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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아! 나의 선생님> 김수웅 선생님

초등학교 6학년 시절, 중학교 진학을 앞두고 너나없이 과외열풍으로 내 몰리던 시대. 자그마한 키, 육상으로 다져진 몸매, 그리고 안경너머 내뿜는 눈빛이 예사롭지 않았던 분. 김수웅 선생님을 만났다.

내 고향은 동화 같은 이야기가 절로 빚어지는 경상도 통영 바닷가 마을이다. 지금은 관광지로 개발되어 그 모습이 변했지만 60년대 당시만 하더라도 멸치잡고 전복 따는 어촌에 불과했다. 모두 그랬듯이 살림살이는 넉넉하지 못했고 교육을 시켜야 한다는 부모님의 기대로 한 학년에 두 반뿐이었던 우리 학교도 1반 2반으로 나누어 치열한 입시경쟁에 돌입했다.

대학을 졸업한지 얼마 지나지 않았던 선생님은 어린 우리들을 다잡기 위해 신혼살림집에 방 한 칸을 늘려서 과외 뿐 아니라 몇몇 아이들은 아예 집으로 보내지 않고 잠까지 재워가면서 새벽까지 교과지도를 해 주셨다. 그 중에서도 나는 학교에서 줄반장을 할 정도로 어느 정도 기대를 받았던 탓에 다른 친구들과 달리 1등을 하더라도 평균 얼마 이상의 시험성적을 요구받았고 매일같이 치른 시험에서 나는 1등과 관계없이 야단맞는 날이 늘었다. 더구나 매까지 맞은 날에는 집에 가고 싶은 생각에 선생님이 밉기까지 했다.

그렇게 1학기를 마치고 여름방학도 중학교입시로 정신 없이 보내던 중 며칠 말미를 얻어 나는 선생님과 함께 선생님 고향인 삼천포로 따라 나섰다. 어린 선생님과 어린 제자는 우리 나름대로 수영도 하고 배낚시도 함께 하며 그동안 쌓였던 회포를 풀었다. 별이 총총 쏟아지던 여름밤 바닷가에서 선생님은 내가 이해하기도 어려운 인생에 대한 이야기, 내 미래에 대한 이야기, 선생님이 나를 향한 기대에 대한 꿈과 사랑을 이야기 해주셨다. 그 날 그 밤에 수많았던 별자리처럼….

선생님이 지원을 권하셨던 중학교는 부모님의 반대로 뜻을 이루지 못했지만 입시를 마치고 졸업을 얼마 남겨둔 1월 어느 날, 선생님 댁을 방문했을 때 선생님은 나를 위해 기도하듯 "너도 선생님이 되라"고 하셨다. 이 사회에서 가장 귀한 직업이 나무를 키우는 것과 사람을 키우는 것이라는 의미를 덧붙이면서….

그런데 나는 선생님이 되기보다 방송 일을 배워 남보다는 화려한 직업을 갖게 되었다. 그러나 문득 선생님 꿈을 좇지 못한 죄송한 마음이 들 때가 많았다. 그러다가 몇 년 전부터 대학 강단에서 학생을 가르치는 경험을 하면서 새삼 '선생님 존재'가 이 세상 그 무엇보다 귀하고 값지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나의 선생님은 내 노랫말처럼 오늘의 나를 지키게 해 주신 분이 되었고 지금은 중학교 교감선생님으로 얼마 남지 않은 정년을 보람 있게 보내고 계신다.

'눈감고 마음속으로 살며시 부를 때마다 내 곁에 가만가만히 다가오는 부드런 음성........' 김수웅 선생님을 만난 것은 내 인생의 축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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