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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 창가에서> 무례한 ‘인권’이 휩쓸고 간 교실

요즘은 부쩍 생각이 많다. 아침에도 저녁에도 생각의 감옥에 갇혀있다. 가시박처럼 벋어나가는 고민. 도대체 몇 년이 지나야 교육은 원상회복 될 것인가.

희망이 멈춘 교육. 아무리 창의와 혁신, 인권을 강조하지만 교육은 의식불명이다. 해일 지나간 자리처럼 아이들은 교실에 널브러져 있고 거리에 나가면 짝을 지어 몰려다닌다. 예의바르게 미래를 준비하는 창의적 인재는 얼마나 될까. 그들은 진작 특목고나 자사고로 빠져 일반계 고등학교는 도무지 수업이 먹혀들지 않는다.

어찌 고등학교뿐이겠는가. 초등학교도 중학교도 심각한 상황은 마찬가지이다. 아이들은 선생님을 존중하지 않는다. 복도는 시작종이 울려도 괴성과 난잡한 행동으로 ‘동물의 왕국’을 방불케 한다. 수업을 하더라도 깐죽거리거나 아예 대놓고 자버린다. 선생님이 언성을 높이면 인상을 쓰며 나직이 욕설을 한다.

하버드 대학의 공부벌레를 따라잡으려던 우리의 발길은 어디로 갔는가. ‘공부9단 오기10단’을 읽으며 ‘공부가 제일 쉬웠어요’, ‘공부는 내 인생에 대한 예의다’라는 우리의 다짐은 다 어디로 갔는가. 내리막길에서 제동장치 없이 가속의 페달을 밟는 청소년들. 밤을 새워 카톡하고 게임으로 욕망을 소진하는 아이들. 학원 간다 과외 간다 하며 거리에서 떠도는 아이들. 지나칠 때면 몸에서 담배냄새 화장냄새 물씬 풍기는 아이들.

왜래 식물이 토착식물을 초토화시키는 것처럼 정말이지 무례한 ‘인권’이 윤리적 ‘인성’을 밀어냈다. 교편도 사라지고 사도의 길을 묵묵히 걷던 스승마저 짐을 꾸리고 있다. 교단의 주인은 더 이상 스승의 것이 아닌 아이들과 학부모의 도마가 되었다. 툭하면 인터넷 게시판에 올리겠다는 학부모. 그에 힘입어 종일 스마트폰만 만지작거리거나 거울을 보다 잠자는 아이들. 속수무책, 어떤 제지도 할 수 없이 교실을 나오는 선생의 뒷모습.

어쩌다 교육이 이토록 무장해제 당했는가. 지독한 ‘인권’의 후유증. 그 생경한 인권이 방종의 물꼬를 터주고 울타리 역할을 한다면 이상한 나라의 패러독스 아닌가. 잘못된 진단과 처방에 따른 부작용이라면 누군가 책임을 져야 할 텐데, 교육 관할청은 연수 때마다 제발 민원이 나오지 않도록만 신신당부한다. 아이들이 무슨 짓을 하더라도 매뉴얼을 준수하란다. 교실은 긴급 심폐소생이 절실한데 말이다.

한 술 더 떠서, 청소년을 상대로 한 연예기획사들의 선정적 포르노그래피. 대부분의 뮤직비디오가 섹스를 암암리에 유포시킨다. 스마트폰 업체도 청소년을 먹잇감으로 융단폭격을 가하며 잠식한다. 아이들은 그에 발맞춰 ‘청춘해방’을 부르짖는다.

부모들은 밤늦게야 돌아와 아이들은 저들끼리 라면이나 끓여먹는다. 부모와 아이들의 대화는 ‘밥 먹었냐?’가 대화의 전부인 가정이 늘고 있다. 돈 벌기에 급급한 부모가 늘고 있다.

흘러간 얘기지만 어느 학부모가 생각난다. 학생 하나가 담배 냄새가 나서 부모더러 오시라했더니 한참 걸려 오신다. 그분은 뭔가 신문지에 싼 것을 펼쳐보시는데, 회초리이다. 학교 담장에 있는 나뭇가지 몇 개를 꺾어온 것이라며, 아들 보는 앞에서 종아리를 때려달란다. 전두엽이 쭈뼛해지는 상황, 맞는 아버지를 보며 아이도 울고 선생도 울었던 날이다.

요즘 선생님은 아이들을 내 새끼처럼 보듬는 경우가 적다. 하기야 내 새끼 키우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닌데 남의 새끼야 오죽하랴.

하지만 교직은 사람을 남기는 봉사직이다. 상품은 불량이 발생하면 리콜해주면 되지만 아이들은 리콜할 수 없다. 고등학생 47%가 10억이 생긴다면 죄를 짓고라도 감옥에 가겠다는 현실, 타클라마칸 사막처럼 삭막한 현장이고 설령 가정교육을 기대하기 힘들더라도 ‘선생만은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고 다시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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