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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시론> 편수행정 강화 시급하다


정부는 최근 몇 년 동안 교육을 개혁한다고 여러 가지 사업을 추진해왔다. 새로운 제도를 만들었고, 법령을 개정했으며, 기구를 개편하였고, 수많은 교육시책과 개혁방안을 만들어 실천해왔다. 이렇게 교육을 개혁하는 궁극적인 목적은 무엇인가.

과거 기성세대들이 받았던 학교 교육보다 더 질이 높고 좋은 교육을 우리의 후대들에게 베풀기 위한 것이 아니겠는가. 그렇다면 교육의 틀과 여건을 개선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보다 먼저 우리 학교에서는 '도대체 무엇을 가르치고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를 잘 선택하고 결정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이에 따라 제도, 여건, 교원, 재정 등의 지원체제가 모두 달라져야하기 때문이다. 현재 학교 교육의 총체적 부실과 위기가 심화되고 있다면 무엇보다도 학교 교육의 기본 설계도인 교육과정에 문제가 있고, 그 교육과정대로 교육하지 못하고 있다는데 근본 원인이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좋은 교육과정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먼저 교육과정 정책이 바로 서야 하고 교육과정을 책임지고 전문적으로 연구하고 관리해야 할 편수 행정이 제 자리를 잡고 있어야 한다. 한 나라의 국민성 형성 설계도이며, 국민의 기본적 자질과 능력 개발 계획서인 교육과정을 책임 있게 연구하고 관리하는 편수행정을 지금처럼 소홀히 하면서 교육을 개혁하려는 것은 무모한 일이다.

마치 초가집이나 지을 수 있는 설계도를 가지고 건축법을 개정하고 공사 인부와 관리사원이나 몇 명 배치해 놓고 겁도 없이 최첨단 빌딩을 짓겠다고 덤비는 것과 똑같은 현상이라 할 수 있다.

초·중등 교육은 전문교육이 아닌 보통교육이다. 국민의 기본적인 자질과 능력을 기르는 기초교육이고 일반교육이다. 모든 국민이 균등하게 보편적으로 받아야 할 기초 공통 교육이다. 초·중등 교육과 관련이 없는 국민이나 가정은 하나도 없다. 초·중등교육을 통해서 그 나라의 국민이 형성된다. 한 인간의 인격 형성과 능력 개발에 초·중등교육만큼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교육도 없다. 초·중등교육은 한 나라의 국민성을 창조하는 교육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는 정부가 가장 힘을 기울여 육성하고 지원해야 할 최우선적 공익사업이다. 이 같은 중요성 때문에 세계 각 국의 대통령과 교육부 장관들은 한결같이 초·중등교육에 특별한 관심을 가지고 그 개혁에 주력하고 있다. 각 국의 교육개혁도 공통적으로 초·중등교육을 개선하는데 가장 중점을 두고 교육과정과 교육자료, 교육여건, 교원 양성, 임용, 연수 등의 개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우리가 성숙한 국가가 되고 일등 국민이 되려면 무엇보다 기초교육을 철저하게 해야 한다. 저질 하급 초·중등교육으로는 앞서가는 국가, 훌륭한 국민을 절대 만들 수 없다. 우리나라 초·중등학교 교실 수업의 질이 다른 나라의 초·중등학교 교실수업의 질보다 높지 않고서는 결코 다른 나라에 앞서 나갈 수 없다고 감히 단언할 수 있다.

그런데 교육부에는 대학지원국, 평생직업교육국, 인적자원정책국, 교육자치지원국 같은 부서는 다 있지만 가장 중요한 초·중등교육의 기획과 교육과정, 교과서, 교수·학습 등을 지원할 편수국은 찾아볼 수 없다. 기초·공통교육의 방향과 목표를 바르게 설정하고, 이에 따른 교육내용과 방법, 평가를 전문적으로 연구하고 지도하고 개선해나가는 임무를 전문적으로 수행할 편수국은 갖고 있지 않은 것이다.

이러다 보니 교육부를 없애라는 극단적인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심지어는 교육부 폐지를 선거공약으로 내건 대통령후보자도 있었다. 최근에는 신임 교육부 장관이 취임사에서 "누구는 저보고 교육부를 없애고 돌아오면 가장 훌륭한 장관이라고 이야기하더라"라는 말까지 했다. 국가의 최우선적인 사업이 교육임에도 불구하고 어째서 교육부를 없애야 한다는 말이 나오고 있는가를 잘 새겨듣고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그것은 교육부가 전 국민과 가장 깊숙이 관련되어 있는 '기초기본 공통교육'을 제대로 잘 다루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근래 교육에 대한 불신이 날로 높아지자 정부는 '공교육 내실화'라는 말을 자주 쓰고 있다. 공교육 내실화란 무엇인가. 바로 초·중등교육을 제대로 잘하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하루 속히 교육부에 초·중등교육의 소프트웨어인 교육과정과 교과서를 전문적으로 다룰 수 있는 편수 전문 부서를 확고하게 구축하고 전문가를 대폭 증원 배치해야 한다. 단지 초·중등교육의 개선을 위해서만이 아니다. 지방 자치의 발전과 통일에 대비하여 기초공통 교육단계의 교육내용을 바로잡고, 국가수준의 공통성 확보와 질 관리를 위해서도 편수행정의 강화가 가장 시급한 과제이기 때문이다.

교육과정의 위기는 교육의 위기이고, 교육의 위기는 곧 국가의 위기이다. 만일 교육과정의 위기를 바로 읽지 못하고 치밀하게 대비하지 않는다면 우리의 학교 교육은 점점 회복하기 어려운 극심한 황폐화를 맞게되고 국가의 앞날은 암담해질 것이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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