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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시론> 신뢰성 있는 교육정책을

교육에 오래 종사한 사람일수록 교육정책을 불신한다. 그 이유는 실현성 없는 정책을 남발하고 제시된 정책들이 용두사미 격으로 흐지부지되기 일쑤이며 관리들의 잦은 자리바꿈으로 책임을 지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교육자들의 불신은 국민의정부 들어 증폭되고 고착화되다시피 했다.

지난 7월20일 교육인적자원부는 당연히 실현돼야 할 획기적인 교육여건 개선 방안을 내놓았고 대통령도 실현 의지를 표명했다. 그러나 교육계와 사회 일반의 반응은 `장밋빛 계획'이라며 시큰둥하다. 바로 올해 지난해 발표된 교원증원 계획이 1년도 안돼 공수표로 끝난 데다 또 교육여건 개선 계획에 이어 발표된 교직발전 종합방안이 가지 수만 많지 수석교사제 등 핵심적인 내용이 빠져 사기 진작은커녕 정부 정책에 대해 이젠 더 이상 기대하고 싶지 않은 정서도 작용한 듯 하다.

교원들은 무엇보다 국민의 정부 출현 이후 무리한 교원정년 단축 조치로 인한 초등교원 부족사태와 사기 저하, 잘못 정의된 수요자중심 교육으로 야기된 교실 붕괴, 실업교육 무정책, 내실과 기준 없는 대학원 증설, 한가지만 잘하면 대학 갈 수 있다고 큰소리 쳤어도 여전히 혼란스러운 대학입시 정책 등 산재한 잘못들에 대한 엄밀한 평가와 시정을 요구하고 있다.

더욱이 이번 `7·20 교육여건 개선 계획'은 일견 획기적 내용을 담고 있으나 허술하기 짝이 없다. 정부 계획대로 학생 수 35명 이하의 초·중등학교 교실을 만들려면 2만 3600명의 교사가 당장 있어야 하는데 현재도 초등의 경우 법정 정원에서 1만여 명 이상 부족한 실정임을 감안하면 과연 무리 없이 실현 가능한 정책인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

억지로 머리 수를 맞추기 위해 파트타임 교사제를 본격 도입하거나 과거에 실패한 초등교원양성소 설치를 추진하고 중등교사 자격 소지자를 단기 연수를 거쳐 초등학교에 배치한 땜질충원 전례를 되풀이하려 한다면 그야말로 교직의 전문성을 경시하는 실로 위험천만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이렇게 되면 양적으로는 교육여건 개선일지 몰라도 질적으로 교육여건 악화를 초래할 것이 불 보듯 뻔하다.

각 분야가 초일류와 고도 전문화를 지향하는 시대에 같은 산업기사 자격증이라고 해서 전기기사를 단기간 연수해 토목기사로 양성하고 전문의 면허증 소지자라 해서 산부인과 전문의를 단기간 연수해 내과 전문의로 하고 상벌전문 변호사를 단기 연수 후 국제법 변호사로 활동하도록 하는 식의 정책을 내놓으니 한심하고 안타깝다. 정부는 교직개방이니 파트타임 교사니 하는 편법 동원을 결단코 지양하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교대 편입학생 증원 등을 통해 초등교사를 양성하고 배치하는 정도를 밟아야 한다.

정부가 무너져 내린 공교육을 빠른 시일 내 다시 일으켜 세계 선진국 수준으로 발전시키려는 의지가 진정 확고하다면 교육실정(失政) 사례로 지적되고 있는 정책 사안들에 대한 시정 노력과 함께 수요자 중심교육의 정의부터 바로 세워야 한다. 요즘은 수요자 운운이 경제 용어라며 교육계에서 거부감을 보이자 학습자 중심이라는 말을 많이 사용하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이 또한 전적으로 합당한 용어인지 성찰해 볼 필요가 있다.

교육의 진정한 수요자는 학습자 개개인이라기보다 국가사회 전체라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국가사회야 말로 장래에 필요한 인력을 수용할 뿐만 아니라 또 이를 위해 국민들은 세금을 통해 막대한 돈을 교육에 기꺼이 투자하고 있는 것이다. 학습자들의 개성과 흥미 그리고 선택을 존중하는 교육을 부정하고자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 장래의 발전모델을 세우고 그 발전모델에서 필요로 하는 인재를 양성하는 노력이 우선돼야 함을 지적하는 것이다.

끝으로 문민정부에서 작성된 교육개혁이라도 이제 와서 시행한다면 그것은 국민의 정부의 정책이다. 십여 년 전부터 강조된 `수요자 중심 교육' 이념이 문민정부 이래의 교육개혁 방향이었다며 전가하기 보다 보다 적절한 이념을 찾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교육의 3주체가 모두 존중되는 `학교 중심 교육'이라는 이념을 새로 설정하고 그 실천 과제로 교육여건의 획기적 개선을 추진하는 동시에 교원을 개혁 대상으로 삼아 결과적으로 공교육을 무력화시킨 정책들을 시정하는 노력을 기울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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