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성화고로 불리우는 이전의 전문계고는 우리나라의 고도성장을 견인한 산업의 기초인력을 양성하는데 크게 기여했다. 이는 전문 직업교육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에 특성화고의 진학률이 취업률보다 높아지게 되어 정부(교과부)는 진학보다는 취업을 우선해야 한다는 정책 기조 아래 고등교육법 시행령 29조에 명시된 특성화고 졸업생에 대한 3% 동일계 대입특별전형을 폐지한다는 개정안을 입법 예고해 놓고 있다. ‘무분별한’ 대학진학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면서까지 대입 정원 외 3% 특별전형을 폐지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특성화고 및 산업수요맞춤형고(마이스터고) 학생들이 전공과 동일한 계열 전공으로 대학 진학을 하는 것은 직업교육이 대학에서도 연계되어 평생직업교육으로 연결된다는 점에서 정부의 ‘무분별한’ 대학진학이라는 논리는 적절하지 않다. 사실 특성화고 학생들의 대학진학률 증가의 근본적인 원인은, 특성화고 학생들에 대한 3% 동일계 정원외 대입 특별전형 때문이라기보다는 학벌 중심의 사회구조가 낳은 구조적 요인 때문에 대학진학을 선호하는데 기인한다.
정부가 산학관 협력을 통한 특성화고 졸업생들을 위한 취업률을 높일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은 마련하지 않고, 특성화고 3% 동일계 정원 외 대입 특별전형 폐지와 함께 선(先)취업만을 강조하는 것은 특성화고교의 현실을 외면한 탁상행정에 불과하다. 예컨대 정부가 그동안 발표한 직업교육 선진화 방안에서도 취업률을 높이는 여러 방안을 제시했지만, 이것이 제대로 시행된 선례는 없었다.
사실 3% 동일계 특별전형으로 대학에 진학한 학생은 2010학년도에 특성화고 졸업생의 6.8%에 불과하기 때문에 특별전형으로 인해 특성화고 교육과정이 왜곡 운영된다는 정부의 주장 역시 설득력이 없다. 오히려 특성화고 교육의 정상화와 평생직업교육 기회 확대라는 관점에서 동일계 대학진학 기회는 종전의 5%로 확대될 필요가 있다.
정부는 종전의 전문계고를 특성화고로 명칭을 변경할 때부터 우리나라의 중등단계의 직업교육을 사실상 전면 부정해 온 셈이다. 최근에 특성화고 지정을 시·도교육감이 해제하도록 재량권을 준다는 정책도 발표한 바 있다. 만일 특성화고 지정을 해제하게 되면 즉시 일반고로 전환되기 때문에 특성화고에서의 직업교육의 정체성은 상실되고 만다.
그러므로 특성화고 지정해제 제도를 마련한다는 정책도 중등단계에서의 직업교육기관인 특성화고교를 한시적인 교육기관으로 전락시키는 결과가 될 것이므로 국가의 직업교육정책이 과연 존재하는지 참으로 의심스럽다. 그러므로 시․도교육감에게 특성화고 지정을 해제하는 재량권을 주는 제도는 폐지되어야 한다.
또한 정부는 특성화고 장학금 지급기준으로 연도별 취업목표율을 정하고 기준 미달 시에는 장학금을 삭감하겠다고 한다.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탁상행정의 발상이 아닐 수 없다. 연도별 취업목표율(2012년 37%, 2013년 55%)을 기준으로 정한 근거도 궁색하지만, 이것을 미달하면 장학금을 삭감하겠다는 것은 학교와 산업 현장의 현실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발상이다.
왜냐하면 그동안 정부가 발표한 다양한 산학협력촉진 및 취업률 제고 방안이 선행되고 사회적 여건으로서 학벌주의가 완화될 수 있는 획기적인 방안이 추진된다면 취업률은 자연히 올라갈 것이기 때문이다. 무리한 취업률 목표를 제시하기보다는 점진적으로 선행조치를 취하면서 완만하게 취업률을 높이도록 하는 소프트 랜딩 정책이 필요하다.
따라서 정부가 추진하는 선취업ㆍ후진학 체제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먼저 대학 입학 정원을 조정하고, 학벌 중심 사회 구조를 개선하는 선행조치를 취하고 산·학·관 협력 인프라를 구축하는데 전력해야 한다. 이와 함께 그간 정부가 발표한 직업교육 선진화방안을 구체적으로 실현해야 한다.
예컨대 대한상의 2003년 보고서에서 권고한 산학협력과 인턴십제도의 활성화와 OECD 2011년 사회정책보고서에서 지적한 노동시장에 맞는 프로그램의 개발 및 산업계의 참여 시스템 구축과 같은 방안을 적극 추진해야 할 것이다.
또 국가는 특성화고, 마이스터고의 직업교육부터 정책의지를 가지고 장래의 산업인력 양성이라는 목표를 성취하도록 직업교육진흥을 위한 특별법 제정에 적극 나서야 한다. 학력에 따른 차별을 없애지 않고서는 학력 인플레로 인한 청년실업을 해소할 수 없다.
그러므로 직업교육과정을 이수한 졸업자에 대해서는 동일한 임금체계를 유지하도록 국가가 산업체를 지도․권장하도록 하고, 아울러 직업교육을 위한 산학관 협력 인프라 구축을 강제화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