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이 환하다. 어쩌면 저리도 밝을 수가 있단 말인가? 마치 하늘에서 그 곳에만 빛을 비추고 있는 것 같다. 환하게 밝으니, 마음까지 밝아진다. 주변까지 밝은 빛이 넘쳐난다. 자체 발광이 아름다움이란 바로 저런 것이로구나. 꽃이 빛처럼 밝다는 사실에 놀란다. 꽃이 피어난 것만으로 자체 발광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실감하였다. 밝은 빛의 끌림에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릴 수가 없었다. 몸과 마음이 꽃의 유혹에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 저절로 꽃으로 다가가고 있었다.
매화. 자체 발광하고 있는 나무는 매화나무였다. 언제 저리도 활짝 피어났을까? 나무 전체가 환한 등불이 되어 있었다. 빛나고 있는 나무를 중심으로 주변이 환하게 돋보인다. 아! 얼마나 아름다운 봄이란 말인가? 빨려 들어가는 힘에 정신을 차리기 어렵다. 아니 넘치는 유혹의 빛에 일부러 더욱 더 빨려 들어가고 싶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밝은 빛에 나를 맡김으로서 나 또한 밝은 발광체가 되고 싶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꽃이 피어 있는 곳은 전주 동물원의 도화원이다. 도화원은 전라북도의 도화를 조성한 동산이다. 전라북도화는 배롱나무다. 일명 간지럼나무라고 불리는 백일홍들이 심어져 있는 한 가운데에 매화나무가 자리하고 있었다. 배롱나무는 아직 싹을 틔울 기미도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매화가 활짝 피어 있으니, 더욱 더 돋보이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매화 앞에 서 있으니, 몸과 마음이 하나 되어 밝아지는 것 같다.
꽃 아래에 서 있으니, 천사가 된 것 같다. 매화 향에 취하고 있으니, 선택받은 느낌이다. 다른 사람들로부터 인정받고 존중받는 일은 즐거운 일이다. 사람은 누구나 존중받고 싶고 대접받고 싶다. 은은한 꽃 향이 코끝을 자극하니, 선택받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저절로 들었다. 저절로 눈이 감겨진다. 눈을 감고 나니 마음으로 세상을 접할 수 있다. 온 몸에 접해지는 자연의 기운을 느낄 수 있다.
땅의 숨소리. 귓가에 들려오는 땅의 숨소리를 들을 수 있다. 땅의 숨소리는 자연의 소리이다. 자연 속에서 살아 숨 쉬고 있는 생명의 소리가 바로 땅의 숨소리이다. 자연이 있기에 생명이 존재할 수 있다. 생명이 존재하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모태인 자연이 있어야 한다. 그러니 소란스러운 소리를 제거하고 나면 자연의 숨소리를 들을 수 있다. 마음을 열게 되면 생명의 숨소리를 들을 수 있게 된다.
땅의 숨소리를 들으면서 가까이 있는 것의 소중함을 새삼 절감하게 된다. 내 주변에 있는 것의 귀중함을 깨닫게 된다. 가까이 있는 것을 사랑하고 진실한 마음으로 대하게 되면 이루어지지 않을 일이 없다. 매화가 바로 그 것을 증명하고 있지 않은가? 최선을 다하여 꽃을 피워냄으로서 아름다움을 발산하고 있지 않은가? 나무는 꽃을 피워내기 위하여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다 동원하였다. 그래서 더욱 더 돋보이는 것이다.
꽃. 제 목숨을 바쳐서 피워낸 것이기에 아름답다. 할 수 있는 방법을 다 동원하였기 때문에 우뚝하다. 매화나무 아래에서 깨닫는다. 최선을 다 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다 아름답다. 아이를 교육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아이들은 꽃이다. 아이들의 재능을 찾아내서 키우는 것은 꽃을 피워내는 것과 같다. 아이들의 꽃을 찾아서 피워내는 것이 바로 선생님이 해야 할 일이다. 그래서 선생님도 아름다워질 수 있는 것이 아닐까?
활짝 피어 자체 발광을 하고 있는 매화에 감동한다. 주변까지 환해지는 꽃을 바라보면서 그렇게 살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내 삶이 저리 밝게 반짝이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답은 멀리 있지 않다. 주변에 있는 것에 관심을 가지고 사랑을 쏟아 부어야 한다. 사랑하는 우리 아이들에게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들의 꿈을 실현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그렇게 되면 저절로 밝은 삶이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