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의 시작은 이렇다. 강의를 마치고 강의 평가를 받아보면 어떤 학생은 너무 재밌고 유용했다고 하는데, 어떤 학생은 도통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다고 한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도통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다고 한 친구가 내가 보기에는 너무나 성실하고 머리도 똑똑한 학생이라는 것이다. 이런 사례는 내가 강의를 하든 듣든 간에 자주 발생하는 일 중 하나였다. 도대체 강의 중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이런 의문을 갖고 있으면서도 명쾌한 원인도 해결책도 찾지 못하고 있을 즈음, 긍정심리학에 기반한 강점이론이라는 것을 접하게 됐다. 이론의 핵심은 모든 사람들이 자신만의 강점을 타고나며 약점을 보완하기 보다는 강점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삶을 구성하는 것이 보다 행복한 삶을 위한 방법이라는 것이다. 이 이론을 삶에 적용해 내 삶의 문제 즉, 어떻게 살 것인가와 관련해 부부문제, 육아문제, 조직문제 등 인생 전반의 문제들에 대해서 유용한 해결안을 많이 찾을 수 있었다.
이 방법론을 강의 중 발생하는 문제에 적용해 보는 것은 어떨까? 강점이론에 기반해 다음과 같은 가설을 세웠다. 첫째, 지식전달 시스템은 지식을 전달하는 자와 지식을 전달 받는 자로 구성되며 둘 사이에는 지식(정보)이 전달된다. 둘째, 지식을 전달하는 자는 본인만의 강점을 갖고 있다. 셋째, 지식을 전달받는 자는 본인만의 강점을 갖고 있다. 넷째, 지식을 전달하거나 수용하는 사람들은 강점에 기반한 자신만의 방법이 있다.
이런 가설들로부터 다음과 같은 추가 가설들을 추론할 수가 있다. 첫째, 지식을 전달하는 자와 지식을 전달받는 자가 비슷한 강점을 갖고 있는 경우 지식의 전달이 용이하다. 둘째, 지식을 전달하는 자와 전달받는 자가 서로 다른 강점을 갖고 있는 경우 지식의 전달이 용이하지 않다.
이 가설을 트리즈(TRIZ·Theory of inventive problem solving) 교육과정에서 검증해본 결과 트리즈 전문강사나 트리즈 전문가 같은 트리즈 전달자는 '착상', '전략', '학습자' 등 비슷한 재능을 갖고 있고 트리즈를 어려워하는 사람들은 그 외 다른 재능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렇다면 트리즈를 어려워하는 사람은 트리즈를 배우지 말아야 하는 것일까? 본인은 이 문제를 다음과 같이 이해했다. 트리즈를 어려워하는 사람들은 그 방법의 본질을 이해하지 못해서 어려운 것이 아니라 트리즈 전달자의 전달방식과 서로 맞지 않아 어려워하는 것이라고. 때마침 트리즈 강점이 있는 팀과 그렇지 않은 팀을 구성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겨서 가설을 검증해보았다. 전형적인 트리즈 문제인 공학 문제에 대해서는 트리즈 강점이 있는 팀이 강사보다 높은 수준으로 문제를 해결해 냈다. 그렇지 않은 팀은 확실히 어려워했다.
그런데 문제를 공학문제가 아닌 고부간 갈등 같은 인간에 대한 문제를 제시하자 동일한 방법론을 적용해 해결할 수 있음에도 트리즈 강점이 있는 팀에서는 좋은 해결안을 내지 못하는 반면 트리즈 강점이 없는 팀에서는 좋은 해결안을 트리즈 방법론에 따라 제시했다. 이러한 현상은 개별적인 지식전달 시스템에 적용했을 때도 비슷했다.
가령 현실적이고 사실적인 것은 잘 파악하지만 추상적인 것은 어려워하는 '적응성'이라는 강점을 갖고 있는 친구에게 수학을 가르치는 좋은 방법은 추상적인 수식을 많이 풀어보는 대신 손에 잡히고 그 자신과 밀접히 관련된 사물을 이용하는 것이다. 그것을 갖고 충분히 연습한 후에 숫자로 추상화하고 그 연산원리를 알려주는 것이다. 이런 방법으로 15여년 만에 분수를 이해한 친구가 있다.
결론적으로 행복한 지식 전달이란 전달자가 피전달자의 강점에 맞는 방법으로 지식을 전달함으로써 행복을 얻는 것이다. 필자는 강점이론에 기반한 문제해결 방법론을 소개하는 '행복하기'라는 세미나를 개발해 많은 이들과 함께 하며 행복하게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