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이있는 생각, 남들이 미처 생각하지 못한 새로운 아이디어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사람 중 한 사람이 삼국지의 조조다. 조조는 메타포 즉 은유의 대가였다. 메타포(metaphor)는 어떤 언어표상을 그 본래의 의미와는 다르게 전화(轉化)된 의미로 사용함으로써 본래 표현되어야 할 내용을 간접적으로 명시하는 것으로 많은 문학 작품애서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조조의 뛰어난 은유 표현력 메타포도 그의 참모 양수가 없이는 그저 한낱 말장난으로 끝나고 말았을 것이다.
어느 날 조조가 부하들에게 정원을 만들라고 명했다. 다 만들어진 정원을 둘러본 조조는 정원 입구의 문에 ‘活(활)’이라는 글자를 써 놓은 후 돌아갔다. 많은 사람은 그 말을 잘 이해하지 못했지만 유일하게 양수만이 ‘문(門)에 활(活)이라는 글자가 있으니 闊(넓을 활)이 아닌가’라며 “조조께서 정원이 너무 넓다고 생각하신 모양이니 크기를 줄이게”라고 말했다.
또 어느 날 조조가 술 한 병을 선물 받았다. 조조는 술을 한 모금 마신 후 병에 合(합)자를 써 놓은 뒤 부하들에게 주고 그 자리를 떠났다. 이에 대해 양수는 “합(合)이라는 글자를 나눠서 써보면 일인일구(一人一口)가 되니, 여기 모인 장병들 모두 한 모금씩 술을 나눠 마시게”라고 말했다고 한다.
양수야말로 조조를 가장 잘 이해하고 분석했던 그의 진실한 추종자가 아니었을까? 조조의 심중을 읽어내는 양수의 남다른 안목과 혜안이 없었다면 조조의 지헤로움은 그저 무지몽매한 대중들이 전혀 이해할 수 없는 한낱 말장난으로 끝나버렸을지도 모를 일이다.
이남훈은 동아일보 그의 연재물에서 메타포를 자유자재로 사용하는 것 전혀 다른 분야의 지식과 지식을 연결짓고 해체하는 과정이 바로 창의적 사고과정이라고 말하고 있다. 흔히들 창의적 인물의 대명사로 스티브 잡스를 꼽는다. 그리고 많은 사람이 이미 알고 있다. 그는 사람의 면전에서 신랄한 독설을 쏟아놓는 미운 독설가였음을. 2010년 바락 오바마와 잡스와의 첫 만남에서도 잡스는 오바마에게 재선이 힘들 것 이라고 말하며 나는 문제가 있으면 누구든 그 사람의 면전에서 말한다고 했다고 한다. 그리고 사람들은 서로 잔인할 정도로 솔직할 필요도 있다고 강조 했다고 한다.
만약 잡스가 미국이 아닌 한국의 잡스였다면 주위의 평판이 실력의 우수함을 절대 능가하지 못한다는 전통적인 한국 사회의 분위기 속에서 그의 재능은 싹도 피우기 이전에 조직에서 오만하고 저만 잘난 오만자로 그 누구도 기억하지 않는 이름이 되어 있을지도 모른다.
조조와 양수 그리고 잡스라는 인물을 통해볼 때 창의성은 나와 다른 그의 생각을 인정해주는 분위기속에서 비로소 빛을 발하는 새싹이다. 다른 생각 다른 시도를 격려하고 인정하고 칭찬하는 것이 아니라 나와 다른 생각을 무시하고 비판하고 집단의 생각을 개인의 생각에 우선시하여 개인의 생각을 말살해버리는 곳에서 새로운 시도란 기대할 수 없다. 새로운 생각 이전에 집단의 법칙에 적응하여 집단에서 살아남는 법을 먼저 배우는 것이 보통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창의성은 발휘되는 것이 아니라 인정하는 것이다> 라는 조벽교수의 창의성에 대한 정의를 우리 교사들이 반드시 기억해야 할 경구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