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학교폭력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면서 가해자 처벌 강화, 상담인력 확충, 복수담임제 실시, 체육시수 확대 등 학교폭력 근절을 위한 여러 정책이 발표·실시되고 있다. 그럼에도 전국 초·중·고교 학부모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학부모의 45%가 학교폭력 대책이 별 효과가 없었다고 응답했다.
왜 이런 정책들이 소기의 효과를 거두지 못했을까? 학부모들 중 많은 수는 현장 의견을 수렴하지 못해 현실감이 떨어지거나 학교별 특성이 고려되지 못하고 획일적이기 때문이라고 응답했다. 이런 지적들에 수긍이 간다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학교폭력예방 문화 확산을 위해 노력하는 활동을 강화해 학생 스스로 학교폭력 없는 학교 문화를 창조하도록 시도해 보는 것은 어떨까.
필자는 학생의 자발적인 학교폭력예방 문화 확산의 일례로 ‘친구와 함께하는 블루밴드 캠페인’을 소개하고자 한다. 학교폭력 근절의 주체인 학생들이 ‘블루밴드’라는 동아리를 조직해 주도적으로 구체적인 학교폭력 예방 실천 방안을 제시하고, 실천 서약에도 자발적으로 참여함으로써 학생들 간에 자연스럽게 학교폭력 근절 분위기를 전파하고 정착시킨다는 것이 이 캠페인의 특징이다.
블루밴드 동아리의 캠페인 활동내용과 방법을 간략하게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먼저 학생들의 학교폭력에 대한 인식을 알아보기 위한 실태 조사를 실시하는 일에서부터 출발했다. 아무 기초도 없는 상태에서 활동을 시작할 수 없어 처음에는 과제로 학교폭력의 의미, 우리나라에서의 학교폭력, 학교폭력의 유형, 학교폭력의 실태 등에 대한 사전조사를 하도록 했다. 그 이후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조사결과에 따라 학생들이 주도하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둘째, 설문조사와 토론회를 마치고 나면 블루밴드 동아리의 활동이 빛날 차례였다. 블루밴드 동아리는 설문조사와 토론회 내용을 근거로 교내에서의 학교폭력을 근절하기 위해 등하교 시간과 중식 시간에 캠페인을 전개해 학생들이 학교폭력 예방과 근절에 적극 참여하도록 했다. 학생들 스스로 나서 분위기를 조성함으로써 학교 내에서 급우 간, 선후배 간 상호 존중하는 분위기가 조성됐다.
셋째, 학생들은 교외활동으로 SNS폭력(사이버폭력)관련 캠페인과 경기도 학생들 간의 학교폭력 토론회와 같은 다른 지역 학생들과의 만남 등의 활동 목표를 설정하고 실행했다.
넷째, 이 과정에서 선생님과 학생의 소통부재, ‘중2병’ 등 여러 가지 문제점들이 도출됐다. 이 문제들에 대해 좀 더 집중적으로 알아보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인근 중학교에서 ‘후배와 함께해요’ 프로그램도 실시하고 이메일 상담프로그램 ‘고민을 들어드립니다’도 운영했다.
다섯째, 최근 학교폭력으로 인한 자살이 증가하고 있고 심각한 사회 문제로 떠오르고 있는 만큼 자살 예방 문구를 제작하고 설치하고 ‘진정한 친구 되자!’는 제목의 자살 예방 캠페인을 비롯한 자살 예방 활동을 전개했다.
여섯째, 학생들은 ‘학교폭력: 또래상담의 중요성’ 활동을 하면서 조사한 결과에 따라 동아리 활동으로 ‘파란누리 공감소’라는 또래 상담실을 설치·운영해 친구들에게 학교폭력 또래 상담을 전개했다.
일곱째, 효과적인 메시지 전달 방법에 대해 조사한 결과 친구들에게 쉽고 재미있게 다가갈 수 있는 활동으로 스토리텔링을 선택하게 된 학생들은 ‘스토리텔링을 통한 소통과 공감의 장 만들기’를 위한 이벤트와 공모전도 실행했다.
‘블루밴드 동아리’ 학생들이 스스로 열심히 활동한 결과 ‘학교폭력을 넘어 인성교육으로!’라는 주제로 열린 행사에 참가할 기회를 얻었는데 이 자리에서 학교폭력피해자협의회 회장의 눈물 젖은 선언과 SBS ‘학교의 눈물’ 담당 프로듀서의 생생한 학교폭력 실태를 들으면서 학교현장에 있는 교육자의 일인으로서 심한 자괴감을 느꼈고 학교폭력만은 반드시 근절시켜야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대통령은 퇴임 후에도 학교폭력 근절에 앞장서겠다는데 필자는 과연 교육의 최일선에 있는 교육자로서 학교폭력 근절을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고 있나 반성도 하게 됐다.
그렇다. 아이들은 우리의 미래고, 우리의 미래인 아이들의 행복한 학교생활을 위해서 학교폭력은 반드시 근절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다행히 우리 아이들이 스스로 학교폭력 없는 학교문화를 만들어간 모습을 기억하며 오늘도 희망을 이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