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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논단> 경험 인정하는 ‘테뉴어’ 문화 정착시켜야

우리나라에서 현대적인 연금법은 1959년에 제정돼 1960년부터 시행하고 있다. 입법 당시 우리나라 국민의 평균수명은 남자 55세, 여자 57.8세였으며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2011년 기준으로 남자 77.6세, 여자84.5세가 됐다.

입법 당시 교원의 정년은 65세였으나 98년 외환위기 당시 김대중 정부에서 정치적 결단에 의해 3년을 무 자르듯 단축시켰다. 단서 조항으로 같은 교육공무원이지만 대학교수는 또 예외로 하기로 했다.

정년단축의 낙인, 원로=무능

당시 정부에서 들이댄 것은 고(高)호봉 교사 한 명을 퇴출시키면 신임교사 세 명을 임용할 수 있다는 경제논리였다. 경제논리가 정년 단축의 당위성을 제공해줄 수도 없지만, 당시 언론은 나팔수 노릇을 하고 주무장관은 한 가지만 잘하면 대학 간다고 사탕발림으로 국민을 현혹시키고 어용 시민단체를 동원한 무능교사 퇴출운동에 삼인성호(三人成虎)라고 변명 한 마디 할 기회도 잡지 못했다. 결국 신임교사 임용 확대도 이뤄지지 않은 채 교단의 원로교사들만 무능한 교사로 매도당하는 모욕감을 안고 눈물로 교단을 떠나야 했다.

이에 교원사회가 공분(公憤)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한 평생 교직에만 전념한 교원에 대한 신뢰보호의 원칙과 인사 예측성의 헌법적 가치를 유린한데다가 임용하지도 않을 신임교사 세 명을 임용할 수 있다고 교원사회를 속였으니 당연하다. ‘칼에 베인 상처는 일주일이면 아물지만 말에 베인 상처는 평생 간다’는 김용준 전 헌법재판소장의 말이 남의 얘기 같지가 않다.

교원사회 특성상 직업적인 안정성 때문에 탄력적이지 못했던 탓에 오히려 화를 자초한 면도 있었음을 인정한다. 통계학적으로 말하면 조직의 3% 정도는 퇴출 사유가 있는 인력이고 인구 만 명 중에는 범법자가 틀림없이 있다고 하니 직업적 안정성에 기대 이런 부분들을 일소하지 못한 점은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미 가위로 종이를 잘랐는데 이제 와서 위 날이 역할을 했느냐, 아래 날이 역할을 했느냐 따지는 것은 부질없는 논란이다. 이제는 과거를 논하기보다 저출산 초고령화 사회를 맞이한 상황에서 교원 정년이 환원돼야 하는 이유를 밝혀야 할 때다.

늙은 벌의 사회적 경험이 젊은 벌의 임무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가 있듯이 원로교사의 역할은 단순히 본인의 업무에 그치지 않는다. 원로교사들은 그들이 가진 체화된 교육자로서의 직업의식, 건전한 가치관으로 교육이 추구하는 온고지신을 보여주는 산 증인이다.

또 ‘바순’이 오케스트라의 한 복판에서 깃발이자 굴뚝 역할을 하듯 원로교사는 오늘날의 수석교사의 역할을 해 오면서 자기 목소리를 낮추는 행보로 일관하며 교육의 본질을 고민하는 사표(師表)다. 교육현장이 탄탄해지려면 경력이 적은 교사, 중견교사, 원로교사 간에 견고하고 건강한 가치사슬을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고, 이는 교육생태계 전체를 아우르는 융합과 소통의 시각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이처럼 ‘경험은 최대의 학문’인데 초고령 사회에서 조기 은퇴를 시행하는 것은 이런 ‘최대의 학문’을 사장시켜 개인과 국가에 큰 손실을 입히는 일이다. 정년단축을 했던 경제논리를 벗어나 원로교사의 신분을 물질적 ‘등가교환’ 개념이 아닌 초고령 사회의 봉사자 개념으로 접근해 보자. 경제적 논리가 장벽이 된다면 임금 피크제 등도 검토하는 등 급여의 효율적 운영을 통해서라도 원로교사들의 경험을 지속적으로 활용할 방안을 찾을 필요가 있다.

생활지도·장학 요원으로 활용해야

이렇게 계속 근무하는 원로교사의 경험과 역량에 따라 진로·진학상담, 생활상담, 인성교육, 통일교육, 성교육, 예절교육 등 학생 생활지도 요원과 수업장학, 교과전담강사, 초임교사의 멘토, 보결강사, 방과후 강사 등을 맡는 교사 장학 요원으로 구별해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또 법령 정비 후 특별사법경찰권을 원로교사에게 부여한 후 청소년 유해업소 순찰, 배움터 지킴이, 스쿨존 내의 교통 봉사 등도 학부모나 외부 인력이 아닌 정규교사인 원로교사가 담당하도록 수 있을 것이다.

이렇듯 고급인력의 활용과 교육계의 균형추를 위해서도 정년은 단계적으로 환원돼야 한다. 원로교사들의 경험을 인정하고, 쌓인 신뢰를 경력으로 치환해 주는 ‘테뉴어’ 문화가 우리 사회에도 정착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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