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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칼럼> 선생님 기를 살려야 교육이 산다

교직을 떠나온 지 올해로 벌써 5년차. 학교의 일이 까마득하고 내가 저 울타리 안에서 살았던가, 꿈만 같다. 생각해 보면 그것은 나의 인생이 아닌 것 같고 남의 인생인 것만 같다. 그런 입장에서 나는 마치 두 사람의 삶을 거푸 사는 게 아니가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교직을 돌아볼 때 보람 있었다, 좋았다는 생각보다는 그저 후회스럽고 부끄럽다. 인간에게 망각의 은혜가 있어서 그렇지 그 많은 날들의 잘못과 뉘우침을 기록하고 쌓아놓는다면 나의 책은 한 권의 참회록으로 모자라지 싶다.

참 ‘선생님 노릇’ 하기가 힘들었다. 교직은 사람을 다루는 직업. 그것도 어리고 순정한 어린 사람들을 다루는 직업이라 무한 책임이 따른다. 이리 해도 잘한 일이 못되고 저리 해도 잘한 일이 못된다. 지금도 가끔 옛날 제자들을 만나면 얼굴이 화끈거린다.

숙제하지 않았다고 학교에 낼 돈을 가져오지 않았다고 닦달하고 야단 친 일이 한두 번이 아니다. 지금 세상 같았으면 대번에 교직 아웃이 선언됐을 것이고 심하면 감옥에라도 갔을 일이다. 그런데도 교직생활을 잘 마무리하고 정년퇴임을 하게 된 것은 오로지 행운이라는 생각도 든다.

더러 교직에 남아 있는 후배교원들은 날더러 참 좋은 시절 잘 하고 물러났다고 말을 한다. 오늘의 교직사회는 내가 있던 5년 전 그 때하고는 너무나 다른 형편이라는 것이다. 학교 구성원들인 교원, 학생, 학부모, 교직단체, 교육행정 기관의 갈등이 첨예화됐을 뿐더러 ‘교원능력평가’ 제도까지 새롭게 생겨 기준 능력에 미달되는 교원을 골라 이른바 ‘능력개발연수’란 것을 받게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평가주체를 교육계 밖에서 불러오고 평가척도가 오로지 수치에 의해서 좌우된다는 점이 우려스러운 점이다. 들리는 말에 의하면 이렇게 해서 1개월, 6개월 단위로 연수를 받게 하는데 인근 교육연수원에는 교장선생님 한 분도 그 연수프로그램에 와 있다는 것이다.

이유와 평가과정이야 어쨌든 인생과 교직의 말년에 그게 무슨 창피란 말인가! 나라고 해서 그런 처지가 되지 말라는 보장은 없는 법이다. 그러기에 후배 교원들은 날더러 좋은 때 잘 있다가 물러났다고 그러는지 모를 일이겠다.

교직에서 물러난 뒤 공주문화원장의 자리를 맡아 3년째 일하고 있다. 문화원장의 일을 하면서 교직에서 40년 동안에도 배우지 못한 것들을 새롭게 배우면서 사는데 얼마나 맘이 편하고 좋은지 모른다.

다 같이 사람을 다루는 직업이지만 책임이나 의무보다는 즐거움이 있고 편안함이 있어서 좋다. 이런 사람의 눈으로 볼 때 오늘날 학교 사회가 여간 걱정스러운 게 아니다. 특히 선생님들의 안부가 걱정이다. 틀림없이 기가 죽을 대로 죽어 있을 것이다.

누가 뭐래도 교육의 주체는 선생님들이다. 선생님들의 기를 죽이고서는 교육을 하겠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한 시절 교원이 가장 선망하는 직업이란 말들이 있었다. 그래서 그런 걸까? 요즘 걸핏하면 선생님들을 까 내리는 말들을 한다. 국가 정책이나 행정도 그런 식으로 돌아가고 있다.

학교 선생님들은 동네북이 아니다. 우리말에 ‘동냥도 안 주면서 쪽박을 깬다’란 말이 있다. 오늘의 우리 사회가 바로 학교와 선생님들의 쪽박을 깨는 형국이다. 그렇게 해서 도대체 손해를 보는 사람은 누구란 말인가? 물어보나마나 내 아이들이다.

나는 요즘 공주문화원장으로서 우리 고장에 있는 공주대학교를 돕기 위한 ‘행복한 동행’이란 시민운동에 참여하고 있다. 공주와 공주 사람들의 자존심의 뿌리인 공주대학교. 그 학교를 돕기 위해 지역 주민들이 나서서 스스로 계획하고 실천하는 행사요 사업이다.

여간 보람이 있는 게 아니다. 그렇다. 지역의 학교를 지역주민들이 나서서 돕고 살려야 한다. 학교가 살아야 지역주민이 산다. 뿐더러 선생님들의 기를 살려야 교육이 살고 나라가 산다. 사람들은 왜 그걸 모르는지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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