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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서럽고 서러워서


  지난해 3월 첫날 우리 아이들 여섯을 만났습니다. 들어서 옮겨주지 않으면 꼼짝도 못하는 아이들 여섯을 만났습니다. 어떤 아이는 웃음을 머금고 어떤 아이는 울음을 머금고 어떤 아이는 아무런 표정 없이 그렇게 만났습니다.
그렇게 만난지 석달이 되었는데 한 아이가 가버리고 다섯만 남았습니다.

서럽고 서러워서...누가 손가락만 대도 쏟아질것만 같은 눈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반 지체장애 1급 아이들만 모여 있습니다. 둘은 배고프면 배고프다고 말을 합니다. 얼마나 감사한지요. 둘은 밥을 보면 밥을 달라고 손짓과 눈빛은로 표현합니다. 그게 또 얼마나 감사했는지 모릅니다.

소변훈련 시킨다고 엉덩이를 때리며 화장실을 가리키라고 소리를 질러대도 내가슴으로 파고드는 정말 사랑스런 아이들입니다. 이가 흔들려 뽑아야 할때 보건 교사가 이를 잡고 흔들면 나는 차마 볼 수 없어 문밖에 나갑니다.   무서워서 서러워서 울고 있는 아이 앞에 나타나면 엄마소리 밖에 못하는 아이가 양손을 벌리며 '어마' 하고 달려드는 표현을 합니다. 달려가 꼭 안아주면 가슴속으로 한없이 파고드는 모습이 또 얼마나 사랑스러운지요.

 그런데 지난주 금요일날 정말 사랑스러운 아이 은정이가 갔습니다. 식사지도 한다고 내 주변에 도란 도란 앉히고 밥을 먹을때면 자원봉사자가 있어도 꼭 나만이 할수 있는양 그렇게 온갖 잔소리를 하며 밥을 먹을 양이면 식판 놓을 자리가 없어 은정이와 나는 하나의 식판에 음식을 받아 둘이 나누어 먹었습니다. 하루 종일 양손을 조몰락 조몰락 거리지만 다른 물건을 한순간도 만지지 않는 그 작은 손을 한 은정이는 먹여주는 음식만큼은 어쩌면 그렇게 꼭꼭 씹어 삼키는지 그모습이 얼마나 사랑스러운지요.

  어느날부터 총기가 좋아져 얼굴을 알아보고 유난히 웃었습니다. 옆에서 물건이 떨어져도 반응을 하였습니다. 책상위의 물건을 손으로 저어 떨어뜨리기도 했습니다. 그 모습이 너무 신기해 지나가는 사람들을 붙들고 "여기봐 은정이봐" 하며 자랑을 했습니다.

그렇게 차에 태워 보냈는데 다음날 학교에 오지 않았습니다. 아프다고 병원 들러서 온다던 그아이가 오후 1시쯤 죽었답니다. 털썩 주저 앉았습니다. 절규하는 목소리가 휴대폰에서 메아리쳤고 나도 엉엉 울었습니다. 울면서 병원으로 쫓아갔습니다. 산소 호흡기를 찬 은정이의 호흡선이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움직이네..." 이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호흡선이 일자로 줄을 그어졌습니다. 이미 손발은 차디찬 냉기가 흘렀습니다. 그렇게 갔습니다. 살아있는 8년 동안 "엄마"소리 한번 못하고 그렇게 갔습니다.예쁜 샌달 한번 신지 못하고 그렇게...엷은 미소를 머금고 어여쁘던 얼굴은 어쩌면 더 예뻐 보이던지요.

어린이날 선물로 주었던 머리핀과 머리끈을 예쁘게 찬채... 항상 조몰락 거리던 손을 양쪽에 가지런히 놓은채 그렇게 예쁘게 갔습니다. 은정이 부모님의 통곡소리에 나는 그저 벗어놓은 바지와 양말만 접었다 폈다 하면서 울었습니다.

서럽고 서러워서요. 우리반 학부모들이 모두 모여 은정이를 마지막으로 배웅했습니다. 물을 좋아하는 아이였습니다.물 가까운 햇빛이 잘 드는 곳에 뿌려주었습니다.

그리고 일주일이 흘렀습니다. 이제 다섯만이 남은 우리반 교실에 부모님들이 오셔서는 '애들이 다 안 왔나요?' 하고 묻고 숫자를 세어봅니다.  그리고 허망한 눈으로 나를 바라봅니다. 나도 허망한 눈으로 같이 바라봅니다.
왜 이렇게 허망한지요. 왜 이렇게 서러운지요.

오늘도 퇴근하려고 차에 탔습니다. 돌아오는 40분 동안 눈물이 흘러 운전을 제대로 할수가 없었습니다. 나의 교직생활에서 이러한 허망한 일을 경험하리라곤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지금도 나는 누가 손만 대어도 터져버릴 것 같은 눈을 한채 마음 한구석에 서러움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어떻게 해야할지... 그저... 살아있을때 조금만  더 잘해주었어도 이렇게 서럽지는 않을 텐데 말입니다.

<작년 6월 어느날 서러움에 쓴 글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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