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白牛在西面西 童子在東面東” 흰 소는 서쪽에 있으면서 서쪽을 향해 있고, 목동은 동쪽에 있으면서 동쪽을 향해 있네. 목동과 소가 서로를 잃은 상태는 분열된 공동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회적 관계 상황이다. 학교의 요즘 상황이 이런 깨어진 관계의 징표들을 수시로 보여줘 걱정스럽다. 학생과 교사, 학생 간, 교사와 학부모 간의 관계 회복이 매우 중요한 시점에서 또 하나의 화두가 던져졌다. 주5일 수업제의 전면시행이다.
시행 배경이 어떠하든 주5일 수업제에 따른 주말활동들은 그 본질에 있어 학교나 교육청이 주도할 일은 아니다. 가족단위로, 다양한 사회기관에서 자생적인 교육문화 활동으로 추진될 일이다. 국가기관이나 지방자치단체, 대학, 사회기관에 부과된 평생교육 진흥 의무는 그 뜻이 바로 여기에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도 시행을 계기로 금·토·일을 패키지로 묶은 기숙형 번개과외나 지방에서 상경해서 월요일 새벽까지 주말 야간 산행방식으로 강행군하는 새로운 과외수요가 생기고 있다면, 새로운 주말 문화가 정착될 때까지 과도기에는 교육청과 학교가 중요한 역할을 해 토요프로그램을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 특히 나 홀로 내동댕이쳐지는 아이들을 돌보고, 사회경제적으로 불리한 계층 자녀들의 주말 교육복지 문제는 학교가 일정 부분 맡아야할 공적인 책무라고 생각한다.
프로그램 운영기관 동기부여 필요
토요프로그램 활성화를 위한 방안을 모색할 경우 접근의 관점, 정책 추진 방향, 전략적 과제와 구체적인 방안들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주5일 수업제에 따른 토요프로그램 구상을 인생설계의 맥락에서 설레는 마음을 갖고 접근할 수 없을까. 주말2일에 대한 설계는 내 평생의 2/7에 해당하는 20여 년간의 소중한 삶에 대한 미래기획이다. 노후생활에 대한 구상 못지않게 가족의 주말생활에 대한 적극적 인식이 요구된다. 이런 관점에서 토요프로그램 활성화 방안을 국가 지역 학교 수준에서 탐색할 때 다음 네 가지 맥락을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첫째는 ‘입시의 굴레’를 탈피하는 일이다. 둘째는 ‘교육적 성장경험’을 제공하는 일이다. 셋째는 교실 밖 교실, ‘학교 밖 학교’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가지는 일이다. 넷째는 네트워킹을 통한 ‘공동체적 접근’을 중시해야 한다.
주5일 수업제가 안정적으로 정착되고 학교 안팎에서 다양한 토요프로그램과 주말활동 프로그램들이 자생적으로 생겨나도록 하기 위해 전략적 수준에서 검토해 볼 만한 사항들이 있다.
우선, 동기부여를 위해 토요프로그램 인증제를 연구‧검토해야 한다. 그 다음으로는 교육청 수준에서 운영지원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 프로그램 운영에서는 방과후학교, 토요프로그램, 주말학교를 연계한 다양한 프로그램 운영과 사교육수요흡수를 위한 다양한 교과 심화형 학습프로그램 개발, 학업성취기준 미달학생을 위한 지원프로그램의 연계 운영 등도 필요하다. 또 프로그램의 질 제고를 위해 필요한 영역에서 방과후‧토요프로그램 전담교사(시간제교사)를 임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지역과의 연계를 활성화하기 위해서 구체적으로는 다음과 같은 방안들을 고려할 수 있다.
첫째, 교육청과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협의회를 구성하고 공동으로 참여기관 네트워크의 역할분담과 지원체제를 구축하는 것이다. 지자체의 주민복지지원 사업과 각종 교육복지지원, 돌봄 프로그램을 토요프로그램과 연계시키는 방안도 있다. 이 경우 일자리 창출 프로그램, 대학생 창업지원 프로그램, 대학이 운영하는 학교기업 프로그램과 결합할 수도 있을 것이다.
둘째, 교육적으로 의미 있는 좋은 프로그램과 운영기관의 공적을 인정해 주고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것도 좋다. 지역의 다양한 기관과 단체, 대학에서 운영하는 좋은 토요프로그램과 주말행사, 각종 체험프로그램 중 우수프로그램을 발굴해 확산시키는 일도 필요하다.
셋째, 지역대학과 MOU를 체결해 대학이 지닌 교육‧문화, 예술‧체육, 과학‧기술 등 모든 영역의 전문 인력과 시설을 적극 활용한다. 교육청의 다양한 특수목적 센터가 운영하는 학생·학부모를 위한 교육연수, 평생학습, 교육복지지원 프로그램을 토요프로그램과 연계 운영할 수도 있다.
참여학생 수보다 프로그램 질 제고
정책적 과제로는 프로그램 지원사업이 중복이나 편중되지 않도록 지원의 우선순위를 설정하고 다양한 영역에서 수준 높은 프로그램들이 균형 있게 개발되도록 조정해야 할 것이다. 토요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외형적인 학생 수에 구속되지 않고 단위학교와 지역의 여러 기관에서 의미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해 나가도록 장기적 안목을 가질 필요도 있다. 아울러 토요프로그램 운영에 관한 통계적 보고 절차를 간소화하는 등 교사업무를 경감하고, 토요프로그램 운영으로 추가적인 업무를 수행할 경우 헌신에 상응하는 처우가 뒤 따라야 할 것이다.
사회공동체는 뿌리가 연결된 큰 포기의 알 배추 같다. 교사와 학생이 교육적 만남 속에서 가르침과 배움을 통해 통합된 인격을 형성해 나갈 수 있도록 학교를 겹겹이 둘러싸고 있는 잎처럼, 학교를 보호하고 지원하며 교사를 신뢰하고 역할을 분담하는 교육공동체가 필요하다.
“주인이 소 있는 곳을 물으니 동자는 망연히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는”(主人問牛所在 童子茫然失措) 당혹스런 상황에서, “소를 잃은 동자가 서쪽으로 급히 달려가도록”(童子向西急走) 모두가 함께 지식과 정보를 나누고, 찾는 길을 같이 궁리하고 함께 가야한다. 이것이 사회적 학습이 이루어지는 성장하는 사회 공동체의 모습이 아닐까 생각한다.
주5일 수업제 시행과 토요프로그램 활성화가 오염된 입시교육의 물결을 바꾸는 마중물이 되기를 바란다. 이제 학생들에게 ‘내일로 미룰 수 없는 좋은 삶’을 돌려줄 때가 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