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령을 받고 잔뜩 긴장하여 찾은 학교는 교문부터 참 아늑하고 따스했던 것 같다. 교장실로 올라가는 발걸음이 떨렸지만 관내에서 '살아계신 부처님'으로 알려져 있을 정도로 덕망이 높으신 분을 옆에서 직접 뵈니 인자한 미소와 따스한 말씀에 긴장은 어느새 사라졌다.
초등학교부터 대학졸업까지 수많은 선생님의 귀한 가르침을 받고 커왔지만.. 발령을 받은 후 직접 모법을 보이시는 교장선생님의 가르침은 무엇보다 크고 강렬하게 교사로서의 내 삶에 큰 가르침이 되어주었다.
조무래기 1학년 아이들의 인사 하나도 놓치심 없이 그 장군님 같으신 풍채를 깊숙이 숙여 대통령께 인사드리듯 공손히 인사를 받으시며 "예, 안녕하세요?" 하시는 모습, 스승의 날에 받으신 아이들의 삐뚤빼뚤 감사편지에 하나하나 진심어린 답장을 주셨던 세심함도 참 감명 했다.
월요애국조회 때는 얼마나 말씀을 맛있게(?) 잘 하시는지.. 아이들보다 교사인 내가 더 기다리고 귀기울여 듣던 생각이 난다. 또 공사의 구분에 관해서는 얼마나 철저하신지 그 인자하심 속에 보이는 단호함은 구체적으로 말씀해주신 일이 없으셔도 선생님들에게 좋은 가르침이 되었다.
이렇다할 재능하나 없어 늘 학교에 죄송한 맘이 많던 내게 "열심히만 하면 됩니다. 최선을 다하다 보면 길이 보이지요." 격려해주셨고 " 다듬는 교육을 해야합니다" 란 말씀으로 이 세상의 보석인 아이들을 존중하며 빛을 발하도록 도와주는 교사의 역할을 깨닫게 해주셨다.
모든 것이 서툴러 낙담도 많이하는 새내기교사의 교실에 찾아오셔서... 해주셨던 말씀들, 그리고 아이들에게 주셨던 따뜻한 사랑은 나의 가슴속에 어떤 보물보다 귀하게 자리잡고있으며 교사의 역할을 잘 감당해내도록 힘들 때마다 힘이 되고있다.
교장선생님께서는 학교를 하나의 가정이라 생각하시고 학교라는 가정의 가장 역할을 충실히 담당해 내셨다. 젊은이도 마다하는 힘든 일도 학교를 위해서라면 먼저 발벗고 나서시니 자연스레 그 맘은 교사들 전체로 이어지고 다시 아이들, 학부모님까지 이어져 학교에서는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간혹 선생님과 학부모님 사이에 생긴 오해가 생기면 가장 중립적인 입장에서 서로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시키고 나중에는 오히려 서로간에 깊은 신뢰를 가질 수 있게 만드셨다.
지금도 가끔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에 힘들고 지치면 그 때 참 따스했던 추억들을 떠올리며 다시 힘을 내곤 한다. 날로 더 귀해지는 특별한 추억을 새내기교사에게 선물로 주신 조성부 교장선생님께 이 글로나마 감사한 맘을 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