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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속없는 선생

우리는 상쾌한 마음으로 봄 동산 나들이를 나갔다. 날씨도 화창하고 기온이 20도까지 나가니 여름과도 같았다. 바람이 조금 불긴했지만 학교 뒷동산을 돌아보기에는 안성맞춤이고 더욱이 계획된 일이기도 했다.

쑥도 한 봉지 캐고 꽃이 핀 냉이도 한 움큼 꺾어보고 엄지 손톱만한 개구리들을 쫓아다니다가 그중 용기 있는 아이들은 잡아서 여느 아이들이 그렇듯 여자아이들에게 들이대며 놀리기도 하고 으스대기도 했다.

40여분쯤 후에 돌아오는 길에는 “봄이 왔어요” 노래를 부르며 흥겨웠는데 갑자기 앞서가던 남자 아이가 콩 하고 넘어졌다. 무릎을 잡고 우는 아이를 세우고 무릎을 살펴보았는데 아무 흔적도 없었다. 하지만 아이는 아팠는지 교실에 돌아와 집에 돌아 갈 때까지 아프다며 엄살을 부렸다.

우리학교 유치원은 종일반을 하는 관계로 4시가 넘어서야 한 아이 두 아이 엄마 아빠 혹은 할머니가 마중을 나오셨다. 이 아이는 할머니를 보자 무릎을 가리키며 “넘어져서 다쳤어” 한다. 할머니는 다리를 세밀히 살피더니 발목에 멍이 들었다며 말했다.

“어이구 내 새끼, 멍이 들었네, 그러니 할머니가 뭐라 했어 교실밖에 나가지 말라고
했잖아”
“쑥 캐러 갔다 오다 넘어 졌어”
“뭐? 너는 안 간다고 하고 교실에 있지 그랬어”
“나도 가고 싶어”
“선생이 가자고 해도 너는 교실에 있어, 선생이 속이 없구먼, 바람 부는 날에 어딜 데리고 가”

그 옆에 서있는 교사는 아랑곳 하지 않고 할머니는 이야기를 계속 하고 계셨다.

“할머니, 00이는 친구와 어울리는 것을 좋아해요, 그리고 하루 8시간 이상을 유치원에서 생활하는데 교실에만 있게 할 순 없지요”
“선생이 속이 없구만 이렇게 바람 부는데 뭐 하러 밖에 데리고 나가-
그렇지 않아도 차를 가져올까 하다가 걸어왔는데 감기라도 들면 어째? 아뭏튼 우리 아이는 내일부터 밖에 내보내지 말고 교실에 있으라고 혀“

그리곤 “싫어 할머니 나 밖에 나가 놀 거야” 하며 우는 아이를 한손에 채기 듯 데리고 내려가셨다. 그러면서 만나는 사람마다 붙들고 “ 저선생이 속이 없구만 바람부는데 애들을 밖에 왜 데리고 가서 다치게 해” 하셨다. 이야기를 듣는 다른 어머니들은 멋쩍은듯 나의 얼굴을 바라보며 웃고 있었다.

할머니의 모습을 보며 씁씁한 기분이 들었다. 교실에 돌아온 나는 그 아이의 어머니와 상담 날짜를 약속했지만 속없는 선생이 된 것 보다 그런 이야기를 교사 앞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이야기 하는 모습이 요즘 교사 위상의 현주소가 아닐까 싶어 오후 내내 마음이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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