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천에서는 학사일정 선진화 방안으로 일선학교의 정기고사를 개학이후에 시행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2012학년도에 주5일 수업제가 전면적으로 실시됨에 따라 주말과 방학 기간 동안 소득계층별 학습기회의 불균형이 초래돼 학력격차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내실 있는 학사일정 운영을 통해 공교육의 신뢰를 제고하겠다는 것이다.
학사일정의 안정적 운영과 교육지원의 확대 속에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학습자에게 충분한 학습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노력은 공교육의 책무성을 실현한다는 차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일선학교에서는 정기고사 실시 이후 학생들의 학습동기가 낮아져 새 학기 시작 전까지 정상적인 교육과정 운영에 많은 어려움이 있다는 이야기는 이미 오래전부터 있어왔다. 파행적인 교실수업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그럼에도 개학이후 정기고사를 시행하는 방안의 실효성에 대해서는 의문이 든다.
일선학교에서는 이러한 부작용을 해소하기 위해 정기고사 이후 방학까지의 기간을 최소화하고, 학생들의 학습동기를 제고하기 위한 단위 학교 차원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정기고사의 시행 시기를 단순히 개학이후로 늦추기 보다는 정기고사 이후 학생들의 학습동기를 촉진하고 자기주도적인 학습을 실현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다양한 교육경험을 제공해 주는 프로그램의 마련이 더욱 필요하다. 또한 효과적인 학사 운영에 대한 논의가 뒤따라야 한다.
방학은 단순히 학교에서 해방되거나 학업을 놓아버리는 시기가 아니다. 교육과정 운영 측면에서 볼 때 학기 중에는 이루어지기 힘든 교육활동을 통해 학생 개개인에게 다양한 교육경험을 제공할 수 있으며, 대학진학을 목표로 하는 일반고 학생들은 학업에 있어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보충할 수 있는 기간으로 활용할 수 있다. 또한 교사에게는 그동안의 교육활동에 대한 평가 속에 새로운 시작을 준비해야 하는 시기이다.
방학기간 동안 학교의 교육활동이 느슨해지면서 학생들의 학력관리가 허술해 진다는 지적이 있지만, 필자가 재직하고 있는 부평고에서는 교사협의회와 학생회, 학교운영위원회의 의견 청취를 통해 기존의 방식대로 운영하자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방학 전에 정기고사를 시행한 이번 학기, 본교에서는 방학 직전에 다양한 분야와 관련한 학생들의 특기와 재능을 평가하고 성취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교내 경시대회를 실시했다. 겨울방학기간부터는 교과지도 프로그램과 자기주도적 학습습관 함양 프로젝트, 진로박람회 등 학생들의 비전 수립과 학력향상을 실현하기 위한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해 운영하고 있다. 이 같은 프로그램은 2월까지 계속된다. 이 같은 프로그램을 더 개발해 내실 있게 잘 운영하면 정기고사 이후의 교육활동 공백에 대한 우려를 해소하고 학생들의 진로진학 지도에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