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식은 지고 부동산은 떴는데, 앞으로는 이 판도가 계속될 수는 없다. 주식도 당분간은 재미 보기 어렵다. 다만 주가가 워낙 낮은 수준이므로 길게 보면 지금이 투자기회다.
올해 부동산과 주식 값 추이는 가히 드라마틱하다. 작년 하반기부터 한동안 침체해 있던 주식과 수도권 집 값이 급등하기 시작했다. 1차 급등세는 올해 늦봄까지 이어졌다. 올 봄 주가는 앞으로도 계속 오를 기세였지만 수도권 집 값은 잠시 주춤댔다. 그러자 증시와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젠 주가 상승 대세가 시작될 것이며 집 값은 진정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입을 모았다.
그래서 올해 3월 D증권에 다니는 김 모 부장은 주식 투자를 위해 집을 팔았다. 반면 의사 권 모 씨는 여유자금에 은행 대출까지 보태 재건축을 추진 중인 서울 잠실 주공 3단지 아파트를 한 채 샀다. 김 씨와 권씨뿐 아니라 국내 많은 투자자들의 재테크는 이후 주식과 부동산, 어느 쪽에 힘을 실었느냐에 따라 희비가 크게 엇갈렸다. 안정된다던 집 값은 웬걸, 폭등세를 이어갔다. 주가는 종합지수 900대쯤에서 기세가 꺾이더니 최근에는 아예 작년 말 주가 상승이 시작되기 전 시세로 되돌아갔다.
이같은 희비극의 근본 원인은 1년 전이나 지금이나 해외 경기다. 이른바 IT 버블이 꺼지면서 조정기에 들어간 미국 경기가 회복을 향해 순항하는 듯 보일 때는 미국 주가가 오른다. 그러면 미국 경기에 목을 매는 우리나라 수출 경기도 낙관할 수 있으므로 국내 주가도 오른다. 그러나 9.11테러, 엔론 등 대기업의 회계부정, 대 이라크전 위협 등 미국 경기 회복을 방해하는 악재가 돌출하면 그때마다 국내 경기도 낙관할 수 없게 된다. 그러면 국내 주가는 즉시 무기력해진다.
미국 경기 회복세가 주춤거려 국내 경기가 침체하는 것을 한동안이라도 막아낼 대응책으로 우리 정부는 부동산 시세를 띄워 내수를 진작하는 길을 골랐다. 거액 자산가들은 이런 기회를 놓치지 않고 투기에 나섰고 수도권 중산층이 뒤를 따랐다.
결국 주식은 지고 부동산은 떴는데, 앞으로는 이 판도가 계속될 수는 없다. 무엇보다도 인플레이션 우려가 충분히 커졌기 때문이다. 정부가 제 정신이라면 그동안 이어온 부동산 경기 진작책을 계속 경기 대응책으로 써먹을 수는 없다. 미국 경기가 여전히 불투명하니 주식도 당분간은 재미 보기 어렵다. 다만 주가가 워낙 낮은 수준이므로 길게 보면 지금이 투자기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