 학생들에게 오염된 환경을 걸러내는 필터와 같은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지금 시행중인 7차 교육과정은 지역실정에 맞게 재구성하여 가르치도록 만들어 가는 교육과정이다. 여러 과목으로 쪼개어 고정된 교실에서 멀티미디어를 활용하여 많은 지식을 넣어주기 보다는 자연 속에서 배우는 통합교육이 필요할 것이다.
친구와 손잡고 숲길을 걸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자연의 생태와 변화하는 모습을 관찰하면 과학수업이 되고, 시상(詩想)이 떠오를 때 바위에 걸터앉아서 동시를 지으면 국어수업이 되고, 스케치북에 자연의 아름다움을 표현하면 미술 수업이고, 맑은 공기를 마시며 숲 속에서 노래를 부르면 음악수업이고, 산을 오르면 체력단련이 되어 좋은 체육수업이 될 것이다.
자연과 더불어 생활하면 마음이 깨끗해지고 심신의 안정감을 찾으며 몸의 신진대사가 잘되어 착한 마음이 생기니 인성교육과 도덕교육이 저절로 되지 않겠는가. 이보다 더 위대하고 훌륭한 스승이 어디에 있을까.
아이들을 책상 앞에 앉혀놓고 꼭 필요하지도 않은, 지나치게 많은 내용을 넣어주려고 하는 어른들의 욕심이야말로 우리 교육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사교육비가 많이 드는 이유도 부모의 욕심 때문이다. 문명의 이기인 TV, 컴퓨터로부터 학생들을 되돌려 자연의 품에서 보고, 체험하며, 배우게 하는 운동을 펼쳐야 할 것이다.
푸른 숲을 바라보면서 자란 학생들이 안경을 적게 쓰는 이유가 무엇일까. 자연에서 배울 수 있는 기회를 더 많이 제공하는 것이야말로 학생들의 영혼을 살찌우는 길이고, 건강한 삶을 살 수 있게 해주는 지름길이 된다. 이제 우리 교육도 자연을 보고 배우게 하는 교육과정과 프로그램을 확대하는 쪽으로 방향을 전환해야 할 때이다. 자연보다 위대한 스승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