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학교폭력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면서 신문, 방송 등 언론도 앞 다퉈 학교폭력 관련 특집기사를 연재하고 있다.
사실 학교폭력은 어제 오늘의 일만은 아니라는 것은 우리 모두 알고 있다. 30여 년 전 필자가 다니던 학교도 지금의 모습과 다르지 않았던 것 같다. 힘 있는 학생이 여린 학생을 폭행하고 갈취하는 일은 그 당시에도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러나 이제 사회가 성숙해 이러한 문제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며 모두 합심해 이러한 잘못된 상황을 바로 잡자는 분위기가 만들어졌다는 것은 좋은 기회라 생각된다. 다만, 행여 우리 사회의 많은 문제들이 그렇듯이 단기간에 부글부글 끓다가 금방 식어버리고 원점으로 돌아가지 않을까 염려되기도 한다.
학교폭력은 따돌림이나 폭행, 갈취 등 여러 형태로 나타나지만 교사나 성인들이 감지할 수 없는 장소에서 일어난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학생들에게 대처방법을 교육하고 상담·예방하는 교육적 접근과 함께 환경적 접근도 동시에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심각해지는 학교관련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정부와 지자체는 수년 전부터 CCTV 설치, 어린이 등하교 SMS알림 서비스, 배움터 지킴이 배치, 학교폭력 SOS지원단 등 다양한 정책을 추진해 어느 정도의 효과를 거뒀다. 그러나 이는 사건에 대응하는 성격이라는 데 한계가 있다. 학교건축물의 계획단계부터 범죄·폭력 예방을 위한 배려가 있을 때 근본적인 학교 폭력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선진국에서는 증가하는 사회범죄에 대응하기 위한 방법으로 1900년대부터 범죄예방 환경설계(Crime Prevention Through Environmental Design, CPTED)를 적용하고 있으며 가시적인 범죄 및 불안감 저감 효과를 얻고 있다. 지난 10여 년간 CPTED 전략을 강력히 추진해온 미국 플로리다주에서는 지난 10여 년간 범죄발생이 꾸준히 감소했다. 학자들은 CPTED기법을 중심으로 하는 문제해결식 범죄감소전략(Problem-Solving Projects)이 이러한 성과를 가져온 것이라고 주장한다.
학교 건축의 사례로는 미국 플로리다주 브로워드 카운티(Brodward County)의 경우를 들 수있다. 카운티당국은 1976년 전년대비 77%가 증가한 3092건의 학교 범죄를 줄이기 위해 4개의 시범학교를 선정하고 공간 계획적에 약 200만 달러, 물리적 요소에 20만 달러, 관리적 요소에 24만달러의 비율로 CPTED 관련 시설 투자를 했다. 이러한 투자의 효과로 시행 후 불과 1년만에 각종지표가 개선된 것으로 조사됐다. 학교에서의 흡연학생 수 또한 거의 절반 정도로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호주 웨스트 오스트레일리아주는 1999년부터 보안 위험 관리 프로그램(Security Risk Management Programme)을 통해 시설개선사업에 투자한 결과 대부분 학교에서 폭력 및 범죄가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총 408건의 범죄가 발생, 보안대책 이전의 508건에서 19.69%가 감소했다.
선진사례에서 볼 수 있듯 학교폭력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학교 시설환경 개선이 뒤따라야 한다. 문제는 어느 곳의 환경을 어떻게 개선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많은 CCTV를 설치하고(미국 시카고의 한 중학교는 무려 한 건물에 무려 99대의 CCTV가 설치된 곳도 있음) 규칙을 만들어 벌주는 것으로는 학교폭력이 해결되지는 않을 것이다. 폭력 학생들이 그 장소를 학교 밖으로 옮겨서 같은 행동을 반복하는 전이현상이 일어날 수도 있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우선 학교의 환경을 따뜻하고 편안하게 해주는 것이다. 자신의 집보다 더 고급스럽고 대우 받는 환경을 조성해서 학교에서는 모든 학생이 존중받는다는 느낌을 갖게 해주어야 한다. 선생님들의 친절한 관심과 더불어 개성과 잠재력을 키울 수 있는 좋은 환경은 학생들이 남을 배려하는 인성 기르는 데 중요한 기본적인 토양이 될 것이다.
<미국 학교 사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