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간에는 육법(六法) 위에 `뗏法'이 있다는 말이 회자하고 있다. 이러한 풍자적 표현은 육법 중의 최상위법이 헌법인데 그러한 헌법 위에 있는 법이 뗏法이라는 의미다. 정치권은 물론, 교육계에까지도 `떼를 지어 떼를 쓰면 안 되는 것이 없다'는 풍토가 만연하고 있음을 단적으로 지적하는 대표적인 표현이다. 동시에 우리 사회의 비정상적인 사회구조와 풍토를 꼬집는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을 고려해 볼 때, 이번에 한국교총이 참여키로 한 소위 `제3의 시민운동'인 `바른 사회를 위한 시민회의'의 활동은 바람직하고 앞으로의 역할을 기대해 보기에 충분하다.
새로운 시민운동은 중세의 시민운동이나 최근의 시민연대 활동과는 발상 자체가 사뭇 다르다는데 의미가 있다. 제3의 시민운동은 그릇된 이념과 그릇된 가치관, 무원칙과 독선, 왜곡된 평등주의, 집단 이기주의 등을 극복할 수 있는 중도지향의 시민운동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매우 고무적이다.
떼를 지어 끝까지 집단의 요구를 관철하는 집단행동 즉, 각계 각층의 떼쓰기 현상과 억지가 통하는 사례들에 대한 국민들의 식상함이 제3의 시민운동을 낳았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그 동안 일부 정치권과 시민운동가들은 말없이 지켜보고 있는 대다수 국민들의 의사는 무시한 채, 숙고하지 않고 검증되지도 않은 소수의 일방적인 논리와 목소리를 그럴듯한 명분만을 밀어붙여 사회를 혼란에 빠뜨리곤 했다. 하지만 그러한 행위는 종국에 준엄한 심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 자신의 승리를 위해 말없는 다수의 국민을 속이고 상대를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넘어뜨리는 비열한 행동이나 처세는 얼마 못 가 참회의 눈물을 흘리며 후회할 일이다.
정치적 감각이 대중화되고 소득과 소비가 양극화되며 가치관의 혼란이 초래되면서 여기저기서 일부의 이익만을 대변하는 힘들이 우후죽순처럼 일어서고 있다. 이러한 힘들은 산재한 사회 병리를 들춰내 치료하는 역할을 하기도 하지만 지나치게 급진적이거나 상대방의 의견을 힘으로 누르려는 경향으로 사회 혼란을 부추기고 계층간 적대의식을 고취하는 역기능을 초래하기도 한다.
그러한 과정을 겪으며 국민들은 기존의 가치를 점진적으로 개선하면서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식의 시민운동을 기대하게 된 것이다. 그것은 건국 이후 우리가 이룩한 50년의 성과와 가치를 단번에 모조리 뒤집으며 혼란을 부추기는 더 이상 없기를 바라는 경계심이 작용한 것일 수도 있다.
제3의 시민운동의 역할은 분명하다. 우리 모두 정직과 신뢰 그리고 관용이 넘치는 사회가 되도록, 그리고 각자가 승리감을 느낄 수 있는 win-win 정신과 서로를 인정하는 I'm Ok & You're Ok 정신으로 함께 노력하는 시민운동 문화를 정착시키는 일이다.
더 이상의 아집과 혼란은 국운을 낭떠러지로 밀어 넣을 뿐이다. 이 점에서 사회적·역사적 책임의식을 가진 전문 지식인들과 경륜 있는 인사들이 중심이 된 `바른 사회를 위한 시민회의'가 펼칠 제3의 시민운동에 진심으로 기대를 걸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