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는 살아 숨 쉬는 생명체와 같아서 시대와 장소를 막론하고 고정된 모습이 아니라 다양한 양상을 보여 왔다. 오늘날에도 어문규정에 맞는 바른말이 있는가 하면, 특정 부류나 계층이 쓰는 은어, 해학성과 풍자성을 띠는 유행어, 친근하고 재미있게 쓰는 속어, 정보화 시대에 새롭게 등장한 인터넷 용어 등 다양한 스펙트럼을 지닌 언어가 사용되고 있다.
그런데 요즘 청소년들이 쓰는 비속어와 욕설은 언어의 다양성을 넘어서서 심각한 사회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친구들끼리 사용하는 일상적인 대화 속에도 욕설이 난무하고, 수업과 같은 공식적인 자리에서도 비속어와 인터넷 용어가 자주 등장하고 있다. 이와 같은 언어는 학생들 사이에 학교폭력을 유발하는 주된 원인이 되기도 하고,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인간관계에 크나큰 지장을 주고 있다.
더욱 큰 문제는 저속한 언어가 소수 학생의 전유물이 아니라, 다수의 학생들이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하고 보편적으로 사용하는 ‘생활어’, ‘습관어’가 되고 있다는 점이다.
청소년들의 언어생활이 이렇게 되기까지 학생들과 어른들의 안일한 생각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학생들은 스트레스가 풀리고 친구들끼리 재미를 느낀다는 이유로 비속어와 은어를 사용하고, 사이버, 모바일 환경에 맞는 새로운 언어를 지속적으로 만들어 냈다. 바른말을 쓰던 친구들도 거친 말을 쓰는 친구에 대한 대응 표현으로 욕설을 사용하고, 비속어를 자주 쓰는 또래 집단에 귀속되기 위해 간접적으로 배우게 되었다.
어른들은 청소년 언어를 나름대로의 소통 방식이라는 온건한 마음으로 생각했고,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좋아질 것이라는 태도를 취하기도 했다. 또한 바른말, 고운 말 교육은 학교가 전적으로 해야 하다는 책임감의 부재 의식도 있었고, 국어와 같은 특정 교과의 숙제라는 단편적인 마음도 있었다. 이와 같은 생각이 ‘허용의 선’을 넘어 작금의 심각한 언어 문제를 야기한 것이다.
그러나 이 시점에서 교육과학기술부,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충북도교육청이 주관해 ‘학교 언어문화 개선 캠페인’을 대대적으로 펼친다는 점은 매우 희망적이라 할 수 있다. 언어의 오염이 심각하다고 개탄만 하는 것이 아니라, 교육기구과 유관기관들이 함께 손을 잡고 한자리에 모여 청소년 언어문화를 위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며 사회 전반의 언어문화 운동으로 확장한다는 것은 분명 유의미한 자정의 노력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앞으로 언어문화 개선 캠페인으로 실시될 협력교실·협력학급 운영, 교육 다큐멘터리 제작, 한글날 교육 주간 운영, 언어문화 개선 교수·학습 자료 개발, 범사회적 여론 조성과 같은 언어문화 프로그램에 교육가족 외에도 사회 각계의 인사와 많은 언중(言衆)들이 관심을 가지고 참여해 주길 기대해 본다. 더불어 앞으로 전개된 언어문화 운동에 몇 가지 제언을 던지고자 한다.
첫째, 언어문화 운동은 일회성, 일시적 행사가 아니라 지속적이고 체계적으로 전개되어야 한다. 얼룩진 언어를 깨끗하고 맑게 만드는 교육은 단시일에 이루어지기 힘든 장대한 작업이다. 짧은 기간에 나타난 결과에 일희일비할 것이 아니라, 중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둘째, 청소년이 언어문화 운동의 주인이 되도록 청소년 자율활동, 동아리활동을 활성화해야 한다. 기존에 실시된 일부 언어 운동들이 결국 언중들의 호응을 얻지 못하고 용두사미 격으로 끝난 전례를 교훈 삼아, 청소년이 활동이 주체가 되는 제도적 장치나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한다.
셋째, 가정, 학교가 결합된 언어문화 운동이 되기 위해 매스컴을 비롯하여 사회 각계 계층, 기관의 책임감 있는 참여를 독려해야 한다. 지역 사회와 국가가 행정적․재정적인 지원을 해야 하며, 청소년들에게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미디어 매체들이 도덕적 책무감을 가지고 함께 참여해야 한다.
맑은 언어를 마시고 품어내던 아이들이 탁하고 오염된 언어를 품어내고 있다. 우리 아이들이 맑은 공기와 물처럼 맑은 언어와 함께할 수 있도록 모든 사회구성원이 언어문화 운동의 기치를 높이 올렸으면 한다. 오늘의 운동이 청소년의 언어 정신을 맑고 곧게 세우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되리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