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교장선생님들을 만나면 기간제 교사 구했느냐는 것이 인사가 돼 버렸다. 교원정년 단축과정에서 비롯된 교원 경시풍조로 대량 명퇴 파동까지 겹쳐서 학교를 떠난 선생님들의 자리를 보충해 주지 못한 채 교장에게 기간제 교사로 빈자리를 메우도록 했기 때문이다. 지금 학교현장은 선생님 부족으로 몸살을 앓고 있고 교장들은 기간제 교사 구하기에 바쁘다. 그런데도 신문에는 교원수급 문제없다느니 학교가 젊어졌다는 식으로 여론을 오도하고 있으니 정말 한심한 일이다. 교육이 이와같이 국민 개개인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국가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해왔고 그 일을 담당한 선생님들의 역할이 막중하기에 우리 나라는 스승존경의 사회적 전통이 이어져 왔으며, 교원정년 65세도 스승존중의 사회적 합의이며 교직존중의 상징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러한 선생님에 대한 예우는 교원정년단축으로 하루아침에 물거품이 되어버렸다. 정부는 고령교사 1명을 퇴출시켜면 젊은 교사 2.59명을 새로 임용하고도 남는 예산으로 학교교육여건을 개선하겠다는 의욕을 보였다. 60세 이상 연봉 평균 4천5백만원이면 초임연봉이 1천8백만원이므로 2.5명이 신규교사를 채용할 수 있고, 고령교사 2만명을 퇴직시키면 젊은 교사 4만명을 채용하고도 1천8백억원의 예산이 절감되고 이것을 교육시설, 환경개선에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지금 현장은 어떤가? 우선 4만명을 채용하겠다던 젊은 선생님은 어디에 있으며, 학교시설과 교육환경개선에 쓰겠다는 1천8백억은 어떤가? 지금 각 시·도 교육청마다 퇴직하는 교원들의 퇴직금 때문에 겪고도 막대한 예산을 기재하고 있어 그 이자 감당도 어려운 실정으로 학교 교육비 전년도 대비 60∼70% 감액 지급하고 있는 상황에서 교육시설과 환경개선은 생각지도 못할 일이 되고 있다. 정년단축의 경제논리는 고령교사 퇴출로 인한 퇴직금 부담으로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것이 분명해 진 것이다. 고령교사 무능론은 어떤가? 아이들과 눈높이가 맞지 않느니 컴퓨터나 영어를 제대로 가르칠 수 없기에 21세기의 새로운 시대에 맞는 교육을 위해서 정년단축을 통해서 물갈이를 해야겠다는 것이었다. 고령교사 퇴출시키고 젊은 선생님 새로 뽑아 아이를 잘 가르치겠다는 데 싫어할 학부모는 없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아직도 일부 국민들은 교육개혁중에 교원정년단축이 가장 잘 한일이라고 생가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 학교현장은 어떤가? 우선 젊어졌다는 선생님들이 어떤 선생님인가를 지적하고 싶다. 각·시도 교육청마다 신규임용고사를 실시했을 때 모집인원을 다채운 시·도가 별로 없었던 것은 이미 신문지상에도 보도가 된 사실이다. 작년에도 떨어지고, 재작년에도 떨어졌던 사람들이 이번엔 다 합격되고, 심지어는 시골학교에서 근무하다가 문제가 있어 사표를 냈던 선생님도 거뜬히 합격하여 서울 선생님이 되었다고 자랑하는 경우도 있다니 그러고도 선생님 수급에 문제가 없고 교육의 질을 말할 수 있겠는가. 교사는 아무나 할 수 있는 직업이 아니다. 장기간의 사범교육을 받으면서 교육과정은 물론 교육심리등 전문적인 자질을 갖추어야 하며, 특히 올바른 인성교육을 위한 훌륭한 인격과 교육에 대한 투철한 사명감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지금 학교에서는 이런 엄격한 기준으로 선생님을 모셔올 수 없다. 정년퇴임한 선생님, 의원 면직한 선생님, 그러고도 안되면 명예퇴임한 선생님이라도 다시 모셔다 기간제 교사로 임용할 수 밖에 없는데도 교사수급에 문제가 없다고 말 할 수 있는 것인가. 학교가 젊어졌다지만 우리사회전체가 그렇듯이 학교조직도 젊은 교사로만 이루어질 수 없는 특성을 외면한 말이다. 젊은 선생님도 필요하지만 오랜 경륜과 교육에 대한 노하우를 지닌 교사도 필요하다. 지금 학교는 몇십 년의 교육경력이 있는 우수한 선생님들은 교단을 떠나고 그 뒤를 이은 새내기 선생님들은 본보기가 될 선배 선생님들이 없다. 중앙의 한 일간지에서 교실이 무너지고 있다는 기획시리즈를 마감하면서 더 늦기전에 교실을 살리기 위해서는 교사들이 사명감을 갖고 학생 한명 한명을 훌륭한 인재로 기우려는 열의의 노력이 필요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우수교사 유인책과 사기앙양책을 함께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은 매우 적절한 지적이다. 교육에 시행착오가 있어서는 안 된다고 하지만 잘못된 것을 바로 잡는데 더 이상 머뭇거려서도 안 된다. 길을 잘못 들었다고 생각했을 때 더 멀리가지 말고 U턴을 해야한다.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능가할 수 없다는 평범한 진리를 생각하고 교사의 명예를 회복하여 교육에 대한 열정을 다시 불러일으키기 위해서도 교원정년을 원상 회복하는 단안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