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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논단> 나쁜 일자리 시간제교사

지난해 11월, ○○교육청은 학교 내 위클래스 근무 전문상담사 116명 모두에게 재계약을 하지 않을 계획이라 밝혀 전문상담사들이 전면파업과 농성에 돌입했다. 교육청은 국가주도 사업의 재원을 자치단체에 부담하도록 해 가용재원이 적어 재계약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요즘 학교 현장에서 이런 갈등이 심심치 않게 벌어진다. 일자리 창출이란 명목으로 전 정부에서 만들어졌던 영어회화전문강사, 특수교육지원강사, 스포츠 강사 등이 현 정부에 들어와 재정 부족 등의 이유로 퇴출 절차를 밟으며 벌어지는 기현상이다.

인력집합소로 변한 학교는 갈등

그럼에도 현 정부 또한 ‘고용률 70% 로드맵 정책’이란 명목으로 과거 정부의 오류를 답습하려 한다. 교육부가 반일제, 격일제 등 다양한 방식으로 교사 법정 근로시간의 절반인 하루 4시간을 근무하는 정규직 시간제교사 채용근거를 마련해 내년 2학기부터 2017년까지 3600여명을 채용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근무시간을 나눠 일자리를 나누자는 취지다. 학교는 이미 다양한 역할과 신분을 가진 인력집합소가 돼 모호한 업무 경계 등으로 갈등이 끊이지 않는데 정부가 ‘시간제교사’라는 또 하나의 직업군을 추가한다고 나섰다.

‘시간제 공무원 도입’ 취지로 다양한 가족제도의 특징을 고려하면서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기본전제는 충분히 이해하고 공감한다. 그러나 노동의 관점에서만 바라본 정책을 학교현장에 적용하겠다는 생각은 학생의 전인적 성장과 발달 특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탁상공론의 전형이다.

사람들은 교사에게 엄격한 윤리 잣대를 들이대며, 교사를 지식을 전달하는 역할로만 보지 않는다. 사람들에게 교직은 단순한 생계수단을 위한 노동직도 아니고, 학생에게 지식을 전달하는 전문직도 아닌 학생의 전인적인 성장을 책임지는 스승으로의 역할을 기대한다.

그런데 시간제교사에게 단순히 수업을 통해 가르치는 일만이 아닌 학생 생활지도나 학급담임 배정 등을 통해 학생과의 관계 형성과 이를 통한 총체적이고 지속적인 ‘교육’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결국 학생·학부모는 고려하지 않은 나쁜 일자리가 학교에 생겨나는 것이다.

또 교사의 행정업무 면에서 시간제교사에게 무엇을 기대할 지도 의문이다. 일일 4시간 또는 격일로 근무하는 교사에게 학생평가, 다양한 학교 행사, 교육과정 운영 등 지속성이 요구되는 행정업무를 맡기지 못한다면 결국 이는 정규직 교사의 몫이 될 것이고 학교현장에 또 하나의 갈등을 유발할 뿐이다. 교육주체 간의 갈등 확산, 위화감 조성으로 교사 간 협력시스템은 무너져 결국 학생들에게 제대로 된 교육이 제공될 리 만무하다.

교육당사자 모두에게 마이너스

시간제교사의 입장에서도 역시 나쁜 일자리라는 결론은 바뀌지 않는다. 시간제교사의 근무시간이 정규직 교사의 절반밖에 되지 않아 경력이 쌓일수록 시간제교사와 정규교사의 호봉은 격차가 생길 수밖에 없다. 시간제교사는 승진과 호봉에서 불리하고 결국 영원히 시간제로 머물 수밖에 없으며 이는 교육의 질적 저하로 이어질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며칠 전 경기도의 한 고등학교에서 교사와 학생이 주먹다짐한 끝에 교사가 병원에 입원하고 학생도 다치는 일이 발생했다. 초등학교 2학년생의 지속적인 학교폭력 문제도 매스컴에 올랐다. 아무리 학교에서 강조하고 교사들이 지도해도 부족한 학교폭력문제, 학생인권조례 등으로 인해 교권이 보호받기 힘든 교육현장에 시간제교사가 과연 학생의 전인적 성장을 도울 수 있는 교육의 주체로써 어떤 역할을 해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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