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급변하는 지식정보화 사회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하여 세계의 교육 패러다임은 ‘글로벌 창의 인재육성’과 ‘융합형 인재육성’으로 전환되고 있다. 오늘날 지식과 정보의 복잡성과 다양성이 비약적으로 증대되면서 창의적 문제해결을 위해 사회와 과학기술의 다양한 분야에서 발전적 필요성에 의해 융합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현시점에 ‘융합형 인재육성’은 그 어느 때보다 강조되고 있다.
그 구체적인 예는 미국의 대표적인 영재교육기관인 마그넷 스쿨(Magnet School)에서의 융합적 창의적 교육의 강조나 우리나라에서의 융합형 과학 교과서의 등장으로 과학의 네 가지 분야를 융합(물리·화학·생물·지구과학)하여 출현한 나노, 우주와 같은 새로운 첨단과학의 개념에서 찾을 수 있다.
이같이 ‘융합’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커지고 있는 요즘, 과학 중심 영재 교육의 한계를 짚어보고, 학문 분야 간 소통을 강화하는 T자형 영재 교육의 방향을 모색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한국영재교육학회는 지난 1월 27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융합형 종합영재학교 육성을 위한 심포지엄을 열었다.
이날 심포지엄은 필자를 비롯해 성균관대 도승이 교수 그리고 호서대 성은현 교수 등이 ‘세계 교육의 흐름과 한국 영재교육’, ‘한국 영재교육의 문제점 및 발전방향’, ‘글로벌 창의인재 육성을 위한 새로운 대안’이라는 주제로 기조 발표를 한 뒤, 패널 간토론 순으로 진행됐다.
심포지엄에서는 과학 등 특정 분야에는 뛰어나지만 다른 영역과 소통하지 못해 시너지 효과를 내지 못하는 I자형 인재를 길러 낸 우리나라 영재학교의 문제점을 살펴보고, 이를 보완할 수 있는 대안으로 ‘융합형 종합영재학교’가 제시됐다. 이에 대한 논의를 통해 어떤 한 분야에서 높은 전문성을 가지면서도, 다른 영역과 잘 융합되고 협력할 수 있는 T자형 영재를 길러낼 수 있는 영재학교의 밑그림도 그려졌다.
시대적, 사회적 교육의 변화에 따라 세계 각국이 교육 개혁을 추진하고 있고, 정부도 글로벌 창의 시대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새로운 패러다임을 반영하는 창의적 인재양성 전략 수립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다. 그래서 ‘글로벌 창의인재 육성’과 ‘융합형 인재 육성’으로의 두 가지 교육 패러다임으로의 변화는 국가 교육정책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나가기 위해 우리나라 영재교육의 흐름 역시 변화가 필요하다. 국가적 차원의 영재교육은 2003년부터 체계적으로 실시했는데 양적인 확대 위주의 정책 지향으로 영재교육의 질적 수준의 제도적 관리의 어려움이 현실적으로 나타나고 있고, 영재교육은 다양한 영역에 걸쳐 이루어지는 것이 좋으나 그동안 수학, 과학 중심의 영재교육 분야에 편중(약 82%)되어 있는 현실을 볼 수 있다.
우리나라 영재교육의 발전을 위해 질적 성장으로의 새로운 기반을 강화하고, 수학, 과학 중심의 편파성에서 탈피하여 융합형 창의 영재 육성을 위한 노력에 힘써야 할 시점이 왔다. 따라서 다양한 분야로의 영재교육이 확대돼야 함은 물론 융합과 통섭의 학문을 중심으로 발전해 나가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글로벌 창의인재 및 융합형 인재 육성을 위한 체계적인 교육기관이 필요하며 이러한 요구는 영재전문가들을 통한 조사에서도 분명하게 밝혀지고 있다.
세계 교육의 흐름이나 시대적인 요청의 시각에서 볼 함께하는 이제는 융합적이며 종합적인 영재학교가 필요하다. 그 한 가능성을 국내에서는 민족사관고등학교에서 찾을 수 있다. 1995년에 설립한 민족사관고등학교는 그 출발점 자체가 종합영재고등학교로서의 특성을 가지고 있었다. 민족사관고등학교가 갖는 역사성, 특화된 교육과정, 그리고 다양한 방과 후 활동 등을 볼 함께하는 민족사관고등학교를 종합영재학교로 전환하는 문제를 구체적으로 고려할 수 있다.
민족사관학교는 글로벌 창의인재를 육성하는 융합형 영재학교를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종합 영재교육학교를 기준으로 볼 때 교육목표, 학교 인재상, 선발제도, 선진화된 교육방법, 특화된 영재교육 시스템 구축 측면에서 영재 교육과정을 가장 오래전부터 착실하게 운영하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현 시점에서 처음부터 다시 종합영재학교를 설립한다면 불필요한 시간의 낭비와 시행착오에 직면할 것이다. 이러한 시각에서 볼 때 정부에서도 법적, 시대적 요구 그리고 교육의 수월성 추구라는 측면에서 이제 구체적으로 종합 영재학교 추진을 시도할 시점이 되었다.