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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무한 경쟁 교육…낙오된 자들에게 패자부활전을

인간이 어떤 일을 하는 과정에는 적당한 시기가 있다. 공부도 다 ‘때’가 있는 것이다. 내가 아는 한 여 기자도 제때에 대학을 갔다. 이 기자는 사진 찍기와 그림 그리기를 그토록 좋아했건만 그의 아버지는 당신 딸이 날라리인 줄 모르고 ‘미대는 날라리들이 가는 곳’이라 안 된다는 아버지의 의지때문에 모 여대 사범대학에 들어갔다. 원하지도 않는 학교에 갔으니 공부는 뒷전이 된 것이다. 영화 ‘건축학 개론’의 수지처럼 4년 내내 책 한 권을 가슴에 안고 다니며 지금의 남편과 연애질만 했다고 자신의 과거를 털어 놓았다.

그러다보니 정작 하고 싶은 공부는 20여 년 후 시작했다. 모 전문대학 사진과에 입학한 것이다. 딸 같은 학생들과 경쟁하니 체력도 감각도 뒤질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꿈꿔 왔던 열정만큼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여 중간고사 전날은 고시원에서 밤새워 공부하고, 누비바지에 털모자를 쓰고 한 겨울 빌딩 옥상에 올라가 새벽까지 손을 호호 불며 셔터를 눌러대고. 행복하게 공부하고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했다.

이처럼 ‘공부의 때’라는 것은 ‘해야 할 때’가 아니라 ‘하고 싶은 때’였던 거다. 미국에 있는 친구 아들은 대학 갈 이유가 없다며 고등학교 졸업하고 아르바이트를 전전하고 다녔다. 그러던 어느 날. ‘아무래도 공부는 해야 되겠다’ 하더니 집 근처 커뮤니티 칼리지(우리나라 방송통신대학 같은 곳)에 들어가 2년 동안 죽어라 공부한 후 버클리대로 편입하고 지금은 번듯한 직장에 다니며 잘 산다고 전해주었다.

우리 나라도 대학이란 고교 졸업 후 곧바로 가는 것이 정석이겠지만 비록 학교를 떠났더라도 원하면 언제든 할 수 있게 그 문이 365일, 24시간 늘 넓게 열려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군부대 내 고졸 검정고시 대비 프로그램을 통해 틈틈이 공부를 한 사병 55명이 명예고교졸업식을 했다는 육군 1사단의 좋은 예도 있듯이 말이다.

‘여의도, 의정부, 울산, 수원, 인천’ 등지에서 발생한 ‘묻지 마 폭력 현장들’이다. 잡힐 줄 알면서도 백주대로에 칼을 휘두르는 아이들이 있다. 왜 묻지도 않고 폭력을 쓸까. 그들 모두 일정한 직업도 없다. 무한 경쟁 교육시스템에서 낙오된 중졸, 중퇴가 대부분이니 안정된 직장 얻기도 힘들고, 그로 인해 사회에선 고립되고 곱지 않은 시선의 가족과도 불화가 당연하다. 미래도 출구도 없는 삶이다. 그 누구라도 막막할 터인데. 사회 곳곳에 널려 있는 이런 ‘사회적 외톨이’들의 예측 불가능한 범죄에 노출된 것이다. ‘예측 불가’라 더 위험하다. 막다른 골목에 서서 자해하는 맘으로 폭력을 통해 자기 존재를 확인하는  더 이상 잃을 것 없는 그들이다.

우리 사회가 경쟁이 심한 사회이다. 무한경쟁에서 실패한 ‘패자’들에게 배움을 통한 ‘부활’의 기회를 주자. 이들에게 제대로 된 교육을 시키지 않으면 범죄에 빠질 확률이 높아진다. 범인을 잡고 가두고 먹이고 입히고 교화시킬 돈으로, 잠재적 범인이 될 수도 있는 그들 교육에 확실히 투자하도록 시스템을 정비하는 것이다. 그들은 아직 젊다. 그들에게 이런 기회를 준다면 어린 나이에 멋모르고 떠난 배움의 터전이 그리워 죽을 각오로 공부를 시작할 거다. 지금도 보이지 않게 학교를 떠나는 아이들이 있어 이를 지켜보면 마음이 아프다. 부모도 어쩔 수 없는 아이들이 늘어나는 현실에 학교가 할 수 있는 일은 제한될 수 밖에 없는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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