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로교사로 아이들을 어떻게 지도할 것인가. 진로교사 2년차인 요즈음 필자가 갖고 있는 고민이다. 새로운 학교에 적응하지 못했다고 치부하기엔 너무나 치졸하고 옹색한 변명밖에 안 된다는 생각에 한스럽기까지 한다. 무식(無識)이 용감이라고 했던가. 멋모르는 1년차엔 너무나 자신만만했고, 실제 수 없는 상담과 시행착오를 겪으면서도 아이들의 진학에 나름대로 도움이 됐다고 자부하고 있었던 게 사실이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은 수업시간이 돌아오면 왠지 자신이 없고, 근심만 깊어진다.
진로교사의 역할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누게 된다. 하나는 ‘진로와 직업’이라는 교과목을 담당해 가르치고, 다른 하나는 학생들의 진로에 관한 상담을 진행하는 것이다. 어는 쪽이 더 비중이 크거나 적다고 볼 수 없기에, 둘 다 소홀이 준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늘 긴장의 연속이다. 모든 과목이 하나같이 중요하지 않은 게 없고, 전 교사가 상담에 임하고 계시지만, 부전공을 통해 여러 과목을 지도해 본 적이 있는 필자로서는 나름 이 과목이 제일 힘들다는 게 이즈음에 드는 생각이다.
상담도 예외는 아니어서 할수록 바닥이 들어난다. 아이들이 “어떻게 해요?” 하고 물어오면 난감하기가 그지없다. 기계적인 질문이라면 매뉴얼에 있는 대로 대답하면 되겠지만 삶의 선택이 달린 심리적인 성격이 다분한 물음에는 경험과 경륜이 짧은 나로서는 쉽사리 응대할 수 없어 애를 태운다.
보통 상담을 하러 오는 학생들은 스스로 찾아오는 자발적 내담자와 다른 교사나 학부모의 요청에 의해서 찾아오는 의뢰적 내담자로 분류된다. 전자의 경우에는 본인이 이미 진로를 결정짓고 그것에 대한 확인을 하거나 선택에 대한 조언 정도를 구하러 오는 것이기 때문에 별다른 준비 없이 그냥 잘 들어 주기만 해도 상담의 효과는 매우 크다.
문제는 후자의 경우다. 진로에 대한 생각이 아예 없거나 있어도 막연하다. 하고 싶은 직업 이름 정도 들려주는 게 고작이어서 처음부터 상담은 난항이다. 이런 경우 대부분의 내담자는 학습에 대한 흥미가 없을 뿐만 아니라 특별한 아이로 불리기도 해 학교에서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친구들이기도 하다. 하여 우선 아이의 성향을 파악하고 자신을 이해 할 수 있는 진로심리검사를 하도록 도와준다.
이런 절차를 통해 자신의 흥미를 알게 하고 이와 더불어 적성에 맞는 진학에 대한 조언을 함께 해 주면서 어느 정도 스스로에게 관심을 갖게 해주는 과정이 필요하다. 물론 지속적인 경청과 배려를 통해 아이의 자존감을 높여주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은 작년 10월 22일부터 11월 2일까지 2주간 전국 초·중·고생 2만4000여 명을 대상으로 장래 직업을 조사 했는데 학생들이 선호하는 직업은 교사, 연예인, 의사, 요리사, 경찰 등이었다. 같은 설문을 학부모 대상으로도 실시했는데 학부모가 선호하는 직업은 공무원, 교사, 의사 순이었다. 학생과 학부모 공히 안정적인 직업을 갖기를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이는 80년대와 90년대 노동 집약적인 풍요의 시대를 지나 경제혼란기를 거쳐 온 부모들이 자신들의 아픈 상처를 자식에게는 겪게 하고 싶지 않은 마음 때문이다. 부모들은 20년 공부해서 40년을 먹고 살아갈 교육을 받고 한번 정해진 직장에서 평생을 잘 살 수 있다고 믿었는데, 하루아침에 경제위기에 몰려 어려운 상황에 처할 수 있다는 것을 경험했다. 이런 사고가 어릴 때부터 시작된 밥상머리 진로교육으로 이어진 결과가 직업 선호도로 나타난 것이다.
그러나 아이들의 세대에는 30년을 공부해서 60년의 삶을 이어가야할진대, 정년이 정해져 있는 직업으로서는 한계가 있다. 지금 초등생들이 사회에 진출할 때에는 현재의 직업은 80%가 사라지고 새로운 직업이 생겨난다고 하니 진로 선택과 관련해 아이들의 흥미와 적성을 중시하는 소양을 길러주는 교육과 올바른 진로탐색이 이뤄지도록 해야 할 것이다.
직능원에서는 학생들의 장래 희망에 영향을 미치는 사람도 조사했는데 부모(46.6%)가 1위였으며, 언론(10.1%), 친구(8.6%) ,유명인(5.1%), 진로교사(4.1%) 순으로 그 뒤를 이었다. 진로교사의 영향이 가장 적었다는 점은 아쉬우나 이제 2년차가 시작됐다는 점을 생각해 볼 때 기대를 갖게 된다. 앞으로 진로교사들의 역량에 따라 더 많은 학생들의 진로에 큰 영향을 끼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제 자유학기제가 시범적으로 시행되는 이 시기에 새삼 진로교사라는 자리의 막중함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