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교육인적자원부에서 주관한 2001학년도 교실수업개선 연구학교 평가 워크숍에 참가한 적이 있다. 각 학교 연구부장들이 연구 기간 중, 실천 적용한 내용을 주제별로 발표하고 토의하는 자리였다. 각급 학교의 상이한 여건과 환경, 그리고 배경을 바탕으로 실천한 갖가지 사례를 한 자리에서 비교, 이해할 수 있는 계기였다.
이날 워크숍의 분위기를 보면 현재 일선 학교에서는 여러 가지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교실수업개선 활동이 매우 활발하게 일고 있었다. 교육계가 흔들리고 교단이 불안정한 가운데서도 교사들의 열정을 엿볼 수 있었다.
학교 밖에서 보면 교사들은 꽤나 자유시간이 많아 보이겠지만 실상 그렇지 못하다. 교사들이 단지 맡은 수업만 한다면 그럴 수도 있겠지만 교육 현실은 전혀 그렇지 못하다. 학생들의 보충 지도, 특기 적성 교육, 담당 업무와 공문 처리 등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사들은 수업안 작성 및 교재 연구, 각종 자료·학습지 개발에 노력을 기울여 개인별 수준별 교육에 나서고 있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우리 교육은 분명 희망이 있다.
학교와 교사를 아우르는 지고지순한 활동은 수업이고 장학의 초점 역시 교실수업개선이다. 누가 뭐래도 수업은 교사의 생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교육 현실은 여러 가지 여건 때문에 수업보다는 다른 주변의 일에 치중한 감이 없지 않다. 장학 역시도 교사의 수업 개선과 그 지도보다는 장부와 서류에 초점을 맞추는 형식이 관행이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주객이 크게 전도됐던 것이다.
교사의 본분이자 가장 핵심적인 활동이지만 역시 가장 어려운 것이 수업이다. 매일 몇 시간씩 수 십 년을 하더라도 늘 아쉽고 만족스럽지 못한 것이 수업이다. 40여 년을 교단에서 보낸 정년 퇴직 교원들도 한결같이 후련하고도 만족스런 수업을 해 본 적이 없다고 회고한다. 흔히 수업에는 왕도가 없다고 한다. 이는 수업의 다양성과 자율성, 그리고 탄력성을 함축하고 있는 것이다.
교실수업개선은 얼마 전까지 우리 교육의 방법적 신교육 패러다임의 하나였던 열린교육의 개칭이다. 이른바 열린교육은 1980년대 말 우리 나라에 도입되어 10여 년 간 우리 교육을 개혁하려 했던 신교육 운동이었다. 기존의 교과서 맹종, 교실 위주의 경직된 수업의 틀을 과감히 불식하고 학생 중심, 활동 및 과정 중심의 교수-학습을 지향했던 우리 교육의 일대 밑으로부터의 개혁 운동이었다. 열린교육이 지나치게 방법적, 형식적 측면에 치중하여 중요한 내용적 측면을 간과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교수-학습의 초점을 학습자인 학생에 맞추었다는 점은 우리 교육의 패러다임 개혁 운동으로서 평가받아야 할 것이다.
교육이 백년지대계인 이상 열린교육에 대한 평가 역시도 먼 훗날에야 가능할 것이라는 이야기에 귀 기울여야 한다. 비단 열린교육과 교실수업개선이라는 낱말의 차이가 아니라, 교수-학습의 개선에 초점을 맞춘다는 점에서는 궤를 같이 하는 것이다.
2002학년도에는 제7차 교육과정이 초등학교 전 학년에서 적용되고 고교 1학년까지 확대된다. 명실공히 우리 나라 보통 교육을 아우르게 된다. 여러 가지 시행과 적용상의 문제점을 야기하고 있는 교육과정이지만, 학생들에게 알기 쉽고 편안하게 배우게 배려하는 수업, 기존의 교실수업을 여건에 맞게 개선하는 교육과정으로 이해하고 교사들이 자율과 창의로 교실에 적용한다면 문제점은 상당 수준 개선될 것이다. 교육과정의 근본 역시 교실수업개선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