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가 주최하는 행사에서 학생이 사망하거나 학교 내에서 학생이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했을 때 학교는 일상적인 학교운영이 불가능하고 수업 중단까지 야기되는 위기상황이 올 수 있다. 교원·학생·학부모 모두에게 ‘누군가를 잃는다는 것’은 깊은 상실감을 비롯한 장기적인 심리적 후유증을 가져올 수도 있다. 특히 사건이 언론에 보도되거나 SNS를 타고 확산돼 법적인 분쟁에 휘말리고 잘못 왜곡될 경우 당사자는 이차적인 트라우마도 겪게 된다.
예고 없는 사고, 초기 위기개입 필요
학교 위기상황은 예고 없이 발생할 뿐 아니라 학교 전체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매우 크기 때문에 조직화된 계획 수립과 전문적인 활동이 필요하다. 초기 집중적이고 효과적인 위기 개입이 이뤄진다면 학교의 정상적인 교육 기능이 빠르게 회복될 뿐 아니라 학생, 학부모, 교사의 심리적 후유증도 예방할 수 있다.
하지만 아직 학교현장에는 위기 대응 매뉴얼은 없고, 학교폭력·학교안전사고 등 사안별 처리 매뉴얼만 존재한다. 따라서 학교는 현장에 쉽게 적용할 만한 학교 중심의 효과적인 위기 개입 매뉴얼과 교육청, 중앙차원의 지원체계를 구축해 달라고 꾸준히 요구하고 있다.
이에 지난해 교육부와 필자가 재직 중인 연구소는 학교기반 위기 대응 매뉴얼 개발 작업을 공동으로 진행했다. 그 결과를 바탕으로 학교 위기 대응 방안을 소개하고자 한다.
만일 학교에서 위기가 발생한다면 즉각적으로 학교, 지역 전문 지원기관, 교육청, 법률 전문가 등이 포함된 위기개입팀이 구성돼야 한다. 학교 자체 대응에서 가장 염두에 둬야 할 점은 학교의 안전이다. 소수 담당자가 아닌 학교 전체의 자원과 능력을 최대한 활용하면서 적절하고 빠른 결정과 수행을 위해서는 교장의 리더십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교장은 위기대응팀 지휘, 교감은 언론 보도 대응, 교무부장은 학생 출결 및 가정 학습 관리, 외부 전문가 활동 지원·관리 등을 한다. 또한 그 밖의 학교 구성원들은 학생들의 심리적인 측면을 지원하는 중재 상담팀, 학급차원에서 학생을 지원하는 학급 관리팀, 응급처치 및 신체 증상에 대한 보건 안전팀, 학부모·유가족 지원을 위한 중재 지원팀으로 나눠 각각의 역할을 부여할 수 있다.
특히 사건 발생 직후부터 3일 이내까지가 전체의 방향을 결정하는 중요한 시기다. 학교는 학생, 학부모뿐 아니라 언론과도 적극적인 자세로 대응하면서 신뢰관계를 구축해야 한다. 정확한 사실 파악, 교육청 보고, 학부모 공지, 언론대응, 정상애도 반응 및 위기 상황에 대한 학생 교육, 장례식에 대한 대응, 학사일정 관련 결정까지 이 시기에 일어나게 된다. 특히 사망사건은 향후 법적인 분쟁의 소지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초기부터 적극적인 법률적 자문과 언론대응이 중요하다.
빠른 대응, 소수 아닌 전체가 함께
또 교사들은 학교 위기개입팀의 중요한 주체이기도 하지만, 심리적인 영향을 크게 받는 고위험군이다. 교사들의 정서적인 안정은 위기 대응에서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선생님이니까, 참아야 한다’고 생각하기보다 주변에 적극적인 도움을 요청하고 학교에서는 이를 배려하는 것이 더욱 바람직하다.
학교 위기상황은 예방이 최선이지만 누구에게나 발생할 수 있는 불가피한 사건일 수 있다. 두려워하고 피하기보다는 모두가 관심을 갖고 적극적인 해결을 위해 다가간다면 우리나라 현실에 적합하고 적용 가능한 효과적 위기개입체계의 구축을 앞당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