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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진보교육감과 다산의 공직윤리

광주시교육청이 사립 과원교사를 공립학교 교사로 특별 채용하는 과정에서 채점표를 조작해 당초 탈락한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소속 교사를 합격자로 ‘바꿔치기’한 사실이 언론에 보도된 지 4개월이 지났다. 연일 파문이 확산되는 가운데 전형방법도 사상 유례가 없는 ‘봐주기’ 전형을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사건의 실체적 진실 규명을 위해 시교육청에 대해 검찰 수사를 의뢰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지만 교육과학기술부의 검찰고발은 아직까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교사 특채(特採)비리와 관련 전교조 광주지부장 출신인 장휘국 교육감의 첫 공식 언급은 “있어서는 안 될 일이 생겨 유감스럽다. 답답하고 슬프다”에 불과했다. 최종 결재권자인 장 교육감이 진정성 있는 ‘사과’가 아닌 ‘유감’을 밝힌 정도여서 여전히 ‘전교조 식구 감싸기’를 했다는 지적까지 대두됐다.

장만채 전남교육감은 취임 이후 도교육청 산하 22개 지역교육장과 4개 직속기관장에게 일괄 보직사퇴서를 요구해 물의를 빚었다. 장 교육감은 “교육감이 바뀌었는데 교육감이 임명하는 보직자는 당연히 사퇴서를 내야 하는 것 아니냐”며 교육국장 등을 통해 사퇴서를 받도록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승환 전북도 교육감은 지난해 9월 측근이자 전교조 전북지부장 출신인 모 중학교 교사를 장학관급 교육연구관으로 승진시켜 교육정보연구원 교육정책연구소장으로 임명해 구설수에 올랐다. 김상곤 경기도 교육감도 당선자 인수위원으로 활동했던 이 모씨를 개방형 직위인 기획예산담당관에 채용해 논란을 샀다.

최근 곽노현 서울시 교육감은 ‘측근 챙기기’ 인사로 물의를 일으키고 있다. 그는 정책보좌관 4명과 수행비서 등 비서진 5명을 편법을 동원해 7급(계약직)에서 6급으로 고속 승진 발령을 내려 했고, 학교혁신과를 비롯한 정책부서에 전교조 소속 교사 6명을 포함해 모두 8명을 추가로 파견받았다.

그동안 자유로운 비판을 중시한다고 주장해온 전교조는 자기 조합원 3명의 특채 취소에는 강하게 반발하면서 곽 교육감이 측근 5명을 편법으로 승진시키려 했던 것에 대해선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또 곽 교육감의 잘못된 인사를 비판하는 서울시교육청 일반공무원노조 위원장의 이메일 발송을 이틀간 차단, 교육청 내부의 언로(言路)를 억누른 것에 대해서도 전교조는 입을 굳게 다물고 있다.

사실상 교육청을 사(私)조직화하고 있는 곽 교육감은 지난 1월 1심에서 교육감 후보 매수혐의로 3000만원 벌금형을 선고받았지만 교육감직에 복귀했다.

이같은 ‘불통인사(不通人事)’ 등 편법·정실·특혜 승진 논란은 소위 진보교육감이 있는 곳에서 비슷한 잡음이 나왔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진보교육감들이 측근들에게 과도한 특혜를 준 것은 매우 잘못된 결정이며 권한 남용이라는 게 교육계의 대다수 의견이다.

그들이 그동안 보여준 무리한 인사(人事) 행태가 평소 진보교육감들이 말해온 대원칙에 부합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틈만나면 공정하고 투명한 인사를 호언장담해왔지만, 이와는 정반대로 ‘형평’과 ‘원칙’을 무시한 채 오직 ‘자기 편 챙기기’에만 골몰해왔다. 도(度)를 넘은 인사전횡으로 현장 교원의 사기를 저하시키고 국민적 불신을 초래한 진보교육감들은 역사와 국민 앞에 석고대죄해야 한다.

다산 정약용 선생은 일찍이 목민심서(牧民心書)에서 “목자(牧者)는 백성을 위해 존재한다”고 말했다. 그는 ‘공직자의 주인은 백성’이라는 사실을 천명하며 공직자가 지켜야 할 윤리를 조목조목 기술했다. 그는 ‘준법(遵法)’을 제시했는데, 이는 ‘노블리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의 의미와 가까운 것으로 사회 지도층의 행적이 바르지 못하면 그 피해가 일반 국민에게까지 미친다고 말했다.

특히 다산은 사외론(四畏論)에서 공직생활을 잘하는 요체로 두려워할 ‘외(畏)’자를 꼽았다. 의를 두려워하고(외의·畏義), 법을 두려워하고(외법·畏法), 상관을 두려워하고(외상관·畏上官), 백성을 두려워하면(외소민·畏小民) 허물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교조의 잘못된 교육 이념에 치우쳐 ‘코드인사’와 설익은 정책으로 학교현장을 혼란에 빠뜨린 진보교육감들이 다산 선생이 강조한 ‘공직윤리(公職倫理)’를 되새겨야 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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