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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작은이야기> 다래야, 사랑해!


주말을 지낸 후 어제는 다래를 포함해 결석한 원아들이 많아 전화를 여러 통 걸었다. 하지만 다래에게만 연락을 못해 마음이 무거웠다. 밤낚시 갔다가 다래를 두고 영영 하늘나라로 떠나버린 아빠 때문에 다래 네는 전화요금도 미납된 처지였다.

아빠의 자리가 비어서일까. 유독 날 잘 따르던 다래. 언젠가 급식실에서 벌어진 일이 생각난다. 줄을 서서 배식을 받은 아이들은 차례로 안쪽부터 앉기 위해 식판을 들고 걷고 있었다. 그 때, 다래가 식판을 든 채 "여기 앉
아 먹을래요"하며 어른 수저가 놓인 자리 옆에 서 있었다. 난 좀 망설이다가 "그래? 그럼 오늘 만이다"하며 다짐을 받았다.

그런데 뒤에 서 있던 성호가 다래에게 오더니 "임다래! 너 빨리 안으로 들어가!"라며 큰소리를 쳤다. 난 "성호야, 오늘만 앉으라고 하자"고 말했지만 성호는 "안 돼요. 먼저 받은 사람이 안으로 들어가기로 했잖아요"라며 다래를 쏘아봤다. 다래는 난처한 표정으로 내 얼굴을 보며 편을 들어주길 바랐지만 성호의 당당한 질서의식 앞에 난 주눅들고 말았다.

"다래야, 오늘 말고 내일은 꼭 선생님 옆에 앉게 해줄게"라며 다독이자 다래는 할 수 없이 식판을 들고 안쪽으로 걸어갔다.

그런데 얼마 후, "선생님, 다래가 밥 안 먹고 울어요"하는 아이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차' 싶어 가보았더니 다래의 얼굴에는 이술 같은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다래는 자기를 안 예뻐한다고 생각했는지 보통 실망하게 아닌 눈치다. 눈물을 닦아주고 등을 토닥거리며 위로 했지만 친구들이 밥을 다 먹고 가버린 식탁에는 다래와 가까운 미정이만 남았다.

"다래야, 선생님은 다래가 제일 좋단다. 슬프게 해서 미안하구나. 이제 그만 밥 먹자. 응?"

토라진 마음이 쉽게 가라앉지 않는 지, 다래는 한참 후에 밥을 먹기 시작했다. "선생님은 다래를 사랑해"하는 소리를 반찬으로 먹으면서…. 다래는 밥을 다 먹고 복도를 걸으며 내 손을 꼭 잡았다. 얼굴은 언제 비가 내렸다 싶게 환한 표정이다.

어제처럼 다래가 결석했을 때, 내 마음이 유난히 초조해지는 이유는 바로 이런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늘 아침, 다래는 예쁘고 상큼한 모습으로 살포시 미소지으며 내 앞에 다가왔다.

"다래야 선생님은 다래를 무척 사랑한단다."

다래를 껴안으며 마음으로 던진 말이 내 몸에서 공명처럼 울려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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