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 이번에 교총에서 일본 해외연수가 있데.” “일본? 일본은 방사능 때문에 위험하지 않겠어?”
교총에서 보낸 동계해외 연수 안내 메일을 확인한 후 아내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그러나 며칠 동안 인터넷과 여행사 사이트를 뒤적거리더니, 저렴한 가격과 알찬 여행 일정, 그리고 무엇보다 한국교총 이름을 걸고 진행하는 연수에 매력을 느꼈는지, 어느새 교총 회원인 우리 부부는 가고시마(鹿児島)행 전세기에 탑승해 있었다.
‘2011 한국교총 동계 해외연수’는 교총 회원들의 복지를 위하여, 롯데관광과 6개월 이상을 준비한 ‘고품격, 저비용’의 특화된 교직원 해외연수프로그램이다. 대구에서 근무하고 있는 우리 부부는 다행히 개학일 등 일정이 잘 맞아서 높은 경쟁률에도 불구하고 이번 연수에 참여할 수 있었다.
우리가 방문한 곳은 ‘가고시마’다. 가고시마는 일본의 가장 남서쪽 섬인 규슈의 남단에 위치한 작은 현(縣)이다. 그러나 온화한 자연환경과 현재까지도 활동하고 있는 바다 위에 우뚝 솟아 있는 화산섬 ‘사쿠라지마’ 하나만 생각해도 충분히 매력적인 곳이 바로 이곳 가고시마다.
인천공항에서 교총 회원만을 태우고 출발한 전세기는 약 1시간30분 후 가고시마에 도착했고, 가고시마 관광청의 환영인사와 간단한 기념촬영으로 연수가 시작됐다. 이번 연수에는 전국 초·중·고 교사 등 총 131명의 회원들이 참여했고, 30대부터 60대까지, 부부교사에서 친구, 친목 모임 등 정말 다양한 회원들이 함께 했다.
버스 4대에 나눠 탑승한 후, 처음 우리가 향한 곳은 일본 건국신화에 등장하는 ‘니니기노 미코토’를 숭배하는 기리시마 신궁이었다. 신사 입구의 붉은 ‘도리이(鳥居)’를 지나니 700년이 넘은 큰 삼나무가 눈에 들어왔다.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날씨에도 젊은 연인들부터 연세가 지긋한 노인들까지 신사 앞에서 각자의 소원을 경건하게 비는 모습에 나도 따라서 소원을 빌어보았다.
신사를 여유 있게 둘러본 후, 미야자키 선피닉스 호텔로 이동했다. 호텔에서는 연수의 시작을 알리는 ‘한국교총 단합 만찬 행사’가 있었다. 회장님의 인사말씀과 함께 이번 연수에 도움을 주신 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각 시도별로 대표들의 인사말씀을 듣는 자리를 가졌다. 운 좋게 나에게도 대구 대표로 인사말을 할 기회가 주어졌다. 저녁 뷔페 만찬을 즐기며 다른 회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여행의 긴장도 함께 풀 수 있었다.
둘째 날은 아오시마 신사와 도깨비 빨래판 관광으로 시작됐다. 아오시마는 일본 규수 남부의 작은 섬으로, 작지만 많은 아열대성 식물이 자라고 있어 일본의 천연기념물로 지정됐다고 한다. 야자수를 가로수로 한 아오시마 해변을 바라보며 육지와 섬을 연결하는 ‘야요이 다리’를 건너니 일본 신화의 무대인 ‘아오시마 신사’가 보이고 섬 주위에는 지층의 융기와 파도의 침식 작용으로 형성된 빨래판 모양의 지형인 ‘도깨비 빨래판’이 있다. 탁 트인 멋진 해안과 거대한 도깨비 빨래판을 내려다볼 수 있는 호리키리 고개에 들러 멋진 풍경을 눈과 사진에 담고 우도신궁으로 이동했다. 우도신궁은 절벽에 위치한 바닷가의 유명한 신사이다. 멋진 경관을 자랑하며 순산과 사랑이 이루어주는 신궁으로 알려져 있어서인지 많은 관광객으로 가득했다. 특히 카메이시라는 거북바위가 있는데 움푹 파인 등에 흙으로 만든 ‘운다마’라는 구슬을 던져 넣으면 소원이 이루어진다고 해 너도나도 구슬을 던지고 있었다. 나도 역시 도전해 보았지만, 아쉽게도 실패! 운명은 스스로 개척하는 거라고 달래며 다음 장소로 이동했다.
점심 식사 후, 지금도 활발히 활동하는 활화산 ‘사쿠라지마’를 보러갔다. 사쿠라지마의 웅장함을 잘 볼 수 있는 아리무라 용암 전망대로 이동. 눈앞에서 분화를 하고 있는 사쿠라지마의 신기함을 느끼기도 전에 내 눈에 먼저 들어온 것은 바로 화산재! 눈을 제대로 뜨지 못할 정도로 화산재가 날리고 있어서, 이 지역 주민들은 이 화산재를 어떻게 견디고 지내는지 존경스럽기까지 했다. 사쿠라지마의 분화 역사를 알 수 있는 비지터센터 방문 후 페리를 타고 호텔로 가기 위해 ‘이브스키’로 이동했다. 이동 중 잠깐 들린 칼데라호 이케다 호수. 노란 유채꽃과 어우러진 둘레 15km의 이케다 호수에는 몸길이 1.5m의 대형 뱀장어가 살고 있다고 한다.
이브스키에 있는 숙소에서는 ‘검은 모래 찜질온천’을 경험했다. 아래로 흐르는 온천의 영향으로 뜨거워진 바닷가의 모래를 이용한 찜질로 오직 이브스키에서만 경험할 수 있다고 한다. 생각보다 뜨거운 모래 온도에 깜짝 놀랐지만, 후끈한 몸의 열기와 함께 여행의 피로가 싹 풀리는 듯한 느낌에 금방 나올 수가 없었다.
셋째 날은 260년 전 지어진 무사의 저택이 모여 있는 치란사무라이 마을에서 일본 전통 가옥과 인공 정원을 살펴보는 것으로 시작했다. 사람이 살고 있어 개방된 7개의 정원만 둘러볼 수 있는데 깔끔한 정원이 일본인의 성격을 대변하는 것 같았다. 다음 방문한 곳은 ‘이소정원’이다. 이소정원은 시마즈가 19대 미츠히사의 별장으로 사쿠라지마 화산과 가고시마만을 정원 일부로 들여놓은 듯한 차경정원이다. 여유 있게 사쿠라지마와 가고시마 바다를 느끼며 거닐고 있자니 내가 세상의 주인이 된 기분이 들었다. 점심 식사 후, 도고 시게노리 기념관과 심수관 도예지에 들렀다. 도고 시게노리는 일본에 끌려온 조선 도공의 후손으로, 일본 외교관이 되어 독일과 소련 대사, 전쟁외교를 담당했다. 일본의 한국계 도예가 심수관은 지금 14대째 그 명성과 기술을 이어오고 있다. 이날 운 좋게도 14대 심수관을 직접 만나볼 수 있었다.
마지막 날은 가고시마의 역사 자료센터인 여명관에서 시작했다. 가고시마의 옛 유물과 민속 공예품등의 전시를 관람하고, 산 곳곳에서 내뿜는 유황으로 인해 가을이 되면 억새가 붉게 물드는 일본 최초의 국립공원 ‘에비노 고원’으로 이동했다. 해발 1000m의 고원에서 화구호를 배경으로 마지막 셔터를 누르고 아쉬운 맘으로 산을 내려왔다.
이번 교총 동계 연수는 단순한 관광이 아니라 거대한 역사 체험을 한 느낌이다. 일본이라는 나라 속에 녹아 있는 한국의 역사와 사람들. 그리고 그 사이에서 교사의 위치와 나의 정체성…. 이 모든 것을 함께 느끼고 경험한 교총 회원님들과 이 연수를 준비하느라 고생하신 교총 회장님과 직원 분들, 그리고 여행의 시작과 끝을 모두 편안하게 챙겨주신 교총롯데관광 직원 분들께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2011 한국교총 동계 해외연수는 단순히 여행, 연수가 아니라 선후배 교사의 연결의 장이었고, 교총에 바라는 정책을 허심탄회하게 말할 수 있는 발전의 장이었다. 보다 많은 교총 회원들이 꼭! 이런 혜택을 다음 연수에서 누렸으면 한다. 연수는 끝이 났지만, 벌써부터 나는 다음 연수를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