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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어디까지 관여해야 할까

유치부 과정 특수학교에서 근무하다 병설유치원으로 돌아 온지 1개월이 되었다. 그간 다양한 장애를 경험한 터이고 특히나 심리진단에 관심이 큰 터라 아이들의 장애상태를 파악하는데 남다른 안목을 갖게 되었다.

그런데 우리 반 아이 중 유달리 주의가 산만하고 행동조절능력이 부족하며 표현 언어에 심각한 결함이 보이는 아이가 관찰되었다. 알아본 결과 어머니가 조선족 출신으로 완벽한 한글 구사를 하지 못할 뿐 아니라 아이의 언어적 결정적 시기 때 대부분 할머니에 의해 양육되었었다.

아이는 3음절의 단어 중 가운데 한 음절을 생략시키는가 하면, 알아들을 수 없는 발음을 하고 간혹 급할 때는 괴성을 지르는 듯한 외마디로 표현하기도 한다. 부모는 모두 하루 12시간 교대하는 직장에 다니고 어머니는 아직도 다른 사람과 자유스럽게 표현하는데 한계를 지니고 있어 대부분 아버지와 전화 통화를 해야 했다.

이럴 때 교사는 아이문제를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망설여진다. 부모가 아이의 문제점을 직시하고 있는지 조심스럽게 물어야 하고 혹여 부모님의 강한 반발을 불러일으킨다면 아무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부모는 신체상 문제가 없을 경우 아이의 문제를 쉽게 받아 들리려 하지 않는다. 조금 다른 아이보다 늦게 터진다고 생각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이런 경우 부모가 직시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교사가 다양한 교육방법을 제시해 준다 해도 큰 효과를 보기 어렵다. 이 아이의 경우 개별적인 언어치료 및 심리치료를 받는다면 빠른 시일 안에 일반 아동과 같아 질수 있을 터인데.. 하는 아쉬움이 있다. 몇 번의 전화상담을 통해 부모님이 전혀 아이의 상태를 알지 못하고 있으며 받아들이지도 않을 것이라는 판단을 내리고 수업시간 내에 할 수 있는 교육방법을 계획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런데 오늘 아이의 한동네 목사님의 방문을 받게 되었다. 그 목사님은 바로 그 아이에 대해 상담을 하러 오신 것이다. 목사님도 여러 해 그 아이를 경험한 결과 장애가 엿보인다는 것인데 아무리 그 부모나 할머니에게 말해도 인식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부모가 깨닫고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할 텐데 전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담임교사가 관찰한 내용을 부모님과 상담해서 치료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되지 않겠냐는 말씀 이였다. 난감했다.

책임을 회피하고 있는 것 아니냐로 들려졌다. 담임교사가 인식했다면 어떤 조취를 취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이 아이 부모의 경우 자기의 아이가 전혀 문제가 없으며 말이 조금 더디긴 해도 괜찮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렇다면 교사는 어디까지 관여해야 하나, 부모가 아이를 치료기관이나 병원에 찾아가도록 하는데 까지 그리고 자기의 아이가 다른 아이와 다르며 다른 교육서비스를 받아야 한다는 것을 인식하기까지 욕을 먹더라도 끊임없이 상담을 해야 하는가? 아니면 부모의 의견을 존중해서 그냥 좋아지겠지! 하고 지나야 하는 것인가.

교육의 현장에서 간혹 겪게 되는 이런 문제와 망설임이 간혹 시기를 놓쳐 아이에게 더없는 후회를 남기게 되는 것은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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