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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시론> 월드컵 열정을 이공계에


연일 뜨거웠던 월드컵 열기 속에 우리는 새로운 축구사를 창출했다. 국민 모두에게 화합과 희망을 준 쾌거 덕분에 우리나라 팀의 시합이 있는 날이면 학교와 직장은 단축수업·근무를 했고 군 미필 월드컵 대표 선수 10여명에게 병역특혜가 주어졌다.

월드컵 열기와 미국에서 활동하는 박세리 등 낭자 골퍼들의 천문학적 상금, 박찬호를 비롯한 프로야구선수들의 높은 연봉 소식으로 체육계가 청소년들의 선망의 대상이 되었다. 또 잘 나가는 20대 초반 연예인들의 모습이 화려하고 멋있어 보이는데다가 광고에 출연했다 하면 출연료가 억대라고 하는 연예계도 청소년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그렇다면, 산업 현장에서 모든 시간을 보내는 기술자와 평생 교단을 지키는 선생들에 대한 관심은 어떠한가? 화려하고 즐거운 일들이 시선과 마음을 빼앗고 있는데 자라나는 세대들이 무엇 때문에 어렵고 복잡하며 오래오래 생각하고 머리 써야 하는 일에 자신의 장래를 맡기려 하겠는가.

고졸생이 줄어들어 2002학년도 대학모집정원 중 4만5천여 명을 채우지 못했고, 재수생이 남아 있는데도 2003학년도에는 6∼7만여 명의 미충원 사태가 예측된다고 한다. 이렇게 대학진학이 쉬워지면 어렵고 재미도 매력도 비전도 없는 이공계 기피 현상이 더욱 심해져서 앞으로 동남아 후발국가에서 유학생을 유치하지 않고서는 지방대학과 재단이 부실한 사립 대학은 운영비가 많이 드는 이공계부터 문 닫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70년대 초 산업규모가 작아 대졸자들의 취업이 매우 어려웠다. 그런데도 다른 분야보다 취업이 잘 되었기 때문에 많은 수재들이 공대를 선택하였고 그들이 우리 나라의 산업전선 역군으로 경제성장을 일구어 내 오늘의 한국이 되었다.

그런데 지금은 국가 장래가 걱정될 만큼 이공계 기피현상이 심각하다. 그러나 장래가 보장되는 이공계 중의 한의학과, 의예과, 약학과와 사법, 행정고시는 여전히 인기가 높다. 여기에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 자원이 없고 인구가 많은 우리 나라에서 교육으로 고급 산업 인력을 육성하여 산업을 발전시키는 것만이 국가 경쟁력을 얻는 유일한 길임을 국민 모두가 동의한다면 이젠 월드컵의 열정을 이공계 발전에 쏟아야 한다.

전국 10개 도시에 1조 수천억원을 들여 축구장을 신설하고 국가 차원에서 월드컵 행사를 추진함으로서 사상 첫 승만을 기원하던 소박한 우리의 소원이 16강에서 8강, 4강의 성과를 거둔 것처럼 이런 일이 이공계 분야에서도 가능하다. 60∼70년대 식 아련한 희망이 아니라 이제는 경제 규모와 생활 패러다임, 즉 새 밀레니엄 시대에 걸 맞는 구체적이고 획기적이면서 지속적인 이공계 지원책이 추진돼야 한다.

장학금 수혜, 병역 특례 등의 이공계 육성 방안은 애 낳고 포대기 사던 어렵던 시대에 이미 여러번 여러곳에서 써먹은 유행가라서 우수한 인재의 흡인력이 될 수 없다. 왜냐하면, 이공계가 다른 학문 분야에 비해 수련 과정이 어렵다 하더라도 그 과정을 거치고 나면 취업이 잘되는 것에 더하여 화려할 수도 있고 풍요로울 수도 있으며 대우받을 수도 있다는 확실한 환경 조성이 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유능한 기술자를 양성하기 위해서는 이론강의 못지 않게 밀도있는 실험실습이 중요한데, 한학기 학생당 실험실습비가 전력반도체 1개 값에 못미치고 실험기자재가 세계적인 대학과 비교하기조차 민망할 정도로 너무나 초라하며 숙련된 실험 실습 보조원조차 없이 대학원생 지도로 이루어지다가 그 대학원생이 졸업해 나가면 단절되는 현실로서는 유능한 기술자를 양성할 수 없다.

이공계 인력공급구조가 독일에 비해 42%에 불과하다고 국내 328개 CEO의 평가를 발표한(조선일보 6.20일자) 전경련을 비롯한 경제 단체, 대기업도 이제는 이공계 육성에 동참해야 한다. 왜냐하면 국내의 열악한 이공계 대학 교육 환경에서 졸업한 사원들이 오늘의 대기업을 있게 했고 지금도 지탱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일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국민적, 사회적 성원이 청소년들의 관심을 끄는 예체능계와 같이 세계적 논문을 발표한 이공계학자와 우수 기능보유자에게도 함께 하고 이공계 종사자들에게 주어지는 포상과 포상금도 국가 경제와 산업의 규모에 맞는 수와 수준으로 상향되어야 한다. 이공계 기피현상이 우려되는 현 상황은 이미 대책 마련이 늦은 단계임을 인식 정부당국은 획기적인 처방을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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