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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창가에서> 교사와 목청


영어 교사인 김 선생님이 조퇴를 하러 왔다. 무슨 일 때문인가를 확인했더니 목이 컬컬하고 잠겨
말을 못하겠다는 것이다. 얼마 전 직원조회시간에 교사의 생명인 성대를 보호하기 위해 늘 조심해야한다고 강조했는데도 목소리 때문에 병원 신세를 져야 할 여교사가 온 것이다.

벌써 7년 전 부천 성곡중에서 근무할 때 있었던 일이다. 동료였던 이현영 교사는 교육활동에 남달리 정열적이고 적극적이었다. 대학원에 다니면서도 맡은 업무처리는 물론 수업준비에 항상 최선을 다하는 젊은 교사였다.

학생들과 학습자료를 만들면서 학생들과 대화하기를 언제나 좋아했던 선생님이었다. 신명나게 일하는 그를 대할 때마다 동료 교사로서 존경심이 저절로 우러났던 기억을 갖고 있다. 그런데 어느 날 이 교사가 병가를 내겠다고 했다. 그 이유는 목이 아프고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나는 큰 병원에서 진찰을 받아보라고 권했다.

다음 날 병원에 가서 정밀 검사를 받아 보니 목구멍에 혹이 생겨 수술을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뿐만 아니라 병원 담당 의사가 휴직을 간곡하게 권유했다는 것이었다. 순간 뜨끔했다. 이렇게도 정열적인 처녀 교사가 휴직을 하게 되다니! 결국 그는 1년간 휴직을 했다. 참으로 가슴 아프고 답답한 일이었다.

그 뒤 후두염에 대해 문헌을 찾아보니 천성적으로 남성보다는 여성이 성대가 약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교단에 여교사들의 비중이 90%를 넘어서고 있는 이때 여교사들의 성대 보호 방안이 수립되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 교사의 성대를 보호할 대책은 없는가?

현재 학교 실정으로는 별다른 대책이 없다. 학급 인원을 35명 정도로 감축하는 것도 교사들의 성대를 보호하는 하나의 방안이다. 그리고 교사들의 법정 수업시수 준수에 행정력을 동원해야 한다. 이와 더불어 초과 수업에 대한 보상책이 좀더 확고하게 세워져야 한다. 더 나아가 중학교 교사들의 수업시수를 주 20시간에서 고교와 마찬가지로 18시간으로 해야 한다.

교사도 수업 방법을 개선해야 한다. 학생들에게 주입식 강의로 한 시간을 열올려 떠들어 봐야 별 효과가 없다는 것은 이미 많은 교육학자들에 의해 검증됐다. 주입식보다는 학습목표에 따른 학습과제를 세부적으로 제시해 학생들 스스로 찾고 만들고 연구해 학습과제를 발표하도록 지도해야 한다. 그 발표 내용이 잘못됐을 경우만 올바른 내용을 가르쳐주고 학습의 방법을 안내하는 역할을 하는 교사가 돼야 한다.

아울러 정보화 시대에 알맞은 수업을 연구해야 한다. 멀티미디어, 씨디롬, 파워포인트…등을 이용한 수업자료 개발에 노력해야 한다. 이런 과학적인 학습 자료를 학생들과 함께 개발한다면 저절로 학생들의 창의력도 길러질 것이다. 그래서 교사가 꼭 쥐고 있던 학습권을 학생들에게 돌려주는 수업이야말로 교사의 목청을 보호해 줄 것이다.

많은 여교사들이 목청을 보호하기 위해 무선마이크를 사용하고 있다. 이것도 한 방법은 되겠다. 그러나 창문을 다 열어놓고 수업할 때는 다른 교실에 소리 공해가 돼서 문제다. 또한 학생들의 입장에서 보면 선생님의 다정스럽고 부드러운 말소리보다 기계를 통해 울려나오는 소리를 듣고 수업을 해야하는 따분함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교사들의 목청을 보호하는 것이 더 중요하므로 사용을 못하게 할 수도 없는 형편이다.

매일 4, 5시간씩 수업을 해야 하는 교사의 목소리는 그 중요성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해마다 3월이면 선생님들께 목청을 보호하기 위해 조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수업에 열중하다보면 목이 붓고 아프기 마련이다. 보다 정열적이고 적극적으로 교육활동을 하고 있는 교사들이 목 때문에 병원을 찾는 일이 있어 가슴 아픈 일이다.

학력 수준이 높은 부유층 지역의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사들보다 특히 교육환경과 학생 수준이 열악한 지역의 교사들에게 이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직업상 어쩔 수 없다고 방치하기보다는 이런 교사들을 보호해줄 구체적 방안이 마련돼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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